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 석자...부끄럽지 않게 살다 보면...분명 훌륭하게 남겨질 날이 오지 않을까...전 아직도 미련을 갖고 있답니다...
님의 이름...아직 훌륭하게 남길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나요?
흠...님 덕에 이름에 대해 책임 진다는 데 대해 생각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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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얼굴없는 나의 대명사.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할까마는 이름에 얽힌 섭섭하고 서러운 기억, 또는 재미났던 기억, 그런 기억 하나쯤 아니 갖고 계신분 없을겁니다. 그러나 저는 보시다시피 눈물나게 평벙한 이름을 가진 탓에 이름에 관한 별다른 기억이 없네요.
어린 시절에는 이름보다는 성을 가지고 유치한 말놀음을 많이 하지요. 박씨는 바가지, 김씨는 김밥, 안씨는 안경 --; 지금 생각하면 허허 웃음만 나오는데 그때는 그 한마디에 발끈해서 사내녀석들이랑 머리끄댕이 잡아당기면서 싸우고, 다음번에 더 멋지게 복수하려고 성씨로 시작하는 낱말을 열심히도 수집하던 기억이 있네요. 어록까지 있었다는거 아닙니까. ^^; 근데 희한한건 그 유치한 성씨장난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면면히 이어내려오고 있네요. 오늘도 집앞에서 일곱살 정도로 추정되는 '오징어'양과 '김밥'군이 얼굴 벌개져갖고 접전을 치루는 것을 보았다는거 아닙니까 ^^;
다시 이름 얘기로 돌아가서... 전 제 이름에 불만도 없지만 그렇다고 만족도 아니합니다. 평범이 지나쳐서 가슴이 갑갑한... 그런 이름. 딴지를 걸자하니 왜 또 글자마다 받침은 다 갖추고 있는지, 그거 받침이 하나만 없어도 더 상쾌하게 들릴텐데 (윤서.. 얼마나 좋습니까?..)
또 이건 뭡니까? 박씨, 윤씨, 선씨.. 이거 세개의 성씨가 만났습니다요. 정말 맘에 안 드는군요. 그리고 더 웃기는건 이런 눈물나게 평범한 이름이 작명소에서 나온 거랍니다. 돈들여 만든 이름이라는 얘기죠. 이상하게 저만 그렇습니다. 사촌동생들 이름은 죄다 외할아버님 작품이거든요. 나만 귀히 여기셔서 그런건지 아님 손주라고 태어난 첫아이가 딸이라서 실망하셔서 그런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할아버님이 지어주신 이름 중에서 지금은 뭐 평범해 졌습니다만 '유미'라는 어여쁜 이름도 나왔는데 고건 바로 밑에 사촌여동생이 낚았습니다. 어렸을땐 굉장히 부러워했었지요. 가문에 영광되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지금은 그 이름의 주인이 새삼 그 이름에 못마땅함을 표하고 나섰답니다. 이유인즉슨 그 '유미'라는 이름이 멜로 드라마에 단골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겁니다. 새침하고 이기적이고, 착한 주인공 잘된 꼴을 못보는 얄미운 여자. 가을동화에서도 그랬도 또 무슨 드라마에서도 그랬답니다. 어느샌가 '유미' 라는 이름은 '새침함'의 대명사가 되어있더라구요. 또 개그우먼 이영자씨 본명이 '이유미'라는 녀석의 못마땅함에 한 몫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이 이름에서 오는 느낌과 얼굴을 은연중에 동일시하고 있기는 한가봅니다. 영자씨가 본명을 포기한 이유도 개그우먼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겠지요.
이름에 관한 에피는 아니지만 고교시절 이런 일이 있었네요. 이것 또한 성씨에 관한 에피라고나 할까요? 국사시간. 어쩌다 나온 이야기인지는 기억없는데 성씨 한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가 선생님께서 이 반에서는 한씨없냐고 물으셨지요. 그 때 멀리서 들리는 끈금없는 한 마디
"박윤선요!"
순간 한 2초간 정적이 흘렀고 그 후엔 박장대소...
그 녀석. 자기도 뭔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답니다. 그냥 순간 제가 한씨인줄 알았다네요 --; 성씨까지 붙여서 그렇게 크게 말해놓고 말입니다...
이름이란거. 특별한 일 없으면 평생 나랑 함께 같이가는 것.
얼굴없어도 나를 대신하여 거기 있는 것.
주인은 부를 일 별로 없으나 객이 더 열심히 불러주는 것.
마음에 안 들어도 이십년을 한참이나 넘게 사람들이
때론 다정하게, 때론 감정실어서^^;... 그렇게 불러준 내 이름.
그렇게 열심히도 불러줬는데 이젠 딴지 안 걸고 예뻐해줘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이름 날릴만한 훌륭한 일을하고 생을 마감할 수 있으련지...
MY LIFE...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다 져야하는, 별나지 않은 생인 듯 싶은데
이 이름 가진 다른 사람이라도 요석자 크게 빛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