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석 때 톨 비를 받지 않는 것은 잘하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안성 발 숙대를
1시간 50분에 주파한 제가 뭔들 못하겠습니까? 전용차선에 정원을 채우지 않고 달리는
얌체 승합차량을 순찰차가 족집게로 잡아내는 것을 보면서 추격전을 30분 동안 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제 생애에 추격전을 2번 찍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화성에서, 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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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은 중앙 고속도로에서. 제가 무모한 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뒤늦게라도 덤비지 않고 가급적 천천히 살려 고 노력하고 있으니
과거의 전적은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라. 연휴 첫날이라서 그런지 상가 내 수학학원, 영어
학원이 모두 문을 닫았고 3층 미술학원만 문을 열어있었어요. 시범 작을 하는 수하 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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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쌓고 열 명가량의 학생들이 일제히 저를 향해 인사를 합니다. 롱 타임, 노씨?
포도 한 박스, 스팸1, 유시민의 유럽기행1, 르네상스의 전쟁회고록(유발 하라리)를 놓고서
화장실 청소를 했어요. 100 L 쓰레기봉투를 꽉꽉 채운 휴지 분량이 보름치는 될 것 같아요.
3시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에스더랑 동대문 종합시장까지 나와 갈치조림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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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매뉴얼, 2호점 여는 문제, 자기관리, 인풋정도의 이야기를 했고 간간히 엄마 소식을
말해준 에스더가 고맙습니다. 도화지 사러 화방에 들렀어요. 물감냄새가 노스텔지아를
즉각 소환시켜주었습니다. 4뭉치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글쎄 이 무거운 것을 벌떡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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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가 우리 딸내미랍니다. 에스더 그레이. D-16입니다. 11월이면 학기가 끝납니다.
예공은 무미과-멀영과-숙대-이대-서울대까지 전형을 할 것 같아요. 올 농사 40%만 넘어
준다면 한 숨 쉬고 싶나봐요. 짠 합니다. 40%가 나오지 못하면 꼼짝없이 1월까지 수업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애비입장에서는 대견하고 안쓰럽고 고마울 뿐입니다. 예에공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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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컴백 홈을 해 10시20분까지 상담실 컴퓨터에 앉아 학원 풍경을 담았습니다.
선생도 학생도 많이 힘들 것입니다. 더군다나 둘 다 딸내미니 아비인 제 마음은 오죽할까요?
예공이랑 밥 한 끼 먹으려 했는데 친구들과 같이 가도록 놔줘야 할 것 같아요. 부녀간 이심전심
일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단칼에 계획을 변경했어요. 4명이 합숙을 한다고 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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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지방 학생들이 학원근처에서 자취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언제 밥 먹고,
언제 잠을 자려는지 청춘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픽업 두 탕 뛰고 진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 같기도, 무거운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기분은 뭘까요? 연민인가.
2019.9.12.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