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팜플렛에 자주 보는 그림이 있다.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원숭이가 빨개진 얼굴로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는 걸 볼 때마다
"개가 상팔자가 아니라 원숭이가 상팔자로구나."
괜스레 궁시렁거렸다.
運 좋게도 아키타현 다마가와 온천을 여름과 겨울 두차레 다녀온 일이 있다.
어느 곳이든 일 년을 살아봐야 그 지역의 특성을 알 수 있고 온천은 사계절을 거치며 다녀봐야 겨우 온천물 색깔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
토양과 지열에 따라 온천 성분이 다르고 공기와 바람 방향에 따라 물빛이 달라지는 온천도 있다.
유황, 탄산, 라돈, 알칼리성, 산성, 지옥온천 등등.
수천 개의 온천이 있는 일본에서 초짜가 온천 성분을안다는 건 애당초 무리인지도....
元玉川温泉旅館으로 정하고 유카타를 입고 탕에
들어갔더니 시큼한 유황 냄내가 코를 찔렀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湯은 희뿌연 수증기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비싼 돈 들여 왔으니 본전 뽑을 요량으로 시도 때도없이 湯에 드나들었더니 나른해지면서 피로감이
겹치며 급기야 닭살같은 뾰루지가 생겼다.
온천 부작용인 걸 알아채고 휴식을 취하며 입욕
횟수를 줄였더니 나아졌다.
하기야 強酸性 성분인 물에 오래 담가졌으니 식초물에 푹 절여진 몸과 다를바 없지 않은가.
'癌과 각종 병을 고친다'고 널리 알려져 외국과 일본전국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치유와 장기요양으로
찾아오니 숙사나 1인실은 몇 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宿舎에는 직접 취사 가능한 시설이 되어 있고 숙박료도 저렴했다.
밤에는 유황 연기가 돌 틈새로 올라오는 岩盤浴을
하러 나갔다.
돗자리도 준비 못해 료칸에서 겨우 하나 구해 사람들
틈새에 끼어 드러누워 하늘을 보니 험한 산지여서
그런지 별은 더 크고 선명하게 빛났다.
뜨거운 돌 위에 눕자 강한 유황 연기가 온 몸을
감쌌다.
달빛을 받으며 대자연의 온기를 느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리'가 아니라
'여장부 소소한 행복 이만하면 족하지 않은가'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祭りの歌였다.
あゝ祭りの季節だったのか
温泉街 주민들이 모여 축제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겨울에 갔을 때는 눈이 너무 내려 제설차가 쉬지 않고 눈을 치우고 있었다.
이번에는 新玉川温泉으로 정했다.
元玉川温泉보다 냄새도 덜하고 물도 옅은 느낌.
눈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속 노천탕에 들어가 내리는
눈 머리에 맞으며 나도 원숭이처럼 빨개진 얼굴로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겼다.
은빛달이 내려앉은 하얀 숲은 나무결 스치는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뜨거운 물에 달구어진 얼굴에 소복눈이 닿자
금새 사르르 녹아 내렸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고 이 보다 더한 호사가 없을 것 같다.
이튿날, 하늘은 맑은데 눈이 쌓이고 바위와 나무
사이로 바닥까지 보이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기슭에 노란꽃들이 듬성듬성 꽃잎을 틔우고 있어 "이 얼음 속에서 피는 꽃도 있구나." 감탄으로
한참을 들여다봤다.
집에 돌아와서야 그 꽃 이름이 복수초라는 걸
알았다.
나도 모진 세파에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희망사항이지만 아주 멀리 있지도 않은 것 같다.
첫댓글 아우라님 글을 읽다보니.. 10년전 갑장들과 일본 관광여행이..
관광여행이었지만 온천욕도 했었습니다
노천탕속에(실내탕과 연결됨) 1분간씩 2번 들어앉았던 것과
(뜨거워서..ㅎㅎ)
8월인데.. 태풍 때문에 하루 더 발목이 잡혔던 추억이...^^
@소몽 하카다(博多) 다녀오셨군요.
東北지방은 많이 가봤는데
남쪽으로는 못 가봐서 아쉽네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자주 여행 다녀야는데.....
저도 눈속에 핀 복수초 보고 놀랐어요
다른데 다 나녔는데 일본은 안가보았어요
언젠가 눈쌓인 곳 가보겠지요
겨울엔 눈 내리는 홋카이도나
아키타현, 아오모리 쪽이 좋습니다.
여름에는 아무 곳이든 괜찮지만
부디 좋은 여행 많이 다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