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울력 일감 중에 가지 수확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대중보다 먼저 앞밭에 나와 가지를 다 수확해놓고 저절로 자란 깻잎도 땄습니다.
농사팀장이 밭에 도착하자 다음 할 일을 물어보았습니다.
“이제 뭘 할까요?”
“가지 곁순을 따주세요.”
“어떻게 하면 돼요?”
“첫 번째 꽃 아래에 두 곁순만 남겨두고 그 아래는 다 따주시면 돼요.”
“어렵네요.” (웃음)
어렵다고 했지만, 스님은 금방 숙달되어서 곁순을 탁탁 땄습니다. 이렇게 곁순을 따주어야 열매가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곁순을 다 땄어요. 이제 뭘 할까요?”
“공심채를 수확해주세요. 줄기를 잘라내면 다시 자라서 또 먹을 수 있어요.”
“이건 어떻게 먹나요?”
“볶아서 먹어요.”
스님은 쪽가위를 들고 공심채를 쓱쓱 잘랐습니다. 한 줄을 다 수확하고 나니 한 박스가 가득 찼습니다.
“이제 뭘 할까요?”
“브로콜리 곁순을 제거해주세요.”
“이 곁순은 그냥 버려요?”
“아니요. 이 곁순에도 브로콜리와 똑같은 영양분이 있다고 해요. 데쳐서 쌈을 싸 먹으면 됩니다.”
하얀 망을 걷어내고 빽빽하게 자란 브로콜리 사이사이 곁순을 땄습니다.
한참 곁순을 따고 있는데 밭에 일하러 나오신 마을 할머니가 지나가며 물었습니다.
“스님, 뭐하는교?”
“아, 브로콜리 곁순을 따주고 있습니다. 어르신, 이것 좀 드셔 보실래요?”
할머니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는 사이 스님은 재바르게 뛰어나가 브로콜리 곁순과 공심채를 한 움큼 드렸습니다.
“브로콜리 곁순은 데쳐먹으면 되고, 이 공심채는 볶아 먹으면 됩니다.”
“아이고,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할머니와 잠시 농사 이야기를 나눈 후 스님은 다시 브로콜리 밭으로 돌아와 계속 곁순을 땄습니다. 한쪽 줄이 끝나고 돌아서 반대쪽을 따주었습니다.
브로콜리 밭 끝에는 잡초와 저절로 자란 들깨가 많았습니다. 잡초는 뽑아주고, 들깨는 땄습니다.
앞밭에서 텃밭으로 자리를 옮겨서 깻잎을 더 땄습니다.
모아보니 두 소쿠리가 가득했습니다. 스님은 쌈으로 먹을 수 있는 잎과 반찬으로 해먹을 순으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깻잎을 다 다듬어 놓고 모종 화분에 시든 잎을 정리해준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온라인 회의에 연이어 참석했습니다. 원래 오늘은 전법활동가 법회가 있는 날인데, 활동가 전체가 포살을 하는 날이어서 스님이 따로 법문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대신 스님은 하루 종일 여러 단위와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12시에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팀과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회의에 이어서 오늘은 2023년 1월 27일부터 2월 11일까지 15박 16일간의 인도 성지순례 세부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각 도시마다 출발과 도착, 이동 경로, 숙소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1시 30분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기획위원회는 정토회의 중장기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 기구입니다. 오늘은 온라인불사위원회에서 활동가들의 업무 실태 현황을 비롯하여 앱 개발 제안서를 발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니까 화장실 갈 틈도 없이 계속 회의가 이어지네요. 잠깐 쉬었다가 합시다.”
화장실만 다녀온 후 오후 3시 30분부터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와 화상 회의를 이어갔습니다. 올해 1차 만일결사를 회향하고 나서 2차 만일결사를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 나갈지 여러 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스님이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만준위 회의를 마치고 오후 5시부터는 공동체 법사단과 다시 화상회의를 이어갔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하루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청춘톡톡 즉문즉설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상사의 갑질이 좀 심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회사에서 사수님과 약간 갈등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최대한 맞춰 주겠다고 해서 저도 주말 동안 갈등에 대해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사수님이 유별난 것도 있지만, 저도 기존의 입사 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저의 자유로운 성향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나만 바꾸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입사를 했는데, 막상 사수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정도로 안 좋은 상태이니까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변화가 안 보여요. 더욱이 회사는 월급을 주는 구조이다 보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갑질을 합니다. 어느 정도 선이면 넘어가려고 했는데, 좀 심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회사에 다닌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는데요. 한 3개월은 일절 말하지 말고 적응을 한번 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다음 3개월은 대화를 해 보는 거예요. ‘네가 문제다'라고 말하지 말고 ‘이런 문제는 저한테 좀 어렵습니다’, ‘그것이 저한테는 힘듭니다’ 이런 식으로 먼저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처음 3개월은 일절 문제 제기를 안 하고 그냥 적응하는 훈련을 먼저 해보세요. 그다음 3개월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제가 힘이 듭니다’ 이렇게 내가 힘든 것을 드러내되 책임은 상대에게 돌리지 않는 자세로 얘기를 해봅니다. 이렇게 6개월 정도 지내보면, 회사가 조금 바뀌든지, 내가 적응을 하든지, 결론이 납니다. 어느 쪽이든 문제가 없어요.
