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이후에야 한다는 뜻으로, 본질이 있은 연후에 꾸밈이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繪 : 그림 회(糹/13)
事 : 일 사(亅/7)
後 : 뒤 후(彳/6)
素 : 흴 소(糸/4)
출전 : 논어(論語) 팔일(八佾)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손질한 이후에 채색(彩色)을 한다는 뜻으로, 그림을 그릴 때 흰색을 제일 나중에 칠하여 딴 색을 한층 더 선명(鮮明)하게 한다는 말이다. 사람은 좋은 바탕이 있은 뒤에 문식(文飾)을 더해야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논어(論語) 팔일(八佾)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子夏問曰; 巧笑倩兮, 美目盼兮, 素以為絢兮. 何謂也。
자하(子夏)가 공자에게 물었다. “아름답게 웃는 모습, 살짝 움직이는 보조개, 아름다운 눈은 흑백이 분명하니, 흰 바탕 위에 찬란한 색깔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子曰; 繪事後素。
공자가 말했다. “먼저 흰 바탕을 마련다음에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子夏曰; 禮後乎。
자하가 말했다. “그렇다면 예(禮)는 나중입니까?”
子曰; 起予者商也. 始可與言詩已矣。
공자가 말했다. “나를 계발해 주는 사람은 너로구나. 비로소 너와 함께 시(詩)를 말할 수 있게 되었구나.”
[논어집주]
繪事; 그림을 그리는 일(繪畫之事也).
後素; 바탕의 뒤(後於素也).
고공기왈, “그림 그리기는 바탕을 이룬 뒤 하는 것이다.”
考工記曰; 繪畫之事後素功。
먼저 흰 곳으로 바탕을 만들고 그 뒤 오채(五采; 靑,黃,赤,白,黑)로 칠을 하는 것은, 마치 사함이 가진 아름다운 바탕 위에 문식(文飾; 겉을 꾸미는 것)을 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謂先以粉地為質, 而後施五采, 猶人有美質, 然後可加文飾。
예(禮)가 반드시 충(忠)과 신(信)으로서 그 바탕을 삼는 것과 같이, 그림 그리기에서도 반드시 흰 바탕을 먼저 하는 것과 같다.
禮必以忠信為質, 猶繪事必以粉素為先。
⏹ 공자와 흰색의 비밀
공자가 말한 회사후소(繪事後素)는, 주자가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2000년 뒤의 우리가 엉터리로 쓰고 있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주자는 '논어집주'에서 흰색이 있고난 다음에야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로 풀었습니다. 주희의 말은 그럴 듯해 보입니다. 흰 종이가 있어야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바탕이 깨끗해야 그림이 잘 나온다. 그러니 마음 바탕을 잘 닦아라.
하지만 그건 그냥 작위적인 교훈일 뿐입니다. 논어(팔일편)를 볼까요?
자하가 물었다. "귀여운 웃음 보조개 짓고, 고운 눈동자 흑백이 분명하니, 흰 것으로 광채를 내도다. 하니 무슨 말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회사후소(繪事後素)로다."
자하가 말하였다. "예가 맨 뒤로 온다는 말씀이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를 깨우치는 자, 상이로다. 비로소 더불어 시를 말할 수 있겠구나."
공자와 자하는 시에 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자하는 위나라 사람이라 위나라 노래의 가사(衛風)를 인용했습니다.
이 노래는 시경에 석인(碩人; 늘씬한 여인)으로 소개된 시입니다. 고운 눈이 또렷하니 흰색 때문에 더 빛난다는 구절에 대해 물은 것입니다. 왜 그런가요?
공자는 원래 그림은 흰색이 마지막으로 받쳐줘야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야. 아하, 흰색은 그러니까 예절같은 것이군요. 공자는 원리만 말했는데, 자하는 그것의 응용까지 설명해 낸 것이지요. 그러니까 공자가 '너랑은 시를 논할 수 있겠군'이라 칭찬해 준 것입니다.
화장발이 멋지려면 마무리를 흰 분으로 잘 정리해야 한다. 색이 없는 흰색은 모든 색을 갖추게 하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예의는 그래야 한다.
이것을 주자는 '그림 그리기 이전에 흰 바탕이 먼저 있어야 한다'를 풀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주자시대에는 수묵화가 유행이었기에 흰 바탕 위에 그리는 게 중요했고, 공자시대에는 종이가 없었고 피륙이나 대나무 위에 그렸기에 채색을 먼저하고 그 마지막에 흰색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물감 그림을 그릴 때 흰 물감과 검은 물감으로 음영과 양감을 주는 이치와 비슷하겠지요. 흰색이 바탕을 이루는 점에서는 같지만, 원 바탕이냐 아니면 마무리냐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작은 것은 아닙니다.
바탕이 희어야 한다는 것은 타고난 것에 대한 칭찬이 되기 쉽지만 흰 것의 마무리는 소박함이 인격을 완성하며 그 하얀 영혼이 삶의 끝까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자의 뜻보다 공자의 뜻이 훨씬 좋습니다.
⏹ 회사후소(繪事後素)
글자 뜻대로 풀이하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소(素)한 다음'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 말은 사람도 이처럼 먼저 바른 바탕을 갖춘 뒤에 형식을 더해야 한다는 뜻으로 쓴다. 형식적인 예(禮)보다는 그 예의 본질인 인(仁)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회사후소(繪事後素)는 그림은 먼저 바탕을 손질한 후에 채색한다는 뜻으로,
사람은 좋은 바탕이 있은 뒤에 문식(文飾)을 더해야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그림을 벽이나 나무판에 그렸다. 그냥 맨바탕에 그림을 그리면 채색이 겉돌아 스며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에는 먼저 화면을 희게 칠하여 바탕을 갖춘 뒤에야 색칠을 할 수 있었다. 회사후소(繪事後素)는 이것을 설명한 말이다.
