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1. 9. 26~27 (1박2일)
◑ 코스 : 백무동-하동바위-장터목(1박)-천왕봉-세석-한신계곡-백무동
◑ 일행 : 공장 팀 동료 6명
◑ 날씨 : 아주 좋은 가을 날씨..
◑ 교통 : 스타렉스 13인용
◑ 경비 : 1인당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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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응봉암장에서 세로또레배 대회를 치르고
그날 야근을 들어와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백무동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25일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발등이 아프다.
어느 놈이 세게 밟고 지나기라도 한듯...
침대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왜일까...?
야근을 하면서 동네 성바오로병원 응급실에 들어가 의사에게 문진을 해봤다.
뭐라 뭐라.. 하는데...
(인대나 근육이 서로 맞대다가 그냥 싸움이 날 수도 있다나...)
아! 쓰벌... 내가 그놈들 싸움까지 말려야 하냐고..?
하필이면 내 집구석에서 싸울건 뭐람? 쩝쩝~
낼 지리산에 가야하는데 걱정입니다. 했더니...
가다 힘들면 내려와야 한다고...
내려와서 정형외과에서 양쪽발 X-레이를 찍어봐야 한다나...
그게 쪼금 곤란하다니깐요... 하니깐...
일단 약국에서 약을 사 먹으랜다.. 근육이완 소염진통제....
가기로 했다. 절뚝절뚝 약간 절어주면서... 스틱을 하나 가지고...
그래도 잡은 코스가 짧다란해서 설마 가다 뒤지겠나 싶더라고...^^
백무동에 차를 세워두고 하동바위 능선으로 올랐지...
언젠가 겨울에 백무동에서 2시에 출발하여 한신계곡으로 올라 연하천 산장까지 뛴 적이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하동바위 능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뛰어가겠더라...
아직 마음은 청춘이랄까... 이제 늙은 척, 중늙은이 행세도 해야 하는데 말이야...
막상 산에 붙으니 걸을만은 하더라고...
약은 아침에 한 번만 먹어줬지... 왜냐하면 약사가 그러더라...
이 약먹고 술먹으면 더 퉁퉁 붓는 수가 있다고...
그래서 그랬지.... 지리산에 갈 건데요... 가서 술좀 먹을건데....
답은 내가 구하는 수밖에...
아침에 한 번 먹고 말았다.^^
후미가 쳐지지 않고 따라오는 바람에 3시간에 올랐다.
장터목 산장에 여장을 풀고, 가져간 오리훈제로...
롯데마트에서 심야에 구한 오리... 22,000원이라는데... 때를 잘 골라서 가면 15,000원에 살 수 있다.
오리 3팩에 소주 10병...
내가 한 4병 마셨나...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 ^^
제가 술을 못 먹는 게 아니고 안 먹는 걸랑요... 우와~~~ 잘 들어가더라... ㅋㅋ~
혹시 몰라 여분으로 챙겨간 닭발까지 다 박살내고... 쩝쩝쩝!! 빼갈 하나 가져오자니깐.... 아!쉽!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반까지는 잠을 잘 이룬 모양이다. 기억에 없으니깐...
그 뒤로 세면장에 내려가...
배낭을 뒤적거려 초콜렛 내먹고, 양갱이도 꺼내먹고... 물도 꿀꺽꿀꺽 마시고...
밤하늘에 별도 보고....
음~ 일기가 좋다. 잘 하면 일출도 볼 수 있겠어...
꼼지락 꼼지락 시간을 조금 보냈더니... 콧물이 뚝뚝 떨어진다... 욱~ 이런 제길...
연하실로 내려간다...
산장의 모습이란?
여기저기 방구 뽕뽕 뿜어대고, 꼬린내, 땀냄새에... 탱크 밭가는 소리....^^
그래도 밖에서 얼어 뒤질려다 산장을 찾아들은 경험이 있다면 이런 모습쯤이야...^^
4시가 되니 알람이 여기저기 울기 시작하고,...
