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유럽의 서킷은 이른바 실버 애로우로 불린 독일산 경주차들이 몰고온 돌풍 앞에 숨을 죽였다. 나치정권의 자금후원을 받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토우니온은 전통적 기술의 숙성(벤츠)과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 도전(아우토우니온)이라는 서로 다른 접근방식으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화려한 전적과 명예를 얻었다. 아우토우니온에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이 전통을 꿋꿋이 지켜 온 아우디는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르망 24시를 제패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디젤 엔진으로 르망 우승을 차지해 다시 한번 정상급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잘 나가는 아우디가 올 파리 오토살롱에 본격 미드십 스포츠카 R8를 전시해 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우디의 첫 양산형 미드십 쿠페
2000년부터 2005년(2003년은 벤틀리)까지 르망을 독주한 아우디 경주차의 이름이 R8. 올 디젤 경주차에 R10이라는 이름이 붙자 새 미드십 쿠페는 R9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기도 했으나 아우디는 R8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이름이 어찌 되었든 R8이 아우디 첫 양산 미드십 쿠페로서, 까마득한 선배 스포츠카들에 발칙한 도전장을 던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우디 미드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실버 애로우의 주역이었던 아우토우니온 그랑프리카를 만난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는 벤츠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드십 구성을 선택했고 타입A에서 타입D까지의 경주차들이 1930년대 서킷을 호령했다. 7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 나온 R8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사실 타입A가 태어날 당시 아우디는 아우토우니온이라는 이름의, 4개 중소 메이커가 뭉친 후발 메이커에 불과했다. 이런 태생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고자 혁신적인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현대의 R8도 마찬가지. 스포츠카로 치면 아우디는 페라리, 포르쉐, 애스턴마틴 등에 한참 뒤진 후발 주자지만 르망 5승이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경량 알루미늄 섀시에 420마력의 V8 직분사 엔진, 4WD 시스템을 얹어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라이벌로 태어났다.
R8의 스타일은 2003년 발표된 컨셉트카 르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드십다운 낮은 노즈에 어울린 싱글 프레임 그릴과 먹이를 찾는 듯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램프 등이 그것이다. LED를 촘촘히 두른, 독특한 눈매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야간조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옆모습은 전형적인 미드십 구성. 헤드룸 확보를 위해 윈드스크린을 앞으로 당기고, 그린하우스를 여유 있게 디자인하는 한편 컨셉트카와 마찬가지로 엔진룸 위에 투명 창을 달아 고동치는 심장을 언제라도 들여다볼 수 있다. 캄캄한 밤중에 엔진 자랑을 하고 싶다면 엔진룸 조명등을 선택하면 된다.
은색이던 도어 뒷부분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컨셉트카는 섀시 소재인 알루미늄을 드러내기 위해 은색을 사용했지만 양산차는 카본 패널로 변경되었기 때문. 섀시는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수퍼카에 어울리도록 엔진 주변과 운전석 곳곳에는 카본파이버 컴포지트를 사용했다.
리어윙은 보디라인에 꼭 맞게 수납되어 있다가 속도가 빨라지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범퍼 아래 디퓨저와 어울려 적절한 다운포스를 만들고, R10과 이미지를 통일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아래에 대형 에어벤트를 마련했다.
성능과 연비의 극적인 조화, V8 FSI
운전자 중심의 대시보드와 D컷 스티어링 휠 등 인테리어도 컨셉트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내비게이션용 7인치 LCD 모니터와 MMI 컨트롤러를 센터페시아에 넣고, 공조장치는 3개의 회전식 노브와 꼭 필요한 스위치만 달았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상당부분을 카본으로 장식하고(피아노 피니시도 있다) 스포츠 시트는 가죽과 알칸타라의 콤비네이션. 콰트로 GmBH에서 제작한 두 개의 버켓시트 뒤에는 골프백 2개가 들어가는 여유공간을 마련했다.
