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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야만리성(一夜萬里城)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뜻으로, 하룻밤의 인연이라도 만리장성을 쌓을 만큼의 큰 일일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쓰이는 속담 설화이다. 남녀관계로 쓰일 때에는 하루 밤이라도 깊은 정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이다.
一 : 한 일(一/0)
夜 : 밤 야(夕/5)
萬 : 일만 만(艹/9)
里 : 거리 리(里/0)
城 : 성 성(土/6)
출전 : 송남잡지(松南雜識)
중국에 맹강녀(孟姜女)의 전설이 한국에 전파되어 ‘하룻밤 만리장성(一夜萬里城)’ 말이 생겼는데 한국의 원 뜻은 다음과 같다. 하룻밤 만리장성(一夜萬里城)의 본뜻은 지금 알려진 남녀간의 하룻밤 사랑과 전혀 관계없는 말이었다.
다산 정약용이 모은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을 보면 ‘일야지숙장성혹축(一夜之宿長城或築)’이라는 글이 있다. 그러나 다산의 뜻풀이는 요즘 통용되는 ‘하룻밤 만리장성’ 설화와 천양지차다. 비록 잠시라도 마땅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雖暫時之須不宜無備)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비무환의 뜻이다.
조선 후기 학자 조재삼이 엮은 송남잡지(松南雜識)에 ‘하룻밤 만리장성’을 정확하게 뜻하는 일야만리성(一夜萬里城) 구절이 나온다. 지금은 하룻밤 인연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원래 일본 놈들은 조선에 오면 하룻밤을 자고 가더라도 반드시 성을 쌓았다. 적을 막기 위해 성을 쌓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남녀 관계를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으나 원래의 뜻과는 다르다. 그러나 본래 이런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학자들은 이 속담이 원래는 '하룻밤을 자도 만인(蠻人; 日本人)은 성을 쌓는다'인데, 잘못 전해져서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로 바뀐 것으로 본다. 무슨 남녀 간 하룻밤에 쌓은 연정이 아니라 다산의 해석처럼 유비무환의 뜻이라 본 것이다. 민속학자 이수자의 논문, ‘만리장성 설화의 형성기원과 문화사적 의의’를 보면 흥미로운 ‘만리장성 설화들’이 소개돼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기록된 진시황과 만리장성 관련 전설을 보자. 여씨 성을 가진 용사가 진시황이 수레를 부수는 설화(경기 안성)와 공자의 묘를 파거나 사당을 부수려 했던 진시황 이야기(전남 고흥, 경북 군위), 진시황과 불로초 설화(전북 정주, 정읍), 진시황과 만리장성 이야기(인천, 울산 울주) 등… 그 가운데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설화일 것이다. 중국에는 없는 설화다.
하룻밤에 쌓은 만리장성의 대가
하지만 요즘엔 유비무환의 해석은 전혀 없고, 남녀간의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 연정이란 뜻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설화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10편이나 소개돼 있다.
어떤 남자가 만리장성 축성에 동원됐다. 그런데 홀로 남겨진 부인이 다른 남자를 유혹해서 하룻밤을 보냈다. 지역마다 이 남자의 신원은 약간씩 달라진다. 소금장수나 머슴, 총각으로 표현된다. 부인은 빨래하는 여자나 주인마님으로도 등장한다.
부인은 하룻밤 동침을 한 남자에게 옷가지와 편지 심부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만리장성 현장에 간 남편에게 전해 달라면서… 그러면서 편지와 옷만 제대로 전달하고 오면 내가 당신과 평생 함께 살겠다고 약속했다.
꿈에 부푼 남자가 여인의 편지를 만리장성 축성 현장에 있던 여인의 남편에게 전달했다. 편지를 전달한 남자는 불행히도 까막눈이어서 편지 내용을 알 수 없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여보, 지금 이 편지와 옷가지를 전달한 남자를 대신 두고 당신은 빨리 도망 나오세요.’
편지를 받은 남편은 어리석은 남자를 만리장성 현장에 두고 도망쳐 부인에게 돌아왔다(지역 설화 중에는 옷을 갈아입는 척하고 도망치는 수법도 등장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남의 여자와 하룻밤을 잔 남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하룻밤 여인과 보낸 대가로 평생 만리장성을 쌓게 됐으니’ 참 기막힌 사연이다.
하룻밤 만리장성 좋아하지 마라, 신세 망친다
전북 군산에서 채록된 설화는 더 기가 막힌다. 부부에게 속아서 만리장성 노역을 대신 뒤집어썼던 어리석은 남자가 그 지긋지긋한 노역을 다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했다는 말이 웃긴다. ‘아! 내가 하룻밤 자고서 만리장성 쌓았구나!’
