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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융크 저자(글) · 이충호 번역
다산사이언스 · 2023년 12월 15일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 중 하나.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새롭고 가치 있는 정보가 넘치는 책이다.”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전 세계적으로 반핵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세계인들을 핵 시대의 시작과 핵무기 경쟁에 눈 뜨게 했다”
-국제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전 세계 반핵 운동의 기폭제가 된 20세기 최고의 과학 고전!
-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될 단 한 권의 책!원자폭탄 제작 관련 기록영화를 위해서 원자과학자들을 인터뷰하던 로버트 융크는 자신이 매우 중요한 책을 쓰고 있음을 깨달았고, 곧 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그것이 바로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이다. 이 책은 원자폭탄을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들의 개인적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원자과학자들의 관점에서 원자폭탄의 탄생과 투하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1, 2차 세계 대전의 역사를 당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복원한 것이다.
1956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은 2년 후인 1958년 영어로 번역해 출간되었고,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유대인인 융크가 이 책에서 하이젠베르크를 필두로 한 독일의 핵과학자들을 인류애를 위해 핵폭탄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이에 반해 미국 측 핵과학자들은 승리를 위해 핵폭탄을 개발했다는 식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융크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일어날 것을 뻔히 예측하면서도 전쟁의 승리를 위해 무기를 개발한 과학자들의 도덕성을 향해 날카로운 물음을 던졌다. 융크의 이러한 도발적 주장은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 측 사람들에게 큰 반발을 일으키며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과학자들의 윤리 문제에 관한 논쟁에서부터 반핵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운동을 촉발시켰다.
물론, 90년대 이후 발표한 연합군 측 문서에 의하면 하이젠베르크가 도덕적인 이유로 핵폭탄을 개발하지 않은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하지만 융크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발견에 대한 희열로 가득했던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원자폭탄 투하라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무엇을 놓쳤는가에 대한 통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도덕성 여부를 불문하고서라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융크가 책에서 던진 질문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이득이나 효율 그 이상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하여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개인의 역사가 모이면 시대의 역사가 된다
- 최선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의문 이 책은 제1차 세계 대전의 마지막 해인 1918년 실험에 성공해 이듬해인 1919년 《철학 잡지》에 발표된 러더퍼드의 연구 결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는 정치, 신학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는 과학자들의 불문율이 있었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 그리고 러더퍼드가 있던 런던에서 물리학자들이 원자과학의 황금기를 일궈낸 괴팅겐의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 코펜하겐과 파리, 빈, 레닌그라드를 거쳐 시카고의 7인의 과학자가 원자폭탄의 사용을 막기 위한 탄원서를 쓰기까지 각지의 서로 다른 분위기의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책은 거대한 서사를 이루고 있는데, 제1차 세계 대전의 마지막 해인 1918년부터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을 중심으로 바르샤바 동맹 체제를 구축하면서 냉전이 심화되었던 1955년까지의 일을 다룬다. 전쟁의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에 과학계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따라서 정치적으로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각 국가들이 어떻게 핵무기 개발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전쟁억지력 개념이 생겨난 이래 냉전 시대에 핵무기가 전쟁억지력의 주체가 된 구체적인 정황이 무엇인지 포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가 거시적인 정치, 세계사가 아닌 제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는 연구 성과를 자유롭게 서로 교환하며 지내던 국제적 동업자 관계였다가 전쟁이 일어나자, 미국과 독일, 그리고 러시아 등 당시 전쟁국가로 뿔뿔이 흩어져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소속되었던 과학자들 개인의 이야기이다. 그 어떤 것도 자기 신변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을 때, 아끼는 제자, 혹은 친구가 적국에 협력했다는 혐의를 받았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실험실에서 사고가 났을 때 동료 과학자들 여럿을 살리는 대신 자신을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도망쳐서 혼자 살아남을 것인가?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어긋남, 이제는 적국이 된 동료 과학자의 연구실에서 알게 된 하우드스밋의 비극, 오펜하이머 개인의 야망과 정부 관계자의 이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끼는 제자를 잃은 스승의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그 밖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경한 과학자들의 하나같이 드라마틱한 개인의 역사가 책 속에 빼곡하게 펼쳐진다.
“사실은 허구보다 낯설다”
-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기록한 최초의 논픽션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부제가 암시하듯이, 이 책은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인 역사를 풀어낸 책이다. 핵무기 개발 관련 기록영화 제작을 위해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융크는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했고, 과학자들 각각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기술된 모든 페이지가 오늘날에도 바로 어제 일처럼 다가온다. 융크의 칼럼집 『지식 중개인(Der Wissensvermittler)』에 함께 실린 그의 아들 피터 스테판 융크(Peter Stephan Jungk) 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집필할 당시 상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 수 있는데, 로베르트 융크의 첫 계획은 이를 바탕으로 원자폭탄 개발을 다룬 최초의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역사를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는 몇몇 인터뷰 당사자들의 말과, 저자 스스로도 “사실은 허구보다 낯설다”는 것을 깨닫고 허구 대신 사실을 기술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기밀로 취급되던 문서들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공개되고 있지만, 저자가 책을 집필한 시기는 전쟁이 끝난 거의 직후였으므로 냉전 국가의 자료까지는 제대로 참조할 수 없었다. 또한 이번 한국어판에 삽입된 하이젠베르크가 보낸 편지 역시 초판본에는 실려 있지 않았으나 덴마크어 판본을 번역 출간하면서 새로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 한계는 다양한 주인공들의 즉각적인 기억들로 크게 보완된다. 동시에 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와 자원으로 복잡하고 다중적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서술함으로써 오늘날 반핵이라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 대해 다룬 귀중한 증언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현대사에 대한 그의 기술과 감상은 매우 일관되고 분명하다. 융크는 “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현대 기술의 인간화를 향한 노력이다”라고 말한다.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는 과학자 공동체가 지구를 살릴 만한가? 우리가 만든 화학 물질과 방사성 물질을 처분할 의지가 있는가? 화석 연료의 개발과 사용을 제한하고 지구 온난화를 멈출 것에 동의할 수 있는가?
우리는 특히 국내에 핵탄두를 보유한 적도 있었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어느 나라보다도 핵무장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러시아와 미국, 일본이라는 원자폭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들과 제2차 세계 대전과 냉전을 겪었지만, 지금까지는 전쟁을 고스란히 겪어내느라 나라 밖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상대적으로 덜 주목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비핵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지금 시기적절하게 번역 출간되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시대를 한 층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놀랍도록 훌륭하다……. 지금까지 내가 아는 원자폭탄에 관한 역사적 연구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 찰스 퍼시 스노 C. P. Snow, 『새로운 정치인 New Statesman』에서
“늦게나마 이 책이 다시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것이 무척 반갑다. 원자폭탄의 공포라는 유령이 떠돌아다니는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이해하기를 원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홍성욱(서울대학교 교수, 과학기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