[촌부의 단상]
한겨울의 베짱이 놀음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동짓달 초열흘날, 동지(冬至)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온, 한파경보까지 내려
수은주는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쳤다. 오늘은 어제
아침보다 더 떨어져 영하 22도,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온도이다. 사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그리 많이
춥지는 않다. 24년전 이곳에 처음 정착했던 그때는
정말로 추웠고 가장 많이 내려간 날은 내 육안으로
관측한 기온이 영하 32도였던 것이 새삼 떠오른다.
뿐만아니라 기억컨데 영하 15도에서 영하 20도는
겨울날의 거의 예사로운 기온이었다. 그때는 40대
중,후반이고 청춘(?)이라서 그랬는지 잘 견뎌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보니 조금만 기온이 내려가도 겁이 덜컥 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땔감나무를 만들었으며 아낌없이
장작을 가득 넣고 난롯불을 지피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겨울날에는 따뜻함이 좋고 난롯불에 불명을
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오늘은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이다. 올해는 동지가 음력으로 11월
초순에 들었기 때문에 애동지라고 하여 절식으로
먹는 동지 팥죽 대신 동지 팥떡을 먹어야 한단다.
음력 11월 10일 이후 중순에 동지가 들면 이를
노동지라고 한다. 액운을 쫓는다고 하여 팥죽을
끓여먹는 것이 옛부터 전해오는 절식 방법이라고
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절식을 해먹는 것도
가지가지이며 그 내력을 알고보면 재밌기도 하다.
한동안 야심차게 절개지 정리작업을 시작했지만
짖궂은 날씨 덕분에 중단을 하고 말았다. 제아무리
추위가 심해도 바깥에서 일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경사가 심한 비탈진 절개지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엔진톱을 사용하는 작업이라서
미끄러지면 위험천만이라 이다음 날씨가 좋아진
후에 다시 재개하기로 하고 멈췄다. 사람의 욕심은
끝도 한도 없는 것인가 싶다. 쉬엄쉬엄 하기로 했던
일인데 막상 날씨 덕분에 못하게 되니 많이 서운한
느낌이 든다. 솔직히 이 일은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인 일이다. 다만 남들보다 촌부 스스로 보기가
싫어 시작한 일이다. 올해 안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했던 당초의 계획은 어쩔 수 없이 무산이 되었으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난제였던 것을 해결했다.
지난 일 년 동안 절개지에 널부러져 있던 꽤나 길고
통이 굵은 아카시아나무를 해체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서방 목공예 재료로 쓸 밑둥이 굵은 통나무였다.
워낙 큰 나무라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다행히
혼자서 잘 마무리하여 밭으로 내려놓은 것이다.
눈이 잔뜩 내려쌓여 바깥일을 할 수가 없으니 결국
자연스레 베짱이 놀음으로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한겨울에 무슨 베짱이 놀음이냐고 하겠지만 지금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고 있는 촌부가 마치 그 옛날
읽었던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등장하는 그
베짱이 같아서 하는 말이다. 열심히 일을 할 때는
개미였는데 이 한겨울엔 띵까띵까 베짱이 놀음을
하며 잘 놀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솝 우화 베짱이
와는 반대라고 할까? 이솝 우화 베짱이는 개미가
열심히 일하던 여름날 띵까띵까 놀면서 게으름을
피웠는데 촌부는 한겨울에 빈둥거리고 있으니까
베짱이가 아니고 이 겨울 여유를 즐기는 개미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아무튼 잘 놀고 있다.
이렇게 베짱이 놀음을 하고 있는 촌부에게 아내는
하절기에 밭일이며 땔감나무 마련 하느라 열심히
일했으니 놀 자격이 충분하다고 부추긴다. 남들이
들으면 부러워 할런지도 모른다. 아님 참 웃기는
아낙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고맙다.
그렇다면 뭘 하면서 띵까띵까 노는 것일까? 이솝
우화의 베짱이는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노는
모습이지만 촌부는 기타도 못치고 노래도 못한다.
책을 펼쳐도 눈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카페에서
벽난로 앞에 앉아 불장난을 하듯 장작을 넣으면서
불멍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도 난롯불을 지펴놓고
군고구마를 구워먹으며 불멍을 하기도 하며 논다.
놀아도 하루는 참 잘 간다. 지루할 틈이 없으니까
노는 것도 재미가 있다. 이러다가 정말 이솝 우화
베짱이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오늘은 또 뭘 하며
놀까? 그것이 또 한겨울 베짱이의 숙제로구나!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촌부님
잘 하시고 계시는 겁니다
오늘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행복만 하세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한 자
쉬어라! ㅋㅋ
촌부님은 쉴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열심히 일하느라
코피까지 흘리시고~~
오늘 같은 기회에
책도 읽으시고
좋은 글도 많이
써주세요.
즐거운 저녁되시구요~~
건강관리 잘못한 탓이지요.
푹 쉬며 잘 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한의 추위에 대단
하십니다,,,,
나는 추위에 약해
하루종일 이불속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는데,,
워낙 추운 고장이지만
이젠 이골이 나서
견딜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