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리 석불은 웬만한 인연이 아니면 뵙기가 어렵다. 저수지 안 거북섬에 계셔 물이 빠지든지 아니면 얼음이 꽁꽁 얼든지 해야 들어가 뵐 수
있으니 말이다. 푸근한 인상에 끌려 지금 이별(?)하면 언제 다시 뵈올까 싶어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매력덩어리 석불이다.
구전(口傳)으로는 매지리 계곡 위 절에 모셨던 석불이 어느 해 심한 폭우에 계곡 중간쯤까지 떠내려 온 걸 여기 조그만 동산에 모셨다고
한다. 그 뒤 저수지를 만드는 바람에 이렇게 외로운 처지가 되신 거다.
옷자락이 휘날리는 것 같은 사실적인 대의(大衣)가 인상적인 불상의 옷 주름은 상당히 단순하다. 삼도가 새겨진 목 위로 오동통 동그란
얼굴에서 석불의 질감을 떠난 발긋함이 느껴진다. 두관(頭冠)이 높아 비례가 다소 어색하나 특이한 문양은 오히려 보살상만이 가질 수 있는 단순
소박함 묻어난다. 두상 위에는 보관을 얹어놓은 흔적인 구멍도 있다. 가까운 곳에 모셔진 미륵암 봉산동 석불(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7호)이나
신선암 입구의 보살상도 여기와 매우 흡사한 두관과 휘날리는 법의를 착용하고 계신다. 좌우가 거의 대칭으로 이루어져 보기에 편안하고 큰 기교가
없어 밋밋할 정도이기는 하나 왼손 새끼손가락의 오그랑 맞은 차림을 보노라면 그간의 생각이 멋쩍어 진다.
지금은 석불의 대좌를 새로 만들어 모셔 놓았는데 땅속에 분명 묻혀 있을 것 같은 지대석이 더없이 궁금하여 벽채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파보고
싶다. 석불 아래쪽에는 지대석과 연결한 촉이 달려있다 한다. 지대석 없이 맨 땅 위에 이렇게 커다란 석불이 그냥 서 계실 수는 없었을 터이니
말이다.
거북섬 주위로 물이 차면 연세대 원주캠퍼스 노천극장 앞에서 채 100m도 안 되는 곳에 계신 석불상이다. 다리라도 하나 놓아 뭇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게 하고 석불도 심심치 않게 해주는 통 큰 아량은 기대하면 안 되는 일인가…. 어설픈 기대이리라.
첫댓글 조금만 마음을 낸다면.. 사랑의 징검다리라도 놓으면 인기좋은 명소로도 거듭날듯도 한데...
복련 지대석 위에 서 계시는 석불은 드문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