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터미널은 오래전부터 파행 운행으로 말이 많이 나온 곳이다.
터미널 소유주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인하여
버스회사와의 갈등은 메울 수 없을 만큼 깊어졌고,
지역 뉴스에 심심하면 등장하여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결국 2007년에 KD그룹을 중심으로 노상 정류장을 설치하여 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버스회사에서 독립 선언을 한 것이다.
터미널 따로 정류소 따로, 장호원터미널은 둘로 갈라진 채 지금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오랜 갈등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는 장호원터미널.
좀처럼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기 어려웠기에,
지금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언젠가는 꼭 찾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발도장을 찍었다.
장호원은 이천시 소속이지만 이천과 생활권이 다른 지역이다.
읍내 동쪽으로 흐르는 청미천을 사이에 두고 감곡(충북 음성 소속)과 생활권이 이어져 있으며,
이천시내에서도 장호원(27km)이 여주(18km)보다 멀다.
그래서 두 지역은 소속만 같을 뿐 서로에 대한 동질감이 약하여 지역 갈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장호원에는 이천과 달리 독자적인 교통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도 안성선의 종점이 바로 장호원이었으며,
수려선이 들어온 이천시내와 다르게 각자의 교통망에 따로 의존하였다.
두 철도가 모두 사라진 1970년대에는 버스터미널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
서울을 포함하여 타지로 나가는 버스가 각자 따로 운영을 하고 있었으니,
장호원터미널은 지역의 밥줄이자 희망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사업주를 잘못 만난 덕분에 장호원터미널은 관리가 전혀 안된 채 수십 년간 방치되었고,
낡은 시설과 불친절한 서비스, 주인장의 아집으로 인하여
장호원터미널은 오래전부터 일대에서 유명한 기피 대상 장소로 꼽혔다.
버스회사도 예외가 아니어서 비용 문제로 아주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왔다.
결국 참다못한 KD그룹은 2007년에 터미널에서 철수하여 북쪽 200m 구간에
정류소를 따로 설치하여 운영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벌써 10년이 넘은 현재 장호원터미널은 폐쇄 직전의 상황에 몰려있다.
한동안 친선고속, 서울고속 노선이 들어왔지만 현재는 KD 정류장에 정차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여길 찾는 사람은 거의 없고 터미널 기능이 마비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KD가 운영하는 정류장을 가볼까 한다.
이전에 두 번 장호원을 찾았을 땐 버스터미널에 대한 기록을 남겼지만,
사실상 운행 중단이나 다름없는 터미널을 찍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장호원터미널에서 서북쪽 200m 구간에 있는 장호원시외버스정류소의 모습이다.
현재 네이버, 다음지도는 이곳을 터미널로 안내하고 있다.
이 지역의 절대 패권을 차지하는 KD그룹의 강력한 영향력 때문에,
KD가 터미널에서 철수하자마자 터미널 기능은 사실상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200m 거리지만 시외버스정류장은 읍내 외곽에 위치한다.
읍내가 워낙 좁고 복잡하기 때문에 거주지 안에 정류장을 설치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사실 불법으로 만들어진 임시 정류장이었기 때문에,
거액의 벌금을 물고 뒤늦게 인가를 받은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식 버스터미널 시설이 아니다 보니 모든 버스는 양쪽 정류장에 정차한다.
그래서 감곡, 음성, 충주 방면 시외버스는 매표소 건너편의 정류장에서 승차해야 한다.
신호등 없이 위험천만한 길을 건너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데다,
사진처럼 일부 버스가 이곳에서 오래 대기하기 때문에 버스를 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정류장 매표소, 대기실을 비롯한 메인 시설은 이천, 서울 방향에 있다.
아무래도 터미널 이용객의 절대다수가 동서울 또는 수원, 이천행을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승차장, 반대편이 하차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승차장은 유리천장과 유리벽으로 막혀 있어 비, 눈, 바람을 피하기 좋으며,
시야가 뚫려 있어 버스가 멀리서부터 와도 관찰이 가능하다.
매표소와 바로 붙어있어 표를 사고 버스를 기다리기도 유리하다.
다만 인도에 설치한 시설이기 때문에 여기를 지나다니기엔 상당히 좁고 불편하다.
매표소와 대기실은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터미널에서 방을 뺐을 땐 갈등이 해결되면 다시 원상복귀하려고 임시로 만든 것이니,
KD 입장에서도 이렇게 오래 컨테이너 대기실을 사용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임시 시설이지만 에어컨, 난방시설 모두 설치되어 있어 더위나 추위에 떨 필요가 없다.
다만 컨테이너라는 한계 때문에 매점 같은 상업시설은 꿈도 꿀 수 없고,
화장실도 조그만 박스형으로 되어있어서 이용이 매우 불편하다.
장호원터미널 시간표는 근처의 태평, 감곡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동서울행을 비롯하여
이천, 수원, 인천, 안산행 등의 중간 경유지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행은 반대로 이들 지역에서 음성, 충주, 제천, 괴산 등의 충북 지역으로 가는 노선들이 운행한다.
여기에 감곡행의 경우 동서울발 노선까지 추가가 되니,
정류장 규모에 비해 매우 활발하게 버스가 드나들고 있다.
주변에 마땅한 거점지가 없어서 그런지 드나드는 버스는 많지만 노선은 다소 한정적이다.
있는 노선들 대부분이 완행이다 보니,
요금표를 보면 몇 안 되는 노선으로도 행선지가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표까지 모두 둘러본 이후에 다시 한번 읍내(터미널) 방면을 바라보았다.
사진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의 분홍색 건물이 친선고속 전용 터미널이다.