지리산은 방장산(方丈山)과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불리며, 봉래산(蓬萊山,금강산), 영주산(瀛洲山,한라산)과 함께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어 이들 3산을 두고 삼신산 또는 삼선산이라고도 한다지....
지리산에 가기전에 웹써핑을 하다가 점필제의 유두류록을 읽어봤다.
1472년(성종3년)에 도학의 거유이자 장차 영남학파의 종조로 추앙받는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있을 때 매일 관아에서 쳐다보이는 이곳을 마음먹고 올라... 기행문을 써 둔 것이다.
아마도 추성리 벽송사쪽에서 허공달골이나 구형왕릉이 있는 오송리..에서 시작하여 독바위를 지나 새재마을 윗봉오리 지리태극종주길과 합해져 조갯골 옆 청이당으로, 국골로 빠지는 삼거리에서 하봉 중봉으로 천왕봉에 오른 모양이다.
그때 당시에는 천왕봉과 장터목 그리고 세석에 절이 있었던 모양이야...
임진왜란 120년 이전의 역사이고 보면...
부산, 진주에 상륙한 왜구들의 척후조가 지리산 정상까지 기어올라 지세를 살피며 이 절에서 저질른 만행이 먼 기억처럼 눈에 들어오더군...
제석봉의 고사목을 두고....
구상나무일까 가문비나무일까? 누군 고사목이 아닌 화사목이라 그러더라....
이승만정권시절 장관의 친척이란 사람이 이곳에서 도벌을 자행하여 농짝을 가공하여 팔아먹은 모양이다.
[45년 해방직후부터 6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약 20년 동안에 걸쳐, 불법 도벌과 지나친 남벌로 인하여 전국의 야산지대 산림이 거의 고갈상태에 이르게 되자, 마지막 남은 지리산 원시림 지대로 탐욕스런 도벌꾼들이 떼지어 몰려들고 있었으며, 지리산 국유림 골짝마다 허술한 단속을 틈타 대규모 불법적 산림도벌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었다. 골짝 저지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해발 1,500m 이상의 연하천 준평원과 칠선계곡 막바지 완사면, 그리고 해발 1,800m 제석봉 정상의 준고원 등 험준한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검은 손들이 뻗어들어 갔으며, 더욱 연하천 준고원과 칠선계곡 막바지 그리고 해발 1,700m의 장터목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당시 스리코터 군용차의 엔진을 떼어다가 원형 큰톱날을 걸어 제재소를 차려놓고 대량제재로 인하여 목재톱밥이 산더미처럼 계곡을 메우도록 지리산의 태고천연 원시 밀림들이 사상 유래를 볼 수 없는 최대의 수난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이러한 참상의 사실을 울분 끝에 당국에 고발을 하여도 당국도 단속을 못하니 속수무책의 무법천지일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지리산악회 발췌-
그 전에는 아름드리 나무로 울창하여 하늘 보기가 어려웠다는데...
당시 상황으로는 에너지 자원의 태부족으로 연료난이 심각하였으며 최소한의 취사,난방용 가정생활의 필수 연료조차 땔나무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을 뿐더러 전후 각종 피해복구용 건설자재의 수요도 산림남벌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단다.
암튼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일부러 불을 쳐질러 이리 되었다니....
면도칼로 착착 깍아죽일 놈... 우째 욕을 해야 시원스런 대목이다... ㅋ~
지리산을 말하면서 현대사의 슬픈 이데올르기의 비극을 비켜갈 순 없다.
지리산의 골짜기마다 서울역의 노숙자만도 못한 참담한 삶으로 내몰렸던 처절한 인생이 있었다.
역사의 지배권력이란 무엇인가?
왜 지금도 우리는 싸우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평화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당대마다 철학의 깊이를 더하며 거대 담론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역사또한 나이테처럼 한 세대 한 세대가 켜켜이 쌓여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 긴장을 놓치면 호전광들이 지배야욕을 일으켜 세우며 힘없는 백성을 지옥으로 내몰 수도 있으니깐...
지리산을 바람처럼 하루에 몽땅 지나치는 산객들이여!!