엔진은 RS4에 사용되는 V8 4.2ℓ DOHC. 직분사 자연흡기 엔진으로 고출력과 직접적인 반응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회전형 유닛으로 완성했다. 420마력의 최고출력이 나오는 지점은 대부분의 양산 엔진이 연료분사를 끊어 버리는 7천800rpm. 레드라인은 무려 8천250rpm에 이른다. 43.9kg·m의 최대토크를 4천500~6천rpm 영역에서 뽑아내고, 그 중 90%가 3천500~7천600rpm에서 나온다.
경주차에나 쓰이는 드라이섬프 윤활 시스템을 사용해(바닥에 오일팬이 없다) 엔진 블록을 내려 무게중심을 낮추었다. 윤활성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롤링을 줄이고 코너링 스피드를 확보하는데 효과적인 설계다. 변속기는 수동 6단과 자동 6단 두 가지. 자동 변속기는 수동 모드와 아우디 고유의 플리퍼를 갖추어 재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경량 고강성의 알루미늄 섀시는 V8 엔진, 네바퀴굴림과 어울려 0→시속 100km 가속 4.6초의 순발력과 299km의 최고시속을 자랑한다.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 사이에는 최고시속을 250km로 제한하는 신사협정이 있지만 깨진 지 오래. 메르세데스-벤츠의 SLR 맥라렌이나 BMW가 기획 중인 수퍼카 역시 시속 300km를 넘는다.
단조 알루미늄 암을 사용하는 앞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단단한 댐퍼와 스프링을 달아 고성능과 승차감의 조화를 이뤄냈다. 이런 특성을 살리기 위해 TT에서 선보인 마그네틱 라이드 어댑티브 댐퍼를 도입했다. 오일에 미세한 자성체를 섞고, 피스톤에 전자석을 달아 자기장 제어를 통해 댐핑력을 순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크루징 때는 부드럽게, 코너링 때는 단단하게 차의 움직임에 따라 최적의 댐핑력을 선택할 수 있다.
수퍼카 메이커로 등극하는 아우디
새로운 6스포크 휠은 18인치가 기본, 19인치가 옵션이다. 타이어는 235/40 뒤 285/35 사이즈. 스티어링에는 유압 파워 시스템이 달렸다. 오디오는 A8에서 손발을 맞추었던 B&O가 또 다시 솜씨를 부렸다. 12개의 스피커를 통해 465W의 출력을 쏟아내고, 주변 소음에 맞춰 볼륨이 자동조절된다. 뒷시야가 좁은 특성을 감안해 고성능차임에도 후방 카메라와 파킹 경고장치를 준비했다.
포르쉐 911 터보와 페라리 F430, 애스턴마틴 V8, BMW M6 등이 R8의 라이벌. 자회사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V10 엔진을 트윈터보로 보강한 600마력 버전의 RS8이 추가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제 아우디가 수퍼카 브랜드로 자린 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첫댓글 꺄~악...너무 멋있네요^^ 지나가다 한번이라도 꼭 봤으면 좋겠네요!! 다시 보고 3년 뒤엔 이 차를 사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사고싶다..ㅠㅠ
쥑이네요~ 이래서 아우디를 사랑한다는~
" 3년 뒤엔 이 차를 사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저는 차보다 이 말이 너무 부럽네요. 저는 한 20년 후에나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20년 후엔 중고차 가격이 얼마 되지 않겠지요?? ^.^
최원준님은 결혼하셨죠? 전 결혼이 아~예 생각이 없는 독신주의자라 계획하고 있는 것들 중의 1순위는 비밀이고 2순위가 마음에 드는 차는 다 타보자거든요, 3년으로 하니까 맞더라구요, 첫번째 사면서도 두번째 차를 3년뒤에 사겠다고 결심했는데 그렇게 됐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되더라구요^^ 부양가족이 있으신 분들은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당장 엄마나 아내가 되면...꿈이라도 꿀 수 있을지...^^
흐미 갖고 싶네요. 가격이 궁금 ............
가격이 1억 4천5백만원이었던 것 같은데...잘 기억이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