소(素)는 흰빛을 나타낸다. 생사(生絲)로 짠 명주의 물들이지 않은 본래의 빛깔을 말한다. 그래서 소(素)에는 '바탕' 또는 '본디'의 뜻도 있고 '평상시'의 뜻도 있다.
소망(素望)은 평소에 품고 있던 바람을 말하고, 소박(素朴)은 꾸밈없이 순박하다는 뜻이다. 소복(素服)은 흰 옷을, 소설(素雪)은 흰 눈을 말한다.
소질(素質)은 타고난 본바탕을, 소재(素材)는 예술 작품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뜻한다. 또 소심(素心)은 평소에 품은 뜻을, 소식(素食)은 평소에 먹는 음식을 가리킨다.
이 말은 논어(論語)의 팔일(八佾) 편
공자의 제자인 자하와 공자의 대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하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름답게 웃는 얼굴에 보조개가 예쁘네(巧笑倩兮). 아름다운 눈의 맑은 눈동자가 선명하구나(美目盼兮). 흰비단으로 광채를 내도다(素以爲絢兮).
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何謂也)?"
공자가 답하기를,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을 마련해 놓고 난 뒤에 한다(繪事後素)."
자하가 다시 물었다. "예가 나중이라는 말씀입니까(禮後乎)?"
공자가 말했다. "나를 일깨워주는 사람은 상이로구나(起予者, 商也). 비로소 그와 함께 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始可與言詩已矣)."
자하의 질문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옛 시(碩人; 詩經衛風), 위나라 군주부인
장강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노래의 한 구절에 대한 질문이었다.
소이위현혜(素以爲絢兮)란 본래 비단 바탕에 채색한다는 말인데, 제자 자하가, “흰비단으로 광채를 낸다.”라고 잘못 안 것이다.
공자는 자상히 일러준다. “그림 그리는 일은 먼저 바탕이 있는 뒤에 색을 칠해 다듬는 것이다.”
자하는, “예 알겠습니다. 예(禮)가 뒤라는 말씀이군요.”라는 답에 공자는 크게 성숙한 소견에 흐뭇해 하면서, “나를 일으키는 자가 자하로다.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詩)를 말할 수 있게 되었구나.” 라고 덧붙인다.
공자의 말은 동양화에서 하얀 바탕이 없으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마음의 바탕이 없이 눈과 코와 입의 아름다움만으로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밖으로 드러난 형식적인 예(禮)보다는 그 예의 본질인 인(仁)한 마음이 중요하므로, 형식으로서의 예는 본질이 있은 후에라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자하에게 유교에서 말하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5가지 기본 덕목인 오상(五常) 중 가장 으뜸되는 기본 덕목은 인(仁)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어진 성품, 곧 인(仁)을 갖춘 뒤에라야 진정한 예를 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람이 어질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회사후소(繪事後素)의 깨달음처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본 바탕을 희게 한 후에 비로소 가능하듯,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도 본 바탕을 바르게 한 후에 가능하겠다.
삶에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회사후소(繪事後素)의 마음으로 근본을 새로이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碩人 / 詩經衛風
(훌륭하신 분 / 시경위풍)
碩人其頎(석인기기) : 훌륭하신 분 훤칠하시고
衣錦褧衣(의금경의) : 비단 깃틀무늬 옷을 입으셨다
齊侯之子(제후지자) : 제나라 임금의 자식이요
衛侯之妻(위후지처) : 위나라 제후의 아내요
東宮之妹(동궁지매) : 제나라 태자의 누이고
邢侯之姨(형후지이) : 형나라 제후의 이모요
譚公維私(담공유사) : 담나라 제후가 형부이시다
手如柔荑(수여유이) : 손은 부드러운 띠 싹 같고
膚如凝脂(부여응지) : 피부는 엉긴 기름같이 윤택하지요
領如蝤蠐(령여추제) : 목은 흰 나무벌레 같고
齒如瓠犀(치여호서) : 이는 박씨같이 가지런하지요
螓首蛾眉(진수아미) : 매미 이마에 나방 같은 눈썹이고
巧笑倩兮(교소천혜) : 쌩긋 웃는 예쁜 보조개
美目盼兮(미목반혜) : 아름다운 눈이 맑기도 하여라
碩人敖敖(석인오오) : 훌륭하신 분 날씬하시고
說于農郊(설우농교) : 도성 밖에 머물러 사신다
四牡有驕(사모유교) : 수레 끄는 네 필 말은 장대하고
朱幩鑣鑣(주분표표) : 붉은 끈을 감은 재갈은 아름답고
翟茀以朝(적불이조) : 꿩깃 덮개 덮고 조정에 간다
大夫夙退(대부숙퇴) : 대부들아 일찍 불러나
無使君勞(무사군로) : 임금님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
河水洋洋(하수양양) : 강 불은 넘실거리고
北流活活(북류활활) : 북쪽으로 콸콸 흘러간다
施罛濊濊(시고예예) : 물 깊은 곳에 고기 그물 던지면
鱣鮪發發(전유발발) : 잉어와 붕어 파닥거리고
葭菼揭揭(가담게게) : 갈대와 풀달이가 길게 자란다
庶姜孼孼(서강얼얼) : 따라온 여인들 곱기도 하고
庶士有朅(서사유걸) : 수행관원들도 늠름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