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평화 마라톤 대회 후기>
춘천 마라톤 대회를 3주 앞두고 마지막 장거리 훈련을 겸한
대회 참가를 했다. 오늘 목표는 3시간 35분이내. 여차하면
3시간 30분 이내 기록까지도 염두해 두었다.
일주일 전 굴욕적인 레이스로 3시간 44분에 골인했던 국민건강마라톤을
설욕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어떻게든 목표기록을 달성해야 된다는
신념과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 그래서 대회 후 일주일간 이번 마라톤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대회를 준비했다.
물론 대회의 피로도로 인해 3일 밖에 훈련을 못했지만 짥고 굵게 스피드와
지구력을 연마한다는 차원으로 인터벌 훈련과 지속주 훈련을 했다.
그리고 이틀간은 조깅을 하고, 대회 2일 전부터는 근육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근력운동과 달리기를 하지 않고 푹 쉬었다.
대회 하루전 집에서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정도의 의지와 이정도의 몸 상태라면 335는 충분하리라 여겨졌다.
대회 날이 밝았다.
5시 40분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조금 휴식을 취하다가
6시 50분쯤 집을 나섰다. 좌석버스로 잠실까지 이동을 하고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한 뒤 삼성역에서 하차하여 대회장으로 갔다.
새벽까지 내리던 비는 완전히 그쳐 대회를 개최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비에 젖은 공기가 습도가 높아서 초반에 조금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장인 삼성 무역센타 앞 영동대로는 참가자들의 열기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사회자 배동성의 힘찬목소리가 대회장을
가득채웠고 속속 모여든 참가자들의 열기로 마치 동아마라톤이나
중앙마라톤의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실제로 참가인원도 5000명이
넘어서 꽤 규모가 큰 대회로 느껴졌다.
9시 정각에 출발을 했다. 풀코스 참가인원은 대략 600여명 정도.
지난 국민 마라톤대회의 60명에 비하면 10배의 규모다.
일단 330 페메와 함께 달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초반에 여유있게 달리면
후반에 조금 여유가 있을거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내 실력을
너무 과신한건 아니었을까. 4분 40초--4분 50초 정도는 무리가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4분 55초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원래는 페메 앞쪽에서 페메를 끌고 갈려고 했는데 페메에게
끌려가는 형국이 되었다. 다행이 5km 이후에 조금 여유가 생겨 함께
가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15km가 넘어서면서 페메를 따라가는게
절대 이롭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호흡과 내 착지에 리듬을 맞추어 페이스를 조절했다.
그러다 보니 페메와 점차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17km지점에서
페메와 작별을 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다가 헤어지면 한동안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그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페메와 멀어질수록 속도가 느려지기에 레이스가 더 편해야 되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렇게 혼자만의 적절한 페이스를
찾으며 달려갔다. 20km 지점까지 1시간 39분 42초. 일단 5분 페이스
이내로 통과를 했는데, 지난 대회보다도 1분이 느린 기록이다.
대회 출발한지 1시간 40분이 지나고 12시가 가까워오니 강열한 햇살이
내리쬔다. 오늘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한여름의 더위를 방불케한다.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흐르는 땀이 신발까지 젖게한다. 다행이도
지난주와 달리 매 2.5km 지점마다 급수대가 있어서 급수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좋았다. 26km 반환점을 돌아 200미터쯤 달려오니 경춘선이
달려온다. 무척 반가웠다. 거리가 얼마 안되니 금방 추월할거란
생각을 하며 달렸다.
20km--30km, 10km 구간이 54분 10초가 걸렸다. 5분 25초 페이스다.
이제 목표기록은 물건너 갔고 오늘도 레이스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30km를 지나니 고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대회를 달리다 보면 달리기 싫어도, 멈추고 싶어도 달려야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 대회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를 악물고 달린다. 그러면서
점차 타협을 한다. 속도를 줄이고 걷지 않고 달리는 방법을 찾는다.
