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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패스 한 번 긁으면 갈수 있는 산-예봉산(중앙선 팔당역)
사진/글:이종원
순전히 치유를 위한 산행이었다.
한달 전부터 성수가 아토피가 심해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나 역시 천식과 알레르기 때문에 좋은 공기를 마셔야만 했다. 몸이 둔해 산행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였지만 몸의 이상 증세를 느겼을까? 뜬금없이 아내가 산에 가자고 했을 때 선뜻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집안에 배신자도 있었다. 얼마 전 중학생이 된 정수는 아빠와 여행보다는 친구와 놀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예전에 아빠와 다녔던 추억은 아무 소용도 없다.
"아빠가 만원을 줘도 안 따라 갈거야." 아주 못된 말만 골라서 한다. "아빠도 싸가지 없는 애를 데려가고 싶지 않아 "
멀리 가지도 않았다. 망우역에서 전철에 올라타면 팔당역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나 이렇게 가까운 곳에 보석 같은 산이 숨어 있는줄 그동안 모르고 산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다. 마치 모놀을 늦게 발견하고 후회하는 사람처럼~~
팔당역. 용산~용문산까지 30분에 한번씩 전철이 운행된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꼬박 서서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용산에서 오르면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차창밖에 풍경은 꽤나 운치있다.
역시 예상대로 팔당역과 운길산역에서 사람이 많이 내린다. 팔당역 화장실은 인파로 가득한데 특히 여자 화장실은 그 줄을 보면 산행하려는 기분이 싹 가신다.
해결 방법이 있다. 바로 팔당역 바로 옆에 있는 남양주역사박물관(031-576-0558)에 들러 잠시 숨을 고르고 가면 된다. 2010년 4월 28일 개관했으니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깔끔한 화장실은 물론 다양한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제일 반가운 것은 공짜~
지상 1층 지하 2층으로 자료실과 전시실로 꾸며져 있는데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한양을 감싸고있는 남양주의 문화유물을 볼 수 있다. 주로 등산객이 전철을 이용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사람이 쏟아지면 산에서도 북새통이다. 차라리 박물관에서 여유를 즐기며 전시물을 감상하다보면 시간조절도 하면서 한가로운 산행이 덤으로 딸리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도록 에니메이션, 입체영상도 볼 만하다.
흥국사의 소빈타존자상. 은근히 표정이 살아 있다. 남양주에 있는 지명유래, 잉어몰이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탁본체험이 있다.
삼족오 탁본
무료로 탁본체험을 할 수 있다. 모래그림그리기(20분 4천원), 문양찍기(10분, 1천원)등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한강을 바라보며 차를 음미하기도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비밀 이지트로 그만.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예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피와 녹차는 자판기보다 싸다. 남양주역사박물관(09:00~18:00 월요일 휴관/2010년까지 입장료 무료) 031-590-2793
http://cafe.naver.com/khishgee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역시 산 정상에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의 감동을 어찌 잊으랴. 1500원짜리 장수막걸리 한 통을 배낭에 우겨넣었다. 계촌의 감로주는 3천원.
막걸리처럼 저렴하면서도 기분좋게 하는 술이 또 있을까? 배불러서 좋고, 흥이 나서 좋고~
예봉산은 초행이니 무리를 하지 않으련다. 능선길을 따라 예봉산을 지나 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왕복 3시간 빨간 화살표)
다음에는 종주코스(총 5시간 파란색 화살표)를 도전해 보련다. 팔당역-전망대-예봉산-철문봉-철쭉군락지-적갑산-새재고개-운길산-운길산역
북한강과 남한강을 동시에 아우르는 코스로 구리와 남양주 일대를 감상하면서 산행할 수 있다. 특히 '다산능선'이라 불리는데 철문봉 정상에는 정약용, 약전,약종 형제가 마현마을 뒤쪽의 이 능선을 거닐면서 학문을 논했다고 하는 안내 글귀가 있다. 그 후 약용은 강진으로 유배갔고, 약전을 흑산도가서 죽었고, 약종은 순교당했으니 훗날 형제들은 다시는 이 눙선을 타지 못했다. 다산초당에서 바라본 강진만의 풍경과 이곳 한강의 풍경이 너무나 흡사했다.
예봉산 운길산 뿐만 아니다. 중앙선 전철 때문에 다양한 산행을 할 수 있다. 국수역의 청계산(658m), 양수역의 부용산(366m), 용문산까지 모두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내려다보는 코스다. 앞으로 대장이 소개할 길이다.
생태공원, 팔당역 뒤로 보이는 산이 예봉산이다. 그리 높아보지 않지만 막상 산에 오르면 급경사 계단 때문에 다리기 후들거린다.
예봉산은 적갑산으로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산으르로 마을 주민들은 사랑산으로 불렀고 옛문헌에는 예빈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예봉산 오른쪽은 예빈산이 솟아 있고 능선을 따라 팔당으로 하산하면 정약용의 생가인 마현마을로 이어진다. 조선시대의 정부 관서중 손님을 맡아보던 관아인 예빈시에게 나무 벌채권이 있었기에 예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반가운 모내기 장면
아스팔트 길이 끝나는 곳에 마지막 쉼터가 있고 반가운 화장실이 자리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좌측으로 가면 급경사 능선길이고, 우측으로 가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벚나무 쉼터에서 예봉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초입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기분이 좋다. 등산화의 력에 눌려서인지 흙길이 딱딱한 것이 아쉽다.
