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브이글로벌 관련 회사 앞. 채혜선 기자지난 9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브이글로벌’ 관련 회사 앞.
중장년으로 보이는 사람 여럿이 건물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건물 주차장에는 벤츠·BMW·재규어 등 고급 수입차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건물 출입구 앞에는 “관계자 외 출입을 금하며, 사전 동의 없이 무단출입하면 법적 조치하겠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사건추적]
브이글로벌의 대표 이모씨는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 등의 혐의로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의 대표 이씨 등 운영진 4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건물로 들어가던 한 중년 여성은 “대표님이 구속되신 적 없다”고 했다.
브이글로벌 운영진, 검찰 송치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씨 등은 거래소 회원 가입 조건으로 600만 원짜리 계좌를 최소 1개 이상 만들도록 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약 9개월 동안 회원 5만2000여명을 모집했다. 입금 받은 돈은 2조 2100억여원 규모다.
경찰은 이씨 등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미끼로 사실상 다단계 사기를 벌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가상자산에 투자해 수개월 내로 투자금 3배인 18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겠다” “다른 회원을 유치하면 소개비 120만원을 주겠다”고 하는 등 각종 수당 지급을 명목으로 회원을 끌어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형적인 다단계 범죄”라는 게 경찰 주장이다.
“선동열급 ‘선수’ 개입…피해 커질 수밖에”
브이글로벌 사이트는 현재도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사진 브이글로벌 캡처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과거에도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고 한다. 다단계 구조를 띤 이들 세계에서 이른바 ‘체어맨’으로 불리며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 3분의 1 이상은 동종 전과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야구로 치면 그 바닥 선동열·오승환 같은 최고의 ‘선수’들이 개입했다. 그러다 보니 피해 규모 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회원은 전국에 있는 센터와 유튜브·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모였다. 한때 회원 수가 8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돈을 손에 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하위 등급이 전체 회원 수의 82%를 차지한다”이라며 “밑에 있는 서민 등골 빼서 위에 있는 귀족들이 다 챙겨간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투자한 가상자산은 25분의 1 수준으로 토막 났다고 한다. 100만원을 투자했으면 4만원밖에 못 돌려받는 셈이다. 피해자 A씨는 “투자 권유를 할 때 그들이 ‘대표 이씨가 재벌 손자이니 절대 망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황당한 거짓말로 안심시켰다”며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계속 안심시키려고 한다. 이제는 간판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상위 등급, “우리도 당했다”…경찰 “계속 수사”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조직 내 체어맨 등급인 김모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도 완벽히 속았다”며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8일 중앙일보와 만났을 당시엔 “현금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투자를 권유했기 때문에 처벌할 죄목이 없다. 유사수신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무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이글로벌의 한 센터장은 “수사 관련해선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암호화폐도 유사수신을 하기 위한 증표이기 때문에 다단계로 투자자를 꾀어냈다고 본다. 이미 처벌받은 동종 판례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체어맨 등 최상위 회원 50명도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최근 암호화폐 관련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 전 반드시 법인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거래소 정보가 분명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아울러 확정적인 수익을 약속한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