그렇게 레이스는 진행된다. 30-40구간의 레이스가 최악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최선의 레이스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자세를 고쳐본다든가,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든가, 허공을 향해
한번 웃어본다든가, 기분좋은 생각들을 해본다든가 등등......
그러나 상황이 반전되지는 않았다.
35를 지나는데, 지난주 대회의 재판이란 생각이 들었다.
준비도 더 잘했고, 컨디션도 더 좋았고, 대회규모나 서비스도
더 좋은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한참을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내 실력과 내 체력이 딱 이정도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탓하랴. 다~~나에게로 귀결되고 내 실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 것을.
드디어 40km 지점 팻말을 지났다. 남은 거리는 2.195km.
시계의 버튼을 눌렀다. 스퍼트를 하기 위해서. 그러나 여력은 없다.
1.3km를 달리고 탄천 자전거길을 벗어나 자동차 도로로 접어든다.
그러나 달릴 수 없을 정도의 가파른길 50미터 정도가 사다리처럼 서있다.
어쩔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걸어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거리는 800미터 정도.
스퍼트를 해본다. 그리고 점차 속도를 올려본다. 그때 반가운
얼굴 한사람~~칼린이 환호를 지르며 응원해준다. 갑자기 힘이
솟구친다. 그 힘으로 앞에 있는 한 주자와 자연스레 경쟁이 시작된다.
그렇게 함께 경주하듯 나머지 구간을 달리고 골인했다.
3시간 45분 12초.
힘든 레이스였다. 그 동안 목표기록과 이렇게 편차가 많이 나는
대회도 흔치 않았기에 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분명 오늘의
악전고투가 춘천에서 보약으로 쓰여질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이로서 춘천대회를 대비한 장거리 훈련은 끝이 났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올해 춘천대회의 목표를 3시간 20분 정도로
잡았는데 오늘 대회를 달리고 나서 허황된 꿈이란 걸 알았다. 어쩌면
330도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일단 325 정도는 목표로
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최종 목표기록이야 대회 3일전에야 나오겠지만 이제는 차분히
남은 기간 동안 효율적으로 훈련을 잘 하여 춘천대회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가을의 전설~~춘천대회에 희망을 걸어본다.
< 기록 정리--매 5km >
24분 33초, 24분 53초, 25분 15초, 24분 59초
27분 34초, 26분 34초, 29분 08초, 30분 36초.
11분 32초(2.195km) 계--3시간 45분 12초.
***********************************************************************
첫댓글 목표기록은 미치지 못했지만 최선은 다해서 달리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뭉클해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얼마남지않은 기간이지만 부상없이 준비 잘하셔서 춘천에서 선전 기대하겠습니다.형님 힘!
그래~~춘천에서 잘 달려보세나. ㅎ
날씨가 엄청 더워서 고생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가을의 전설을 이루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춘천대회에서 선전하시기바랍니다. 천리마님 힘!!!
감사합니다. 무사이님 힘
사실 어느대회 하나 쉬운 완주는 없었던듯 싶습니다. 준비를 잘했든 못했든간에.
그 날의 컨디션과 날씨와 신이 허락한 모든것들과 .....그래도 항상 최선을 다하시는 천리마 형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춘마에서는 가볍게 원하시는 목표대로 달리실걸로 생각됩니다. 리마 형님 힘 !!!
와우~~리마~~거 괜찮네. ㅎㅎ
새벽도 준비 잘 하여 춘천에서 호기록 달성하길~~새벽 힘
@천리마 페루 최대의 도시 리마~.리마님이 더 멋진데요ㅎ
어렵고 힘든 레이스였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다음 춘천대회가 기대됩니다.
수고 많으셨읍니다,힘
경춘선도~~힘
천리마님 리얼한 후기를 읽으면서 실제로 너무나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달린 구간도 있었고..
항상 그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욕심없이 그리고 꾸준한 노력의 댓가로 결과를 얻으시려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앞으로 남은 훈련 잘마무리하셔서 춘마에서 원하는 목표 달성하시기를요~~
칼린 만나서 반가웠어.
남은기간 훈련 잘 하여 춘천에서 목표한 기록에 골인하길~~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