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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쉬는 날. 올레 5코스 맛집 아서원 탕수육과 짬뽕 by 미상유
어제 걸었던 올레길 4코스는 참 길기도 길었다. 거의 하루 종일 걸어서(비도 맞으며) 겨우겨우 완주 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다음 날엔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피곤의 신호.
매일 올레길을 걷는 사람도 많은데 난 한동안 앉아 일만 해서 그런지 체력이 많이 약해 진 것 같았다.
이젠 올레길 걷는 걸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의무로 걷는 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성산에 있는 민박에서 가자미 조림으로 아침을 먹고 의무감 반, 기대감 반으로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쇠소깍. 5코스는 벌써 걸었고, 6코스를 걷기 위함이었다.
쇠소깍 정류장에 내려 5코스의 끝이자 6코스의 시작점까진 1km가 넘는 거리라 사실상 6코스는 1km 정도를 추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
쇠소깍은 몇번 봐도 물빛이 정말 아름답다. 금방이라도 용궁에서 도망쳐 나온 토끼가 어푸어푸 하며 머리를 내 밀 것 같은 바다 빛이다.
투명 카약이나 테우 등을 한번 타봤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줄이 길어서 타지는 못했다.
사실 물 위에서 배를 타기 보다 저런 물빛의 바다에 몸을 담그고 둥둥 떠다니고 싶다.
그럼 내 피부에 쇠소깍 바다 물빛이 조금 배여 들까?
6코스의 시작은 쇠소깍에서 부터 외돌개까지의 그리 길지는 않은 코스다.
6코스 시작점에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그리고 금방 외돌개에 도착! 은 아니고 걸은지 5분 만에 6코스를 이탈하고 말았다.
위 사진은 그 다음날 촬영한 것.
다리 상태가 영 좋지 않았기에 억지로, 의무감으로 무리하며 걷는 것 보단 휴식을 취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난 5코스를 걷고 먹으려던 아서원의 탕수육과 짬뽕을 먹으러 갔다.
여행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고 보고 걷고 먹고 마시는 것.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이 빠진다면 여행이란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 할 정도로 여행지에서의 미식에 큰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오늘 방문한 아서원은 쇠소깍에 있는 중국집으로 탕수육과 짬뽕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었다. (불친절 하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맛의 궁금함이 더 컸다.)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아서원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주방이 홀과 바로 붙어 있는데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 져 있지 않은지 다소 매운 연기가 아서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꼭 환풍시설 없는 고기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토끼굴 속에서 바들바들 떠는 한마리 새끼 토끼가 된 기분도 든다.
어쨌든 힘겹게 찾아 온 곳이라 다시 나갈 수는 없어 탕수육과 짬뽕과 짜장면을 주문했다.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진 탕수육. 바싹도 아니고 덜도 아닌 적절하게 잘 튀겨져 꽤나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탕수육 소스는 별 특징 없는 일반적인 탕수육 소스다.
바삭바삭한 탕수육 위에 탕수육 소스를 듬뿍 끼얹어 하나 먹을 준비를 해 본다.
이때가 가장 설레고 떨린다. 과연 어떤 맛을 보여 줄까? 나를 실망 시킬까? 혹은 만족 시킬까?
벼르고 별렀던 집이나 큰 기대감을 안고 젓가락으로 살며시 집어 한 입에 쏙~!
아차! 간장, 식초, 고춧가루에 살짝 찍어서 입 안에 넣으면 달콤하고 새콤한 소스와 함께 바삭하면서도 말캉 부드러운 탕수육이 입 안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
잘 튀겨지고 소스와의 조화도 좋은 확실히 맛있는 탕수육.
하지만 이 정도의 탕수육을 제공하는 중국집은 꽤 많이 있어 구태여 이것을 먹으러 이곳까지 찾아 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탕수육은 명성과는 조금 다르게 모습은 수수하다. 약간은 멀겋게 보이는 탕 같은 느낌의 짬뽕으로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는 않다.
국물의 색과는 다르게 다소 칼칼한 편으로 살짝 불맛이 나면서 개운한 국물이 매력적인 짬뽕이다.
후르륵 후르륵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짬뽕. 이 역시 맛이 있긴 한데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은 아니다.
짜장면의 맛은 평범한 짜장면의 맛으로 무난한 짜장면의 맛이다.
평범한 중국집의 평범한 짜장면.
어릴 적 부모님께서 저녁 시간에 모임으로 외출 하셨을 때 종종 주문해 먹곤 했었던 짜장면.
짜장면을 먹다 보면 어릴 때 기억이 문득문득 스쳐간다.
한달에 한번 정도 먹을 수 있었기에 부모님께서 모임이 있길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었다.
지금 먹는 짜장면은 그때 만큼 맛있지는 않지만 추억을 먹는 다는 느낌으로 종종 먹고 있다.
아서원은 전체적으로 맛있는 탕수육과 짬뽕, 무난한 짜장면을 제공하는 중국집이다. 단, 아서원만의 매력적인 맛의 특징은 없는 편으로 좀 괜찮게 하는 중화요리집에서 맛 볼 수 있는 맛이기 때문에 아서원을 가려고 그 먼 쇠소깍 까지 간다면 실망하겠지만 올레길을 걷다 점심이나 저녁으로 맛있게 식사하기는 적합한 것 같다.
아서원에서 배부르게 포식하고 민박집을 갔더니 주인 이모님 내외분과 올레꾼들이 모여 앉아 간단하게 술 한잔 기울이고 있었다.
두접시로 나눠 담겨진 정체 불명의 회가 눈에 띈다.
특이하게도 껍질과 꼬리가 그대로 붙어 있어 모양은 조금 그런데 회를 아는 사람들에겐 이게 아주 맛있는 회로 꼽힌단다.
개인적으로 회는 그리 즐기지 않아 독특했었는데 아마도 내 기억엔 자연산 자리돔회였나 그랬던 것 같다.
술자리는 깊어지고 이야기도 깊어지고 나의 정신 세계도 술에 빠져 들어 비몽사몽 정신이 없다.
확실히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마시는 술은 금방 취하는 듯 싶다. 다음 날을 기약하며 방으로 들어 갔다.
= 그리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다음편 예고! =
다시 또 제주도엔 비가 온다. 4코스를 걸을 때 보단 적지만 비가 내렸다 내리지 않다를 계속하는 날씨.
하지만 날씨에 상관 않고 6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걸으며 제주도의 촉촉한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6코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 제주 올레 공식 사이트: http://www.jejuol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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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맛있는 남자이야기 by 미상유 원문보기 글쓴이: 미상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