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져서 답글로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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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 기억나진 않지만 적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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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의 시작은 "모형"을 가지고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에서 출발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형은 그 "미니어쳐"이기도, "콜렉션"이기도, "장난감"이기도 나아가 오브제적 "아트"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그 각각을 즐기는 사람마다 접근 방식이나 도달 목표도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강사님의 최근 작품들은 "스케일 모형"이나 "콜렉터"가 아니라 "오브제"로 볼 수 있으며, 저희 SD건담 까페의 경우는, "콜렉터"라는 측면이 강하며, 민석이형의 미니Z는 거기에 "장난감"이란 요소가 더욱 추가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형의 3대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조립". "도색", 그리고 "연출"이라는 삼박자를 그 각각의 목적에 맡게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1) 눈으로 보는 즐거움, 2) 도전하는 즐거움. 3) 결과를 보고 기뻐하는 즐거움 4) 소장하는 즐거움 등을 모형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함께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 "하비페어"의 목표와 방향이 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모형에만 한정한 행사가 되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위의 글에서 강사님은 코믹월드와 같은 행사를 예로 들어주셨습니다만, 좀 더 광범위하게 이야기하자면, 요새 자주하는 말로 "컨텐츠"가 있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그 핵심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의 컨텐츠란, 하나의 상품(혹은 대상)을 존재하게 하는 주변적인 맥락 전체를 말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보아서 멋있거나 예쁘고, 귀엽다의 범위에서 설정과 이야기에 이르기 까지를 의미할 것입니다. 가끔은 아무런 스토리 없이도 멋있게 만들어진 모형도 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설정은 존재하는 Ma.K나, 설정에 의존하는 건담. 실제한 역사적 산물을 재현한다는 밀리터리 등처럼 우리가 즐기고 있는 모형이란, 실은 모형이라는 결과물에 투영되어 있는 컨텐츠 전체가 즐길거리임을 우리는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와 결을 달리하는 "나만의 역사"라는 컨텐츠가 존재합니다. 마치 RPG 게임이 소설과 달리, 똑같은 길을 가는 것 같아도 플레이어 마다의 체험이 다르고 그것이 자신만의 경험과 역사로서 기억되는 것처럼, 모형 만들기는 피규어 구입과는 다른 "만들어 낸다"고 하는 행위를 통해, 해당 컨텐츠의 산물을 구입하는 것임과 동시에, 자신만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채화되며, 나아가 본인의 제작 기술의 향상이라는 달성감을 맞볼 수 있는 참으로 좋은 취미입니다.
그러므로 하비페어와 같은 모형계 행사에서도 이러한 점을 깊이 고려하여 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쉽지 않고, 비용과 홍보 등의 제반적 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제안과 반성은 이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일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그 이상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을 통해 발전되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부족하지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보고자 합니다.
행사의 물리적 배치에 있어서, 장르적 구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미니어쳐"/ "수집품" / "완구"/ "오브제"와 같은 분류로 집합을 묶는 것은 어떤가 생각됩니다. 미니어쳐는 그 정밀함에 생명이 있으며, 수집품은 그 양과 질에 생명이 있고, 완구는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체험이 생명이며, 오브제는 작가가 이것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 표현 방법이 생명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작품들이 뒤섞여 전시되어 그 각각의 특성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두 번째, 그 각각의 포스트에 순차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야 할 듯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시를 이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건배에서 이루어지는 조립 체험, 키덜프 페어 등에서 보여주는 드론 체험이나, RC 체험, 어제 간 홍대 레고 까페 등이 보여주는 빌드업 체험, 올해는 없었던 듯 하지만 여러 모형 행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도색 시연이나 조형 시연. 그리고 튜닝타임즈와 같은 강좌와의 연결이 이루어지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접근 문턱이 낮아지고 모형 인구가 늘어날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작품으로 인정하고 대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작품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되어 나타나기도 하며 그것은 옥션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이 얼마에 얼마만큼 팔렸는지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희는 아마추어이고, "소장품"과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판매할 수 없을 것입니다만, 반드시 벼룩시장이 아니더라도 "완성품"을 사고 싶어하는 관람객에게 합의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장도 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세세한 방식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습니다만, 작년과 올해동안 몇몇 분들은 전시품을 구입하고 싶어하시기도 하셨고, 모델러 중에는 그 과정에 중시하여 행사 후 모형을 나누어 주시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배치상 갤러리 부스를 마련하여, 가격표를 붙이고, 판매하는 것도 꽤 즐거운 작업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 자체를 "순수성"이나 "아마추어"라는 이름에 갖혀서 시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예를 들자면, 연극을 보는 취미와 하는 취미는 닮았지만 서로 결을 달리하는 것이라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리하며, 저는 일명 모형계와 저의 생활 간에 어떤 일체감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는 한국 애니 시장이나 지금의 표현으로 하면 키덜트 시장에 대해 일체감을 느끼고, 그 성패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일희일비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면서 그 세상도 업계와 팬이라는 이분 구조가 있고, 업계 사람이 아닌 저로서는 해당 업계의 성패가 나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체감도 서서히 사그라 들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의 취미가 더 잘되고 인식도 좋아지고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사람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듯, 나의 즐거움을 남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만이 아는 기술을 숨기고 안보여줄 것이 아니라 옆 사람에게도 가르쳐 주어, 이를 배운 사람이 더 잘하게 되는, 편하게 하게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하비페어와 같은 행사는 상업적 행사가 아니라, 모형인들의 행사입니다. 그런데 우리끼리 즐거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이 즐거움의 편린이나마 더욱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위와 같은 이야기와 제안을 어제 홍대까페서 딸기 요거트(스무디가 아니었습니다.)를 마시며 나누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다시 쓰다보니 없던 내용이 들어가거나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저와 다른 의견이 많을 것임을 알기에, 이 글에서나 혹은 따로 만나는 자리에서라도 이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재료로 이 글이 쓰이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총총
첫댓글 그간의 하비페어를 보면 우리끼리만 즐기겠다 라는 의미가 상당히 강했죠.
조립할 수 있는 테이블이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더군요. 내년은 그점을 노려볼 생각입니다^^
오래간만에 정말 좋은 의견이고 글이네요~,, 우리 주최는 아니지만 뭔가 획일적인 전시는 참 멋대가리 없다고 늘 느끼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