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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프레코가모멤버 원문보기 글쓴이: 성병락
그렇게 전국 일주 아이디어를 얻었다. 체력은 문제없다. 최근까지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평상시에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고 다닌 그다. 그의 피부는
40대로 보였고, 요트 위에 우뚝 선 모습은 폼이 났다.
그러나 뱃사람 허영만은 아직 등반가 허영만에는 모자란 것 같다.
모자를 벗자 이마에 큼지막한 상처가 있었다. 며칠 전 배를 타다
부주의로 장비에 부딪혀 다친 상처다. “돛을 올리고 로프를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다친 줄도 몰랐는데 피가 철철 흐르더라고요. 쩝.”
큰 바다로 나가면서 약간의 두려움도 있는 듯했다. “요트는 2년 전 한강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바다로 나온 거죠. 큰 바다까지 나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
테스트해보는 셈인데 합격하든 아니든 1년 후엔 결국 바다 사나이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는 만화 어딘가에서 “달밤에 넋이 나가서 밤길을 세 시간이나 걸은 적
도 있다”고 썼다. 그를 홀린 달빛이 이번 여행에서도 가장 기대된다고 한다.
“등산할 때 은은한 달빛을 따라 밤의 정적을 걸을 때면 무아지경의 뭔가가
느껴지는데 바다에서도 또 다른 기분을 느낄 것 같아요.” 이것이 바로
바닷사람들이 말하는 문 세일링(moon sailing)이다. 은반처럼 잔잔한
바다를 감싼 달빛 속에서 로드 스튜어트의 노래 ‘세일링’을 부르는
그 낭만 말이다.
여수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바다의 아름다움 때문에 산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여름에 신록이 우거지는지,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드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다 한동안 산에 빠져 에베레스트와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그가 이제 다시 바다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는 어머니다. 그는 자신의 만화 대사 중 식객에 나온 “이 세상엔 어머니의
숫자만큼의 다양한 맛이 있다”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
“작품 구상할 때는 항상 섬으로 가요. 육지에 있으면 이런저런 유혹에 다시
도시로 도망치는 경우가 많은데 섬에 있을 때 낮에만 잘 버티면 밤엔 어디로
갈 수 없으니까….”
허 화백은 “도시를 떠나 산다고 해도 그 언저리 어디 아니냐”고 물었다.
바다에 나가면 철저히 도시에서, 휴대전화에서 벗어나 나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 동안 음식 취재에도 바쁠 것 같다. “여러 섬들의 맛을
느끼고 싶어요. 특히 작은 항구 선창가에 어부들이 드나드는 식당들에선
뭔가 새로운 맛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는 확실하게 논다. “일상을 짙은 선이라고 본다면 주말은 확실히
지워야 한다.
희미하게라도 남아 있으면 안 되고 확실히 지워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성호준 기자
‘해안선 1년 항해’ 어떻게
경기도 전곡항서 출발
내년 6월 독도에 도착
한국의 해안선을 일주하는 ‘집단가출호’는 경기도 전곡항에서 6월 5일 출항한다.
그리고 내년 6월 코리아컵 요트대회가 열리는 독도에서 항해를 마치게 된다.
행사에 참가하는 아웃도어 칼럼니스트 송철웅씨는 “해안선이 길고 섬이 많은
나라에서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보석 같은 곳들을 찾아다니겠다”면서
“서해안과 남해안은 작은 섬 위주로, 동해안은 소규모 어촌에 기항하겠다”고 말했다.
항해는 매달 첫째 금요일부터 사흘 동안 이어진다. 배의 선장인 허영만 화백은
“단번에 일주를 끝내려고도 계획했지만 4계절의 모습을 다 보고 싶은 생각에
1년 투어로 바꿨다”면서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해산물도 조명해
보겠다”고 말했다.
독도까지 해안선을 일주할 거리는 약 2000㎞로 예상된다. 허 화백은 “어떤
난관이 우리를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의 목표를 꼭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은 굴업도로 가는 바람을 잡아탄다. 당초 한국의 최서단인 백령도로
계획했으나 최근 남북 긴장 상황 때문에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요트 금메달리스트 정성안씨와 가수 이문세씨는 간간이 게스트로
배에 탄다. 이문세씨는 1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에서 초미니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선원들은 허영만씨의 백두대간 종주 모임원들이 주류다. 치과의사 송영복(46)씨부터
고층 건물 외벽 청소를 하는 임대식(36)씨 등 다양한 사람들이 탄다. 허 화백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만화의 소재와 영감을 얻는다.
허 화백의 산행 친구인 산악인 박영석씨는 첫 항해에는 빠진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 성공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져
2일 귀국,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 번 레이스부터는
꼭 참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행사는 SK텔레콤, LG, 경기도,
국토해양부, 더 노스페이스가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