언제 어느 골짝에서 총알이 날아들지 몰라 멀리서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했던 시커먼 형상의 지리산의 모습을 그대는 과연 상상이나 할려는지...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며
이른 아침에 들판에 나가
일하는 농부에게 물어보라
공산주의가 무엇이며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지리산 싸움에서 죽은
군경이나 빨치산에게 물어보라
공산주의를 위해 죽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죽었다고 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들은 왜 죽었는지
영문도 모른다고할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이 싸움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세월이 가면
다 밝혀질 것이다.
미국과 소련
강대국 사이에 끼어 벌어진
부질없은 골육 상쟁
동족상잔이었다고.....
- 서남지구 전투경찰대 제2연대장 총경 차일혁
지리산은 전후 구례 유지들의 산악회 연하반(지리산악회) 사람들에 의해 현재의 25.5.Km의 종주길이 만들어졌으며 그분들의 노고로 1967년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되었다.
지금의 정상석은 1982년 산청,함양의 국회의원이었던 권익현씨가 헬기로 공수하여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경남인의 기상으로 썼다가 영남인의 기상으로... 다시 연하반 사람들에 의해 한국인의 기상으로 변모되었단다...^^
산 위에는 쑥부쟁이 산구절초, 산부추, 산이오풀, 지리터래기풀 등등... 야생화가 그득하다.
산에 들면 인간사 놓아두고.. 산에 푹 빠져들곤 한다.
숲에서 나는 소리... 산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름 없는 풀에서부터 전나무, 노각나무, 층층나무, 서어나무, 적송, 벽송, 물푸레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구상나무, 고로쇠나무,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이놈들과 마주치느라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공짜 좋아하고, 내돈 아까워 할 줄만 아는 우리 팀장...
살살 데리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는 즐거운 맛을 갈켜줘볼까나...^^
10월 20~21일 설악산 서북능에서 중청까지, 다음날 공룡능을 지나는 종주계획을 세웠다.
팀장이 동해안에 가서 회를 산다는 조건으로...^^
참 나! 내가 지금 한가하게 워킹다니면서 소일하게 생겼냐고...??
가만.... 씨게 잡아당겨서 입에 난내나게 고생 쫌 시켜볼까..? 다신 안 간다는 소리 나오도록...^^
어제 체력측정을 했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는 백만돌이처럼... 시간 다됐습니다. 할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꺼덕꺼덕....
1,000 달리기는 이틀 뒤에 할렸는데... 그냥 대충 하루에 끝내버리란다.
하긴 기록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해치우자 싶어 뛰었다...
젊은 친구들에게 먼저가서 미안하다... 인사 하고 막 내질렀다...
기록? 3분 20초...
그런데... 뛰고나니 이상하게도 왼발 아픈 게 조금 풀리는 모양새네... 거 참!!!
앗차!!
다음날 천왕봉에서 일출 본 기록을 빼먹을 뻔 했구만.... 요즘은 오늘이 몇날 몇일인지 날짜 감각도 없다...
6시 10분경에 일출을 예상하고 5시에 살살 천왕봉으로 출발하였지...
제석봉의 조망대에서 쉬고, 석혈 통천문 밑에서 잠깐 쉬고...
스마트폰 온도를 보니깐... 영상 4도.. 체감온도는 영상 2도로 나와있다..
천왕봉 바위에 하늘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라는 뜻의 "천주"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직접 가서 확인 사살을 하고..
동영상으로 일출을 잡는데... 손이 곱다...
"천왕봉~~~"
"햇님! 어서 나오세요...."
간절하게 원하는 아녀자의 여린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6시 13분... 드뎌, 해가뜬다!!
홍시처럼 붉은 해가 지평선에서 후광을 먼저 퍼뜨려 올리더니 붉은 빛으로 떠오른다.
우와~~~ 연신 감탄사!!!!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복받은 겁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자니 동영상을 촬영하는 손은 곱은데 온몸이 뜨거운 느낌이다...
추우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 뜨겁다 뜨거워...." 라는 말이 품속에서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