논문을 쓴 이수자 민속학자는 이 ‘하룻밤 만리장성’ 설화를 소개하면서 은근슬쩍 남성들에게 묻는다.
만약 어떤 여성이 남성과 하룻밤을 치르고 그 대가로 만리장성을 쌓으라고 하면 어떨 것 같은가? 아마 절대 다수의 남자들이 ‘미쳤어?’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 여자의 말이라면 어떨까? 진정 사랑하는 여자라면 하룻밤 인연을 대가로 만리장성을 쌓으라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룻밤 만리장성’이라는 말은 남자들에게는 매우 낭만적인 속담으로 전해져 왔다. 짧은 만남에 쌓은 소중한 인연이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남자에게 결코 유리한 속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하룻밤 쾌락을 위해 신세망치니 낯모르는 여성을 조심하라는 경계의 뜻이 담겨 있다.
시쳇말로 ‘깨는 속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작금의 성추문을 꼽아보면 요즘도 통하는 속담이 아닌가.
영남지방에 많은 만리장성 설화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 왜 남의 나라, 그것도 2000년도 훨씬 넘는 중국 진나라 이야기가 이역만리 한반도에서 속담으로 전해졌을까.
한 가지 ‘만리장성 설화’가 주로 영남지방에 많다는 것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예컨대 경남 밀양군 삼랑진 단양면에서 전승된 ‘만어산 바위와 만리장성’ 설화는 “진시황이 만리성을 쌓을 때 만어재 고개를 회초리로 훌쳐 때려서 돌 끝이 전부 북쪽을 보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남 울주군 청량면에서 전하는 ‘진시황과 만리장성’ 이야기도 자못 생생하다.
어떤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내일이면 곧 만리장성 쌓으러 가야 했다. 그 부부에게 어떤 사람이 찾아와 밥을 달라고 했다. 부부가 먹고 있던 밥을 주니 ‘고맙다’하면서 ‘급할 때 쓰라’면서 말채를 선물로 주었다.
다음날 만리장성 현장으로 간 남편에게 시련이 닥쳤다. 진시황은 산더미 같은 바위를 굴려 성을 쌓도록 했는데, 돌로 말을 만든 뒤 사람들을 쭉 세워 그 돌로 된 말을 몰게 했다. 만약 말을 몰지 못하면 진시황이 죽였다.
이윽고 남편의 차례가 되었다. 남편은 선물로 받은 말채를 꺼내 말을 쳤다. 신기하게도 말이 움직였다. 이 남편의 말채 덕분에 돌이 쉽게 움직여졌고, 그 덕분에 만리장성도 쉽게 축성되었다.
'가시나'는 욕이 아니다
경북 고령군 개진면 반운리의 ‘마구할망과 만리장성’ 이야기도 있다. 만리장성의 축조는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많은 신선들이 진시황의 축성에 도움을 주었다. 먼 남쪽 나라에 마구할망도 도움 행렬에 합류했다.
할망은 거대한 돌을 힘들게 찾아 치마폭에 싸서 중국을 향해 날아갔다. 도중에 큰 함성이 들렸고, 자세히 들어보니 만리장성을 다 쌓았다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마구할망은 ‘이제 이걸 가져가도 소용이 없겠구나’하고 돌들을 마을 근처에 던져 놓고 가버렸다. 이 돌들은 논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깨어지고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다.
경북 경주 월성에서 채록된 ‘가시나’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즉 만리장성을 쌓는데 남자란 남자는 다 끌고 가니 데려갈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자꾸 남자를 보내라 하니 나중에는 할 수 없이 여자에게도 갓을 씌어 보냈다는 것이다.
그런 여자를 ‘가시나’라 했다는 것이다. ‘갓을 쓰고 간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시나’는 욕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시나’의 어원이 만리장성 축성과 관련있다는 이야기니 얼마나 재미있는가.
경상도로 이주한 진(秦)나라 사람들
여기서 수상한 해석이 나온다. 왜 경상도 지역에 유독 만리장성 설화가 많을까.
이수자씨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 진한조’를 언급한다.
辰韓在馬韓之東. 其耆老傳世. 自言古之亡人避秦役來適韓國.
진한은 마한의 동쪽에 있다. 진한의 노인들이 전하는 말이 있다. 옛날 진나라에서 있었던 노역을 피해 한국(진한) 땅으로 왔다.
진서(晉書) 동이전은 한술 더 떠 “진한 사람들은 스스로 진나라 유민들이며, 진나라 언어와 비슷하다.”고 했다.