나도 수용이 더 이상 안 되고, 회사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 제기를 할 때는 회사를 나갈 것도 각오를 해야 됩니다. 법에 보장된 것을 넘어선 갑질이라면 우선 회사에 문제를 제기해 보고, 그래도 개선이 안 되면 고소 고발을 하면 됩니다.
또 법에는 어긋나지 않는데 관습적인 것이거나, 상사의 성격적인 문제일 때는 당장 개선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신입사원이 건방지다는 얘기를 듣거나, 성격이 까다롭다는 소리를 듣는 쪽으로 분위기가 몰려갈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 갑질을 했던 사례를 차곡차곡 쌓아 놓아야 됩니다. 그냥 단 한 번의 일로 문제를 제기하면 ‘회사가 집인 줄 아나?’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 제기를 할 때는 화를 내면 안 되고 굉장히 정중하게, 그러나 아주 뚜렷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 내용을 다 기록에 남겨 두어서 더 높은 직급의 상사와 면담을 할 때 제시하면 좋습니다. 스님하고 즉문즉설 하듯이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상사가 그 사람을 조정을 하든지, 그래도 나보고 문제라고 말하든지, 결론이 날 겁니다. 그래도 나보고 문제라고 제기를 한다면 그냥 적응해서 살든지, 아니면 ‘회사도 나를 선택할 권리가 있듯이 나도 회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사표를 내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 됩니다. 좀 부당하지만 여기밖에 갈 곳이 없다면 당분간 적응하면서 조용히 이직을 알아보면 돼요. 당장 사표를 내기보다는 새로운 직장을 구해놓고 이직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상사와 대화가 잘 되어서 개선을 해주겠다고 하면 개선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아요. 이렇게 절차를 거쳐서 문제를 제기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 한잔 끓여 오라’ 하고 심부름을 시키는 문제의 경우, 젊은 세대는 곧바로 문제라고 인식을 하지만, 나이 든 세대는 그런 문화를 관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세대 간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처음 한 번 정도는 심부름을 해드리고, 두 번째로 심부름을 시키면 그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좋아요.
‘부장님, 요즘 젊은 세대는 이렇게 커피 심부름하는 것을 안 좋게 생각합니다. 조금 유의하셔서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정중하게 요청하는 겁니다. 세 번째 또 그러면 실수로 커피를 상사에게 엎어버리는 척하면서 옷을 버리게 해 버린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조금 유머스럽게 거절을 하는 방법이 있어요.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번에 고발을 하면 오히려 성격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요. 이럴 때는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싫습니다’ 이렇게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두 번째도 그러면 정색을 하면서 ‘이러면 저는 고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세 번째 또 그러면 바로 고소를 해야 됩니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 간부나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기도 쉽습니다. 갑질의 과정을 축적해 놓고 처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상사가 실력은 있는데 인격적으로 이미 회사에 소문이 난 상태입니다. 저와 일하기 전에도 세 번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개선의 의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스님 말씀처럼 좀 더 부딪쳐보고 결정을 하겠습니다.”
“기분이 나쁘다고 너무 섣불리 결정하지 마세요. 이것도 인생의 경험이잖아요. 이렇게 보통 사람이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적응을 할 수 있게 되면 나의 활동 폭이 넓어집니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 하고도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사람의 품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거든요. 내 마음에 드는 사람 하고만 일하면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집니다. 아직 젊으니까 세상에는 이런 인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적응해 보는 것을 연습해봐도 좋아요.
내 뜻대로 안 된다고 금방 사표를 내거나, 금방 성질을 내거나 하지 마세요. 회사가 해명을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받아들이고, 한 번 더 지켜보면서 개선을 요구해야 인간관계가 훨씬 원만해집니다.”
“네. 감사합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은사 스님은 도문 큰스님에게 얼마 전 수확한 햇감자와 쌈채소를 선물하러 다녀오고,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인간 붓다 제7강 수업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