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해와 달과 별이 빛나는 우주를 품는다
휘파람에 가사를 얹어 노래하는 사람들
쿠스딜리, 새의 언어 휘파람 언어를 구사하는 민족은 더러 있지만
쿠스딜리만큼 정교한 구어 체계를 갖춘 언어는 없다고 한다.
튀르키예 북부 폰틱(Pontic) 산맥 고지대 마을 쿠스코이(Kuşköy)의 주민들은
휘파람으로 소통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근황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저런 상의도 가능하고,
튀르키예 국가(國歌)를 휘파람에 가사까지 얹어 합창할 수도 있다.
그들의 언어 ‘쿠스딜리(kuş dili, 새의 언어)’는 인류가 구사하는 가장 높은
주파수대(4,000Hz) 언어로, 일반적인 언어보다 훨씬 멀리 수km 너머와도 소통할 수 있다.
쿠스코이 주민들은 주로 비탈에서 차밭을 일구고 헤이즐넛 과수원을 운영한다.
비탈길을 고되게 왕래하기 힘들었던 주민들은 알려진 바
약 400년 전부터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썼고,
점차 어휘가 늘면서 지금처럼 정교하고 독창적인 구어체계를 구축했다.
아이들은 밭일을 거들며 자연스럽게 쿠스딜리를 익혔다.
혀의 위치와 숨의 크기 등으로 소리의 강약과 고저장단을 조절하는
쿠스딜리는 20세기 말에야 세상에 알려져 언어학계 등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인 뇌의 언어 처리 영역과 달리 쿠스딜리 사용자들의 뇌는 발화
시 언어영역과 음악영역이 함께 활성화된다고 한다.
바깥세상의 뜻밖의 관심에 고무된 주민들은 1997년부터 매년 5월 하루를 정해
‘새 언어(Bird language) 문화 예술 축제’를 연다.
제시된 구문을 가장 정확히 구사하는 이들에게 포상도 한다.
관광객도 더러 있어 주민들은 폐교를 숙박시설로 개조했다.
2012년 마을을 방문한 에르도안 당시 대통령에게 주민들은 새 언어로
“우리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유네스코는 2017년 쿠스딜리를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쿠스딜리도 위기를 맞이했다.
마을 학교는 ‘새 언어’ 선택과정을 마련했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 쿠스딜리 사전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쿠스딜리를 아끼는 이들은
"휴대폰은 방전되거나 고장 나면 무용지물 아니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그러나 새의 언어 휘파람 언어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가슴에 감동을 주는 휘파람으로 소통한다.
새 언어도(휘파람) 삶을 긍는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리.
가슴을 감동 시키는 휘파람 언어는 아름다운 소통이다
외로움과 눈물과 가난 속에서도 노래의 신명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은
온갖 슬픔에 젖어 울어보았기 때문이리.
시인은 사람과 우주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기에
저 바닥 민중과도 연대하고 공감과 자비를 나눌 수 있네.
몇 개의 모음과 자음으로 세운 언어의 오두막에 살지만
해와 달과 별이 빛나는 우주를 품을 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