辰韓在馬韓之東, 自言秦之亡人避役入韓, 韓割東界以居之, 立城柵, 言語有類秦人, 由是或謂之爲秦韓.
북사(北史) 신라전은 아예 “신라의 선조는 진한의 종자”라 규정했다.
新羅者, 其先本辰韓種也. 地在高麗東南, 居漢時樂浪地. 辰韓亦曰秦韓.
비단 중국 사료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 박혁거세조에도 등장한다.
前此, 中國之人, 苦秦亂, 東來者衆. 多處馬韓東, 與辰韓雜居.
기원전 20년(박혁거세 38년), 예전에 중국인들이 진(秦)의 난리를 괴로워하여 동쪽으로 온 자들이 많았다. (이들 중) 마한 동쪽에 자리 잡고 진한(辰韓)과 뒤섞여 산 경우가 많았다.
무슨 말인가. 진시황의 일으킨 만리장성 축성은 진나라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렸다. 만리장성 축성에 동원된 백성들 가운데 죽거나 도망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때 ‘바다 가운데로 가서 신선들을 찾아오라’는 진시황의 지시에 따라 수 천 명의 동남동녀(童男童女)를 데리고 신선을 찾아 동쪽으로 간 서불(徐市; 혹은 서복) 같은 이도 있었다. 지금 한반도 곳곳에 서불이 거쳐 갔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의 전설이 새겨져 있다.
또 진시황의 죽음(기원전 210년), 진승의 반란(기원전 209년), 항우와 유방의 다툼(기원전 209~202년)이라는 미증유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동북아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시쳇말로 민족 대이동의 격동기가 시작된 것이다.
삼국지와 삼국사기는 바로 진나라 말기의 혼란, 그리고 그 혼란을 피해 한반도, 그것도 한반도 영남지방으로 이주한 진나라 후예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만리장성 전설이 유독 영남지방에 많은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란 뜻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을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번 들어 둘을 얻음 또는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거양득(一擧兩得),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죄와 또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일벌백계(一罰百戒),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한결같은 참된 정성과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일편단심(一片丹心),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는다는 뜻으로 노력함이 없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확천금(一攫千金), 한 번 돌아보고도 성을 기울게 한다는 뜻으로 요염한 여자 곧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고경성(一顧傾城), 옷의 띠와 같은 물이라는 뜻으로 좁은 강이나 해협 또는 그와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접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일의대수(一衣帶水), 밥 지을 동안의 꿈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취지몽(一炊之夢), 화살 하나로 수리 두 마리를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취함을 이르는 말을 일전쌍조(一箭雙鵰),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사불란(一絲不亂), 하루가 천 년 같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일일천추(一日千秋),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생각과 성질과 처지 등이 어느 면에서 한 가지로 서로 통함이나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일맥상통(一脈相通), 한 번 던져서 하늘이냐 땅이냐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를 겨룸을 일컫는 말을 일척건곤(一擲乾坤),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 또는 문장이나 글이 명쾌함을 일컫는 말을 일사천리(一瀉千里), 하나로써 그것을 꿰뚫었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음 또는 막힘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일컫는 말을 일이관지(一以貫之),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 일어남이나 한편 기쁘고 한편 슬픔을 일컫는 말을 일희일비(一喜一悲),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으로 말을 이랬다 저랬다 함을 이르는 말을 일구이언(一口二言) 등에 쓰인다.