서울근교에 이런 산이 있다니, 특히 알레르기 치료에 좋다는 피톤치드를 많이 품어내고 있다. 그래도 콜록콜록~~
이정표마다 시를 걸어 놓아 마음의 평온을 얻기에 그만이다.
10살 밖에 안된 소년이지만 아토피 때문에 얼굴은 여드름이 덕지덕지~ 힘이 들었던지 쉬었다 가겠다고 어찌나 보채던지~
나무에도 올라가 폼 한번 잡아보고
능선길을 계단 데크가 거의 정상까지 이어진다. 등산로 보호를 위해 최근에 조성해 놓았다고 하는데 더 힘이 드는 것 같다. 어쨌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깊어 하늘 한점 보기 힘들다. 호흡이 가파르지만 폐속에 있는 나쁜 공기가 빠져 나가는 것 같아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다.
3~4월이면 생강나무가 진노랑 빛 꽃을 피어내며 5월에 접어들면 철쭉이 주인이 된다. 수령도 오래되어 어른 팔뚝만한 철쭉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은근히 수종도 다양하다. 참나무, 산벚나무, 개옻나무도 있고 물푸레나무는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중간쯤 소나무가 구부러진 곳에 주저 앉았다.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성수는 고기를 먹지 못한다. 심지어는 계란도~~아내와 나는 아이 몰래 까서 먹었고 성수는 방울토마토, 감자를 먹었다. 빨리 나으면 고기 살줄께~ 한강을 보며 막걸리를 들이켜보고~~족발이 있으면 참 좋겠구먼~
두물머리에서 두 몸을 섞은 한강은 바다를 향해 유유히 흐른다. 하남의 아파트가 없다면 강진만의 바다와 흡사했을 것이다. 다산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이곳에 올라왔었을 때 강진을 그리워했을까 아니면 몸서리 쳤을까.
중간에 조그만 공터만 있다면 영락없이 아이스케키 장수가 차지하고 있다. 비비빅, 메로나....한강을 바라보며 비비빅 한 입 베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
전망대도 보인다. 예봉산 등산로증 한강을 보기 위한 최고의 전망포인트다. 이런 상쾌함 때문에 산에 오르겠지.
이곳에서도 30분은 더 올라야 정상이 나온다.
정상부근은 온통 철쭉군락다. 큼직한 꽃봉오리가 모가지채 떨어지는 것이 동백을 닮았다. . 핑크빛 꽃잎밭을 밟고 가는 기분이란~
이곳의 철쭉도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내일 비가 오면 1년을 기다려야 다시 만나겠지. 철문봉 아래와 율리고개 아래에 철쭉 군락지가 있어 5월 중순이면 자연산 꽃향기에 취해볼 수 있다.
마지막 힘을 내보자. 성큼성큼
하도 보채는 바람에 성수에게 연시샤베트(3천원)를 사주었다. 말썽 부리던 성수는 먹을 것을 보더니 샤베트처럼 굳어 버렸다.
드디어 정상. 해발 683m밖에 되지 않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내 체력이 바닥이야
정상은 온통 철쭉군락이며 거침없는 능선이 펼쳐진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구름이 걸린다는 운길이다. 그 아래 차향이 좋은 수종사가 자리잡고 있다.
예봉산에서 'ㄷ'자로 능선을 따라 운길산 정상을 밟고 하산하면 중앙선 전철역 운길산역에 닿는다. 팔당역에서 운길산역까지 총 5시간쯤 걸린다는데 다음에 도전할 코스다.
예봉산 정상
패러글리이딩과 철쭉
운길산
예봉산 철쭉군락지
철쭉은 봄의 마지막 자태다. 은은한 핑크. 사진에서 보듯 그 진한 꽃향기가 우러 난다.
벚나무 쉼터로 하산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흙길이어서 무릎에 부담이 없다. 내친 김에 율리봉, 율리고개, 예빈산싸지 둘러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벗나무 쉼터에서 계곡으로 하산했다. 졸졸 계곡이 내는 물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등산화를 던지고 발을 담구었다.
어찌나 물이 차갑던지 10초이상 버틸 수가 없다.
망중한~
엄마는 깨끗한 물로 아토피 균을 없애고자 한다. 한번 씻어서 효과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모성애로 치유하겠다는 마음만은 하늘도 인정하겠지.
서울근교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을까? 등산로에 들어서면 하늘 한점 보기 힘들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하산하면 또다시 막걸리집이 유혹한다. 두부와 도토리묵 그리고 잔치국수 한그릇 먹으면 그 순간만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벽면에 큼빅하게 붙어 있는 전철시간표. 한잔 두잔 이어지면 자꾸만 출발시간은 늦어지고 그러다가 날은 저물어 간다. 전철로 다니는 산행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분이면 망우역에 닿는다. 성수가 졸린가 보다. 오늘은 아토피의 공포에서 벗어나 세상 모르고 잤으며 좋겠다.
