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를 피할 수 없는 것이 계절인가 보다.
처서를 지나지마자 기온이 확연히 달라진 느낌이다.아직도 한낮의 태양열은 따갑지만 어느덧 조석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이 끝없이 높고 푸른 것 같다.
누구나 떠나는 한여름의 피서,가고오는 길에 교통체증으로 인한 짜증,피서지에 도착하면 북적대는 인파에다 바가지 상혼
과 온갖 횡포에 시달려야 하기에 즐거워야 할 휴가가 짜증과 고통으로 얼룩지기 일수다.
그런 페단을 수없이 경험하고 보아 왔기에 이번에는 휴가철이 끝나가는 여름의 끝자락인 8월의 늦으막에 자연휴양림에나
가서 며칠간 휴가가 아닌 심신의 휴식을 푹 취하기로 하였다.
친구가 이미 두달여전에 경남 거창군에 소재한 금원산 자연휴양림에 예약을 해 둔 날이 바로 오늘 8월25일이다.
24일 까지는 성수기로,25일부터는 비수기로 분류되어 회원이면 방값이 절반 값으로 차이가 나기에 25일부터 2박3일로
예약을 하였단다.역시 여행 매니아답게 매사에 꼼꼼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운 친구에게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24일 고향집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25일 아침 일찍 출발하였다.출발할때 간간히 내리던 빗방울이 성주호 가까이 가니 굵
은 빗방울로 변하였다.가야산 줄기에 댐을 막아 만든 성주호,무흘게곡,독용산성...비가 오지 않았다면 차창 밖으로 아름
다운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으련만 비 때문에 눈요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아쉬운 순간이다.
11시경 금원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친구들과 만나 숙소인 통나무펜션에 추차를 한 후 입실하기까지 잠시 남는 시간
에 주변을 산책하기로 하였다. 오는 도중에는 그토록 퍼붓던 빗줄기도 거짓말 같이 그치고 산책하기엔 아주 좋은 조건이
다.불어난 계곡물 소리가 한층 우렁차게 들리고 천혜 절경의 울창한 숲속을 거니노니 이 보다 더 좋은 힐링이 어디 있으
랴! 이번에는 이곳에서만 3일동안 푹 쉬기로 되어 있으니 마음의 여유 또한 넉넉하다.
어느덧 입실 시간이 되어 짐 보따리를 풀고 민생고부터 해결하기로 하였다.비 오는 날에는 부침게에 막걸리가 제격이라
고 배회장이 오는 길에 시장에 들려 부추전꺼리와 막걸리 몇병을 사왔단다.
아내들의 부침게 솜씨에 막걸리 한잔 곁들이니 신선이 별것이더냐! 천지가 다 내세상이로다.
*우리가 묵었던(204호) 숙소전경
이번에는 별도로 게획이 없으니 마음이 그리 편할 수가 없다.
배불리 먹고 밖을 나오니 누런 황토빛갈의 계곡물이 콸콸 흘러가고 있었다.우리가 머무는 곳이 금원산 유안청게곡인데
시원한 물소리에 절로 마음이 통쾌해진다.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인생사,세상사를 애기해 본다.
물안개에 서늘함을 느끼며 유안청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거대한 물줄기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집을 나서면 근심걱정이 사라져 심신이 편한 것도 좋지만 먹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살림 9단들의 아지매들이 모
였으니 진수성찬이 될 수 밖에 없다.
아내가 고스톱을 배우고 싶다기에 떠나기전에 몇번 가르쳐 주었는데 저녁을 먹고나더니 고스톱 한판 치잔다.
원래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줄 모른다고 화투장을 잡더니 재미있는지 일어 설 줄을 모른다.그렇게도 웃고 떠들고나니
어느새 밤이 이슥하였다. 각기 잠자리에 드는가 했더니 이내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물안개 자욱한 유안청계곡
첫댓글 좋은곳 다녀 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