▶️ 夜(밤 야, 고을 이름 액)는 ❶형성문자로 亱(야, 액)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저녁 석(夕; 저녁)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亦(역, 야)의 생략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亦(역, 야)는 사람 몸의 양 겨드랑, 夜(야)는 하루를 사람의 몸에 비겨 그 옆구리에 달을 그린 모양으로 새벽녘을 이른다. 夕(석)은 月(월; 달)과 같다. 나중에 해질녘에서 새벽까지의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는데 낮에 대하여 밤은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❷회의문자로 夜자는 ‘밤’이나 ‘저녁 무렵’, ‘한밤중’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夜자는 夕(저녁 석)자와 亦(또 역)자와 결합한 모습이다. 亦자는 사람의 겨드랑이에 점을 찍어놓은 모습을 그린 지사문자(指事文字)이다. 夜자는 이렇게 겨드랑이를 가리키고 있는 亦자에 夕자를 더한 것으로 깜깜한 ‘어두움’을 뜻하고 있다. 금문에 나온 夜자를 보면 사람의 겨드랑이에 夕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두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夜(야, 액)는 성(姓)의 하나로 ①밤 ②저녁 무렵, 새벽녘 ③한밤중, 깊은 밤 ④침실 ⑤어두워지다 ⑥쉬다, 휴식하다 그리고 ⓐ고을의 이름(액) ⓑ진액, 즙(액)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밤 소(宵),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낮 주(晝)이다. 용례로는 밤중을 야반(夜半), 밤 사이를 야간(夜間), 밤중을 야중(夜中), 야광주 따위가 밤 또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내는 빛을 야광(夜光), 밤중을 야분(夜分),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밤의 경치를 야경(夜景), 밤에 하는 싸움을 야전(夜戰), 밤에 곡함을 야곡(夜哭), 밤에 하는 일을 야근(夜勤), 낮과 밤을 주야(晝夜), 깊은 밤을 심야(深夜), 어떤 일을 하느라고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것을 철야(徹夜), 한밤중을 반야(半夜), 깊은 밤을 중야(中夜), 가을 밤을 추야(秋夜), 새벽녘을 잔야(殘夜), 이슥한 밤을 모야(暮夜), 어젯밤을 전야(前夜), 한밤중에 몰래 도망함을 야반도주(夜半逃走), 수놓은 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다는 뜻으로 공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야행피수(夜行被繡), 밤에 시작하여 낮까지 계속함의 뜻으로 어떤 일을 밤낮으로 쉬지 않고 한다는 야이계주(夜以繼晝), 밤에 세상을 밝혀 주는 밝은 달을 야광명월(夜光明月), 밤에 대문을 닫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태평하여 인심이 순박하다는 야불폐문(夜不閉門) 등에 쓰인다.
▶️ 萬(일만 만)은 ❶상형문자로 万(만)의 본자(本字)이다. 가위나 꼬리를 번쩍 든 전갈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전갈이 알을 많이 낳는다고 하여 일 만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萬자는 ‘일만(一萬)’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萬자는 艹(풀 초)자와 禺(긴꼬리원숭이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萬자의 갑골문을 보면 앞발을 든 전갈이 그려져 있었다. 萬자는 본래 ‘전갈’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후에 숫자 ‘일만’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 이상 쓰이지 않고 있다. 萬자는 간혹 万(일만 만)자로 쓰일 때가 있는데, 이것은 중국 한나라 때 萬자를 생략해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간체자를 사용하는 중국에서는 万자를 ‘일만’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萬(만)은 (1)천(千)의 열 곱절. 9천999보다 1이 더 많은 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일 만(一萬) ②성(姓)의 하나 ③사천성에 있는 현(縣)의 이름 ④만무(萬無: 절대로 없음) ⑤대단히 ⑥매우 ⑦매우 많은 ⑧여럿 ⑨절대로 ⑩전혀 ⑪많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아주 멀고 오랜 세대를 만대(萬代), 온갖 일을 만사(萬事),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만일(萬一), 만일이나 혹시를 만약(萬若),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나 갖가지 수많은 물건을 만물(萬物), 온갖 물건의 형상을 만상(萬象), 썩 많은 돈을 만금(萬金), 매우 오래 삶을 만수(萬壽), 많은 복을 만복(萬福), 갖출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반(萬般), 온갖 것에 다 능통함을 만능(萬能), 경축하거나 환호하여 외치는 말을 만세(萬歲), 완전하여 조금도 빠진 것이 없는 것 또는 아주 안전한 것을 만전(萬全), 온갖 어려움을 만난(萬難), 썩 많은 돈을 만냥(萬兩), 썩 많은 햇수나 늘 한결같은 상태를 만년(萬年), 세계 각 나라의 국기를 만국기(萬國旗),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잘 됨을 만사여의(萬事如意), 모든 일이 잘 되어서 험난함이 없음을 만사태평(萬事太平),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잘 이루어짐을 만사형통(萬事亨通), 영원히 변하지 아니함을 만세불변(萬世不變), 아주 안전하거나 완전한 계책을 만전지책(萬全之策), 장수하기를 비는 말 만수무강(萬壽無疆) 등에 쓰인다.