한달 동안 이어진 기침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성수가 몸을 긁을 때마다 아이가 내 피를 고스란히 받았다며 아내는 온갖 눈치를 주었는데 오늘은 그 잔소리 안들었으면~~원래 우리 피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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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더운날씨에 고생하셨네요... 성수가 많이 힘들었을것 같아요 다음에는 운길산역에서 오르면 훨씬 쉬워요.. 그렇게 경사도 심하지 않고 숲길이 시원하니 ~~ 오르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팔당호을 보시면 더욱 아름답지요 .. 운길산역 -수종사 -절상봉-운길산 정상- 능선따라 걷다보면 적갑산- 예봉산 !!! 팔당역으로 하산 ㅎㅎㅎㅎ 죽는줄 알았어요
운길산 정상에서 감로주는 두잔이상 마시면 산행에 지장이 있어요 나중에 취하더라고요~~~
매 주말마다 지나치기만 하네요. 용문산 정상은 일년내내 보기만하고 연례행사로 오르니.... 산철쭉 너무 예쁘죠. 성수 아토피가 얼른 도망 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아토피로 고생 많이했던 사람이 가르쳐 줬는데요. 코스트코에 가며는 망치 그림이 있는 소다가 있는데 그것을 물에 희석해서 씻어 주곤 하며는 낫는데요. 꼭 해보세요.
집사람이 달려가서 바로 사왔어요...소다...감사합니다.
친정이 남양주인데.. 역사박물관에 들렸다 예봉산에 올라 가봐야겠네요 항상 땡기는(? 호~호) 정보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고 있는 여인네인데요 모놀 가족과의 만남이 없어 죄송하기도 합니다. 어느날엔가 만남이 되면 가족들에게 동동주에 파전 쏩니다 ^*^
아토피 땜시 고생하는 성수가 안쓰럽네요. 우리동네와서 살면 좋을긴데.....
언제부터 아토피가 심해졌나요? 전 아주 어린 아가들만 고생하는 줄 알았더니.. 고생이 심하네요. 가려움증의 고통을 아는 저로서 성수가 빨리 낳았으면 정말 좋겠네요. 지도에서 수종사를 보니 연애시절이 생각나 멜랑꼬리해지네요. 둘이 첫산행이었는데 어찌나 쩔쩔매며 땀을 흘리던지.. 지금은 목소리만 큰 제왕이 되었지만...쩝.
전철 개통전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무척 많아 졌죠? 고생하는 아이들 생각하면 맘이 쨘합니다. 숯가마에 다니는 분이 숯불을 쪼이니 많이 좋아 졌다 하더군요. 목초액도 효과 있구요.
중앙선을 저도 몇번 타봤는데..정말 좋더라구요!~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맘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자연과 가까이 지내면 많이 치유되던데..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참잘 다녀오셧네요 나는 어제 양수역갔다 세미원 보고 왔지요
팔당으로 꼭 하번 가야겠네요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군요
아토피!! 세흥허브제품 생명의씨앗을 먹이세요
삶의 진솔한 이야기 음미하며 갑니다. 건강하세요.
에고~ 성수가 아토피때문에 고생하네요. 마음이 짠합니다. 성수야 빨리 나아서 맛있는 고기 먹으렴. 요새 서울에는 전철타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서 참 좋아요. 수고하셨습니다. *^&^*
송수의 아토피가 빨리 쾌유되기를 빌며 좋은 산행코스 정보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잘 보았씁니다
아토피..무척 고생하는군요 성수가..예봉산 지나치기만 했지 올라보진 못했는데..아주 좋군요.^^*
정말멋지고아름다운산이네요 우리도심근교에 좋은곳이 많은데 멀리만가려고하니 참```
꼭한번가보고싶네요 정말 고마워요 좋은정보주셔서~~~~
철쭉이 지고나면 산에서 제철만나 곱게 피어오르는 '연달래' 색이 참 곱습니다. 성수가 벌써 열 살이라니 점점 인물이 훤해져 갑니다. 제 친구의 자제 분이 얼굴에 아토피를 갖고 있어 삼각산을 맨발로 다니며 치유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예봉산 정상에서 파는 감로주.. 어떻게 빚었는지 맑고 깨끗한 그 맛은 예봉산에 명물이 되어 그 한 잔을 맛 보려고 찾는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많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모놀에 올렸었던 게시글이 겨울 운길산이었는데..대장님 다시 가시는 날, 꼭 감로주 한 잔에 힘을 실어 종주하고 오십시요. 특히 눈이 쌓인 날 가야 멋진 코스입니다.^^;/멀리서 안부 전합니다.
저도 아토피가 있엇는데 틈나는대로 등산을 하니 좋아졌답니다 효과를 느끼려면 꾸준히 긴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가 스스로 등산을 즐기면 더 좋을텐데..
저도 몇년 전 11월18일이 결혼기념일이라 기념산행 했었는데 참 좋더라고요, 담엔 운길산 까지 가야지---
덕소가 시댁이라서 팔당은 여러번 가봤지만 산행은 해보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