예전에는 저곳을 방문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과 내용을 담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차마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 거부감이 드는 건지 정확히 꼬집을 수는 없었지만,
세 번째 방문에서야 비로소 평온함을 되찾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갈등이 도저히 해결되지 않으면 차라리 이 상태 그대로 쭉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자체에서도, 회사 측에서도, 터미널 업주에게도 딱히 해결 의지가 없다면 말이다.
지역 주민들 또한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에 이젠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고착화된 평온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다려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채로,
이날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첫댓글 기존 장호원터미널은 친선,서울고속 노선 차량들이 사용중입니다
기존 터미널에서 승객을 싣지 않고 KD정류장에 정차하며, 기존 터미널은 주박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는군요~
@Maximum 기존터미널에서 친선고속 1일1회 청주~장호원노선 운행합니다. 그리고 그외 친선 노선들은 양쪽 다 경유하는 불편한 방식으로 운행중입니다
@[미추홀] 그랬었군요... 정말 불편한 시스템이네요. 같은 회사라도 노선마다 승차 위치가 다르니 정말 까다롭네요. ;;
장호원시외정류장이 KD소유라서 그런지 대기실 의자도 보라색인것이 눈에띄네요
보라색에 로고까지 박혀있으니 누가 봐도 KD소유라는 게 확 티가 나네요~
장호원 터미널 소유주인 윤00 사장님, 대단하신분이죠. 큰 개와 함께 생활을 하였는데 지금 그 개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직하게 제대로 운영만 했더라면 지금쯤 많이 발전했을텐데, 밖에서 보기에 퇴색되어가는 건물의 모습처럼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아직까지 문제를 질질 끌고 가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나오길래 10년 넘게 배짱운영을 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지금 자리에 새로운 버스터미널을 신축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보니까 요즘 개들이 없어졌더라구요. 비오면 개비린내 진동했는데.. 윤ㅇㅇ사장님의 동생분이 장호원중학교 교감인가 역임하셨을거에요. 옛날에 윤ㅇㅇ사장님 국회의원 후보로 여러번 출마한게 생각나네요. 매번 10표도 안되는 득표수로 낙선하셨죠.
기존 터미널은 서울고속 청주노선이 쉬었다 가고, 서울고속 대전노선과 친선고속은 잠시 섰다 가는식입니다. 기존 터미널에서는 주박하는 노선이라고는 서울고속 청주노선 딱 한대만 주박할겁니다.(다음날 06:30분 청주행) 경기.대원이야 시외버스, 시내버스 모두 감곡에서 주박합니다. 사진상에 시내버스는 원래 과수농협 출발차인데 얼떨결에 저기 서있네요. 10여년이 지나니까 저마저도 익숙해지네요. 몇 년후에 생길 중부내륙철도 감곡한테 뺏겨, 터미널 주인의 아집과 이천시의 무관심의 콜라보로 발전이 안되는것에 안타까워요.
그랬었군요. 사진으로는 못담았지만 서울/친선 중 하나가 정류장에서 승객을 내려주는 것을 봤는데, 참 복잡하게 운영하는 모양입니다. 발전 포텐이 충만한 곳인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말씀처럼 터미널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것 같아요.
장호원터미널이 파행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저 정도면 운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드나드는 차들이 있어야 뭐가 되도 될텐데 KD가 나간 이후 다른 업체들도 다 나와버렸군요. 확실히 시외버스가 이해관계자가 많은 탓인지 지역마다 복잡한 사연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장호원터미널 파행운행에 관한 내용은 이전 글들에 자세히 써놨습니다. 사실상 손을 놓은지 오래된 상황이니 다른 회사라고 계속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터미널문제는 이해관계자들간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겠지만
지자체의 무능과 무관심이 더 압권이네요.
그 자리에서 10년을 넘게 운영을 해왔고, 나중에라도 시설 인가를 내줬으면
신호등, 횡단보도 설치는 최소한의 관심만 있으면 즉시 할 수 있는 일인데,
사람 통행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을 설치하는 일이 아직까지 안되서
생명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단 횡단을 하고 있다니...,
신호등 문제를 지적하시는 것을 보고 평택이 떠올랐네요. 평택은 이 분야의 끝판왕이었죠 ㅎㅎ 말씀대로 지자체의 무관심과 무능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인가를 내준 것도 이미 자리를 잡은 불법 정류장을 내쫒기엔 리스크가 커서 어쩔 수 없이 한 측면이 크고, 신호등 문제뿐만 아니라 인도를 잡아먹고 정류장 시설을 운용하여 정류장 양쪽을 왕래하려면 사실상 도로로 나와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사실 지자체에서 협상을 하던 강압적으로 나오던 의지가 강했다면 진즉에 해결될 문제였을 수도 있거든요.
@Maximum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있을까요?
항상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공무원 모두가 그렇하지는 않다는 전제를 달고 얘기해야
대다수 공무원분들이 의욕이 꺾이거나 상처받지않길바라지만
아직도 도처에 저런 공무원들이 많은것도 현실이기에..
분명 설치요구 민원도 있었을거구,
이런 건 개인의 사익을 취하기 위한것도 아니고,
첨예하게 갈리는 정치적인 요구도 아닐진데
터미널과 관련이 없는 장소라도 도로를 건너다니는 사람이 많은곳이면
당연히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해줘야함에도...
여러 곳에서 각자의 업무에 더 분발해서 일해야 할 사람들 많습니다.
모쪼록 수고가 많으십니다.
@스몰우드 신호등 문제는 사소한 불편함에 불과합니다. 우회도로가 많이 생겨서 구 3번 국도를 이용하는 차량이 많지 않으니까요. 다만 신호등을 포함하여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장기간 느껴왔고, 여기에 대한 대책이 없이 방치된 것에 대한 책임은 지자체에서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만약 장호원이 이천 소속이 아닌 독자적인 시/군이었어도 이렇게 손을 놓고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