▶️ 里(마을 리/이, 속 리/이)는 ❶회의문자로 裏(리)의 간체자이다. 裡(리)와 동자로 田(전; 밭)과 土(토; 토지)의 합자(合字)이다. 밭이 있고 토지(土地)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있는 곳을 말한다. 또 거리의 단위로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里자는 ‘마을’이나 ‘인근’, ‘거리를 재는 단위’로 쓰이는 글자이다. 里자는 田(밭 전)자와 土(흙 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밭과 흙이 있다는 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란 뜻이고 이런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니 里자는 ‘마을’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里자가 마을 단위의 소규모의 행정구역을 뜻했기 때문에 1리(里)는 25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마을을 의미했다. 또 里자는 거리를 재는 단위로 사용되기도 하여 1리는 약 400m의 거리를 말했다. 그래서 里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마을’이나 ‘거리’라는 의미를 함께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용한자에서는 주로 발음이나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里(리)는 숫자(數字) 다음에서 이(里)의 뜻으로 ①마을 ②고향(故鄕) ③이웃 ④인근 ⑤리(거리를 재는 단위) ⑥리(행정 구역 단위) ⑦속 ⑧안쪽 ⑨내면(內面) ⑩이미 ⑪벌써 ⑫헤아리다 ⑬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동네 방(坊), 마을 부(府), 골 동(洞),마을 촌(邨), 마을 촌(村), 마을 서(署), 마을 아(衙), 마을 려/여(閭), 마을 염(閻)이다. 용례로는 마을이나 촌락을 이락(里落), 일정한 곳으로부터 다른 일정한 곳에 이르는 거리를 이정(里程), 행정 구역의 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이장(里長), 벼슬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삶을 이거(里居), 동네의 어귀에 세운 문을 이문(里門), 마을으로 지방 행정 구역인 동과 리의 총칭을 동리(洞里), 고향이나 시골의 마을을 향리(鄕里), 천 리의 열 갑절로 매우 먼 거리를 만리(萬里), 십 리의 백 갑절로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천리(千里), 상하로 나눈 마을에서 윗마을을 상리(上里), 아랫마을을 하리(下里), 해상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를 해리(海里), 남의 고향에 대한 미칭을 가리(珂里), 자기가 살고 있는 동리를 본리(本里), 북쪽에 있는 마을을 북리(北里), 지방 행정 단위인 면과 리를 면리(面里), 사방으로 일 리가 되는 넓이를 방리(方里),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리(山里), 풍속이 아름다운 마을을 인리(仁里), 다른 동리나 남의 동리를 타리(他里),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상황을 알 길이 없음을 오리무중(五里霧中), 붕새가 날아갈 길이 만리라는 뜻으로 머나먼 노정 또는 사람의 앞날이 매우 요원하다라는 붕정만리(鵬程萬里),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을 일사천리(一瀉千里),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바다와 육지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음을 수륙만리(水陸萬里) 등에 쓰인다.
▶️ 城(재 성)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成(성)으로 이루어졌다. 成(성; 이루어지다)은 盛(성; 수북하다), 整(정; 일치하다, 정리되다)과 뜻이 통한다. 城(성)은 흙을 높이 쌓아 방벽을 지어 백성을 지키다의 뜻으로, 적군이 쳐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올린 큰 담, 성곽(城郭)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동네 전체를 성벽으로 에워싸기 때문에 동네를 성시(城市)라 한다. ❷회의문자로 城자는 ‘성’이나 ‘도읍’, ‘나라’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城자는 土(흙 토)자와 成(이룰 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성(城)은 적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높은 장벽을 말한다. 고대의 도시들은 대부분이 흙을 쌓아 만든 장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城자에 쓰인 土자는 그러한 뜻을 전달한다. 그러니 城자는 성벽을 쌓고 창을 들어 지킨다는 뜻이다. 그래서 城(성)은 (1)적군(敵軍)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올린 큰 담. 성곽(城郭) (2)카프카(Kafka, F.)의 미완성(未完成) 장편소설(長篇小說) 등의 뜻으로 ①재(높은 산의 고개) ②성(城) ③도읍(都邑), 나라, 도시(都市) ④무덤, 묘지(墓地) ⑤구축하다, 성을 쌓다 ⑥지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성의 주인을 성주(城主), 성의 담벼락을 성벽(城壁), 성을 새로 쌓거나 또는 고쳐 쌓는 일을 성역(城役),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성의 둘레에 깊게 파 놓은 연못을 성지(城池), 내성과 외성을 아울러 일컫는 말을 성곽(城郭), 성의 출입구에 있는 문을 성문(城門), 성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키는 것을 농성(籠城), 성문을 엶을 개성(開城), 흙으로 쌓아 올린 성루를 토성(土城), 높은 성을 고성(高城),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성이나 도시를 공성(空城), 성 밖에 겹으로 쌓은 성을 외성(外城), 수령과 백성 사이의 신분과 권리 상의 한계를 성화지분(城化之分), 수도의 성 밑까지 적군의 공격을 받아 할 수 없이 강화를 맹세하고 굳게 약속한다는 성하지맹(城下之盟),성곽에 사는 여우와 사단에 사는 쥐라는 뜻으로, 임금 곁에 있는 간신의 무리를 이르는 말 성호사서(城狐社鼠)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