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최원영 기자] 임동혁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것은 팀에 헌신하고픈 그의 진심이었다.
지난 2015년 10월, 최연소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당시 만 16세였던 제천산업고 1학년 임동혁이었다.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된 그는 어엿한 유스대표팀 주축으로 성장했다.
임동혁을 포함한 남자유스대표팀은 올해 4월 미얀마에서 열린 아시아유스선수권 대회에서 12년 만에 준우승을 일궈냈다(우승 일본). 매 경기 압도적인 득점력을 선보인 임동혁은 베스트 아포짓 스파이커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떨쳤다.
아시아 대회에서 상위 4팀에 속한 한국은 세계유스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세계 대회는 이달 18일부터 27일까지 바레인에서 개최된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7월 10일 소집돼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3일 KB손해보험과 연습게임에 앞서 만난 임동혁은 “(김)선호와 (국)모세가 새로 팀에 합류했다. 배구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고 화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박원길) 감독께서도 그 부분에 신경 쓰셨다”라며 운을 띄웠다.
팀에서 공격 비중이 무척 컸던 그였기에 몸 상태가 궁금했다. 임동혁은 “아시아 대회 끝나고 허리 부상도 있었고 몸이 여기저기 아팠다. 하지만 선수들 중 몸이 완전한 선수는 없다. 누구든 부상 하나씩은 달고 있다. 그걸 핑계로 팀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걸 하나하나 견뎌내야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다들 아파도 티 내지 않고 밝게 훈련 중이다”라며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박원길 대표팀 감독도 임동혁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공격에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계 대회에는 윙스파이커 김선호를 발탁했다. 김선호는 대표팀 주전 세터인 최익제와 같은 남성고 소속이라 호흡이 아주 좋은 편이다.
이에 관해 임동혁은 “아시아 대회 때 (이)준이, (임)성진이가 내 뒤를 잘 받쳐줬다. 선호도 처음 대표팀에 들어온 것이지만 공격, 수비 등 여러 면에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전력이 더 강화됐다고 느낀다.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임동혁은 보완하고 싶은 점이 많다고 했다. “수비를 더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기본기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수비에도 힘쓰겠다”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시아 대회를 마치고 임동혁은 남몰래 칼을 갈았다. “대회 초반엔 기분이 무척 좋았다. 팀 주포로서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면 이길수록 부담이 커졌다. 결승에 올랐을 땐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체력이 너무 많이 소진돼 일본과 결승전에서 본래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 했다. 그게 정말 한이 맺히고 후회스러웠다.”
그렇기에 세계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더욱 비장하다. “이번에는 지치지 않고 끝까지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아시아 대회 초반에는 불안한 경기력 때문에 고전했다. 세계 대회에서는 처음부터 확실히 집중해 잘하고 싶다. 8강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선수들이 대부분 3월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간다면 원했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