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산 지 3년이 조금 넘었다.
매일 똑같은 길로만 다니는게 버릇인 나는 사실 안산도 잘 모른다.
안산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산다고 숱하게 들었지만 지하철에서 가끔 볼 뿐
실제로 그들을 별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제 국경없는마을이란 곳에 갔었다.
아는 분이 가게를 냈다해서 갔었는데 가게마다 한문이 도배된 간판을 내걸고 있었고
한글은 아예 없는 그런 가게도 있었다.
마치 홍콩같지 않냐며 같이간 사람들하고 웃으며 지나쳤는데
'이좁은 골목이 이사람들한텐 명동같은 거리래'하는 말에도 웃어넘겼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우울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안산의 낯선 풍경.......
안산.....
옛날 이름은 반월이었다지........
이마트와 까르푸와 걸어서 5~10분거리의 극장 두곳과
모두 새아파트로 이루어진 대단지가 날 위로해주어
이젠 서울아닌 경기도에 사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하철로 두정거장 거리에 이리 낯선 또다른 세계가 있음이야.....
겨우 차들이 두대 비껴갈 정도의 좁은 골목....
죄 다 길거리에 이것 저것을 내다 팔고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색도 초라한...
그래도 얼마전까지는 활기찼다고 하는데 이젠 불법체류자들 단속으로 인해
낮에도 밤에도 거리가 한산해진거라 한다.
그 단속의 된서리를 맞는것은 불법체류하고있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가게를 열고 장사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다 우울한 겨울풍경이다...
해가 질 무렵 스산한 골목을 빠져나와 집으로 오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좀 떨어진 곳에 공단이 있다.
안산에 이사와서 신랑이랑 드라이브를 하다가 지나게 된 별망성공원.
차에서 내려 그 옛날 성이 세워졌었다는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다 말고
구토감을 느끼며 차로 뛰어내려왔다.
바로 옆에 있던 염색공장의 역한 냄새을 견디지 못하여...
결국 공단을 제대로 횡단하고 나서야 우리의 드라이브는 끝을 맺었다.
그곳은...... 내가 견디기 힘들어 하는 그 역한 냄새를 맡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삶을 꾸려나가는 노동현장일테고
그 공단에서 가까운 곳에 삶의 터전을 잡느라고 외국인 거주지가 자연스레 생겨났으리라...
그들이 하고 있는 작업들이 나와같은 젊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해서
그들이 우리를 위해 희생하며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접고 득도 없이 남의 나라에 와서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닐테지만
내가, 한국의 젊은이들이 꺼리는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일터와 생활의 터전이
머무르고 싶은 곳이 아니라 도망쳐 버리고 싶은 장소라는 사실이
그들에게 미안해졌다.
어느 도시에나 이면도로엔 빈곤자가 있고 음산함도 있게 마련이겠지만
그곳이 내가 살고 있는 안산이란 도시라는것에 마음속과 머리속을 정리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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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란 도시의 또 다른 모습..........
네가티브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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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08 15:5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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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흠..그렇군요..안산이라는곳...몇년전에 선배회사에 간적이있었는데.. 그곳에 외국인들이 많아..졌군요..저로선 외국인송출기관을 다녔었어서...그사람들을 보면 어딘가 친근(?)감도 간답니다..하지만 좀 거칠은이들도있으니..항상.....조심하는것도 필요하겠어요~... 요즘하도험한세상이라~^^* 언니~잘지내시죠~^^*
네가 여사 댁이 사는 곳도 내가 사는 곳과 비슷하구려...물론 안산은 동남아 계통이 많고 이곳은 조선족들이 많다는 것이 다르지만 말이요..내가 알기에 동남아인들은 참으로 친절하다오..확연히 표시나니까 조심한다오..조선족들은 비슷하게 생겨서 정말 험악하다오...
안산 국경없는 마을 꼭 한번 가보고 싶은곳이죠..안산에 가서 놀랐던건, 파키스탄 아저씨같은 사람이 한국말로 '디스한갑 주세요'라고 할때 충격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그래도 지하철은 들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