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2023년 3월 31일(금) 맑음, 광덕계곡
광덕산 광덕계곡은 야생화의 보고(寶庫)다. 얼레지만 해도 주로 산릉 응달진 곳에 자생하기
마련인데, 광덕계곡 물가 가까이에도 자라기에 그 꽃을 보려는 내 발품을 얼마나 덜었지 모
른다. 광덕계곡 입구에 있는 가게 주인이 나에게 이른다. 자기가 어느 탐화객에게 흰얼레지
가 자라는 데를 알려주었더니, 사진을 찍고는 꺾어버렸는지 보이지 않더란다. 세상에 그런
나쁜 놈이 있느냐며 나도 욕을 거들었다. 흰얼레지는 좀 더 늦게 핀다고 한다. 오늘은 아직
피지 않았다.
최남선의 「심춘순례」(1926)에 나오는 시조로 꽃에 대한 것만 몇 수를 골라 함께 올린다. 그
때그때 꽃에 대한 즉흥적이 표현만이 아니라 함축하는 뜻이 있어 찬찬히 음미해 볼만하다.
추위를 어려워하면
남보다 먼저 피랴,
한 가지 아구사리
봄을 혼자 맡았도다.
다른 것 다 피올 때야
밟혀진들 서러우랴.
주) ‘황매(黃梅)의 백양산(白羊山)’에서 황매(아구사리)로 보고 읊었다.
맥이 피온 뒤엔
떨어질 일뿐이로다,
가지에 들었을 적이
더 고운 줄 뉘 아실꼬,
고대에 이우는 빛을
예뻐할 줄 있으랴.
주) 백양사에서 꽃나무 숲을 보고 읊었다.
지레 피운 꽃이
얼른 짐을 섦다하랴,
열매 곧 맺을진대
밟힌다 탓 있으랴.
하물며 저 하나 가자
봄이 와짝 옴에랴.
주) 두승산(斗昇山) 가는 길에 눌제천(訥堤川)을 건너면서 전녹두(全綠豆 : 全琫準)에게
바친 시다.
길 옆에 작은 꽃이
이름없는 풀이건만,
흰나비 아니 가서
범나비가 달려드네.
나비도 아니올 제면
벌이 찾아오더라.
주) 변산(邊山) 사대사(四大寺) 가는 길에 환희재 아래 내를 건너면서 읊었다.
꽃이 곧 필 양이면
어느 날이 봄 아니랴,
이 천석(泉石)이 풍월(風月)에
늙을 수가 없으리니,
지금에 주인없음은
등선(登仙)한가 하노라.
주) ‘김덕령(金德齡) 장군의 고향’ 가는 길에 소쇄원에서 읊었다.
눈에 언 진달래가
온산을 덮었도다,
봄이 분명 뿌리에서
불과 같이 타건마는,
속에서 벌써 핀 꽃을
알 리 없어 하노라.
주) ‘무등산(無等山) 위에서’ 읊었다.
19. 중의무릇
양안(兩岸)에 도화 피어
도원(桃源)이라 하시는가,
임께로 가는 직로
행여 잡아두셨거든,
천금을 내 오르리라
바로 일러주소서.
주) 화순 동복(同福) 두운동을 지나면서 읊었다.
꽃이야 고왔었지
그늘로도 짙었었지,
아무만 못지않은
단풍조차 뵈었거냐,
눈에도 시위신 줄을
마저 알려주소서.
주) 송광사에서 읋었다.
휘돌아 꽃 핀 데를
싫거정 지나면서,
이제껏 어인 셈을
분개하지 못했더니,
예서야 언 듯 깨치매
봄이 깊어졌더라.
주) 선암사(仙巖寺)에서 읊었다.
27. 현호색
28. 복수초
꽃은 나를 어쩌는지
나는 꽃을 새워라고,
이따금 바쁜 빨래
방망이를 머무르고,
물 아래 두 그림자를
흘긋할긋 보셔라.
주) 태안사(泰安寺)에서 읊었다.
29. 만주바람꽃
30. 미치광이풀
첫댓글 멋스러운 육당 선생의 시조와 어우러진 멋진 들꽃 사진 감사드립니다. 올 겨울에 용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묘지에 묻힌 최남선 님의 묘지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심춘순례 책을 읽고 갔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
용인에 육당 선생의 묘지가 있군요.
저도 기회가 되면 한번 들러야겠습니다.
봄꽃을 보러 멀리 광덕계곡까지 가셨네요...
보기 어려운 야생화를 볼 수 있다면 아주 가깝습니다.
대부분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을 타고 왔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