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blue tooth) 기술'이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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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는 출범 당시 가정 혹은 사무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PC·프린터·PDA와 같은 정보기기·TV·냉장고 등 가전 제품의 복잡한 선을 말끔히 없앨 수 있는 근거리 무선 통신의 대표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무선랜· 적외선 통신 등 다른 무선 기술과 공존 문제, 호환 등의 기술적 장벽으로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 개화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블루투스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한 다양한 제품을 무기로 화려한 ‘재림’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블루투스 기술이 가장 많이 채택된 분야는 PC주변기기. 로지텍코리아가 선보인 ‘블루투스 무선 헤드셋’은 전화기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보통 무선 마우스나 키보드의 최대 거리가 2m인 점에 비춰 보면 블루투스의 강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스프라이트(www.sprite.co.kr)도 블루투스 기술로 일반 오디오나 DVD를 연결해 고음질을 감상할 수 있는 무선 홈시어터 스피커를 개발했다. 주파수 특성이 20㎐∼20㎑로 재생력이 우수하고 어댑티브 주파수 도약(호핑) 방식을 사용해 잡음이나 무선 통신끼리 데이터 간섭으로 인한 소리의 끊김 현상을 크게 줄였다.
오픈브레인테크(www.openbrain.co.kr)도 블루투스 오디오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소노릭스(Sonorix)’ 브랜드로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기술로 PC·휴대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고음질의 스테레오 음악을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해 감상하고 무선 핸즈프리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음악 감상, PC용 헤드폰, 전화 기능을 하나로 합쳤다. 이 회사 오재덕 사장은 “국내 블루투스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다양한 블루투스 제품 출시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 이라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PDA 등 고기능 통신 단말기의 등장으로 블루투스 기반 헤드셋 기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텍 등 휴대폰 업체는 이미 일부 단말기에 블루투스 칩을 내장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블루투스 칩이 내장되지 않은 단말기에도 사용이 가능한 무선 헤드셋을 선보이면서 휴대전화뿐 아니라 스마트폰, PDA 등 다양한 통신기기에서 기존의 유선 헤드셋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T가 오는 6월을 목표로 추진하는 ‘원폰’은 블루투스 시장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원폰은 유선 전화와 이동 전화용 칩을 하나의 단말기에 넣은 것으로, 집안에서는 값싼 유선전화를 이용하고 외부에서는 이동전화로 통화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2.4㎓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한 블루투스 기술을 탑재하며 집안에 단말기와 유선망을 연결하는 별도의 접속장치(AP)를 설치하게 된다.
블루투스는 앞으로 홈네트워킹과 같은 유비쿼터스 환경을 앞당기는 선두 주자로 부상할 것이다. 적외선통신, IEEE 802.11X 등 다른 무선 통신 기술과 주파수 중첩 문제도 점차 정리되는 상황이다. 바이너리 CDMA 등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 기술도 나오고 있다. 지난 98년 첫 선을 보인 블루투스는 이미 사무기기· 영상과 오디오· 차량용 무선기기 등 1500여가지 제품의 근거리 인터페이스의 확고한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화려한 데뷔를 꿈꾸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 블루투스란 = 블루투스라는 이름은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바이킹 왕 ‘헤럴드 블루투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가 북유럽을 통일했듯 이 기술로 각종 디지털 기기를 선 없이 하나로 엮어 혁신적인 통신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98년 2월 에릭슨· 노키아· IBM· 도시바· 인텔이 블루투스 개발자 그룹(SIG)을 결성하면서 본격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모토로라· MS· 루슨트· 쓰리콤이 SIG에 가세했다. 일반 회원사도 1400여개에 달한다. 블루투스는 적외선 통신 등 다른 근거리 무선 기술에 비해 여러 면에서 앞선다. 통상 10m, 최대 100m 떨어진 기기를 연결해 장애물이 있어도 통신이 가능하다. 전송 속도는 1Mbps. 곧 2Mbps 버전이 나올 예정이며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10Mbps급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전력 소모량이 적은 것도 강점. 칩 가격이 20∼30달러로 다소 비싼 것이 흠이지만 1,2년내에 5달러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류승문 카서 사장
"블루투스는 시장은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 잠시 물 밑으로 가라앉아 있는 격입니다. 오히려 시장의 요구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불씨만 지펴 주면 언제라도 시장은 열릴 것입니다."
류승문 카서 사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블루투스’ 전문가다. 블루투스 매력에 푹 빠져 3년 동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바이너리 CDMA를 기반한 ‘레토(Retaw)’ 기술까지 개발할 정도로 블루투스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블루투스 기술은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시장이 기대 만큼 크지 못한 데는 기술의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준비해야 할 때 입니다." 류 사장은 블루투스의 한계를 RF 칩의 설계 미완성으로 수신 감도가 떨어지고, 소프트웨어 스텍(Software Stack)이 방대해 업체간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으며 무선 랜과의 주파수 간섭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 중 주파수 중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블루투스 기술이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선 랜은 블루투스와 동일하게 2.4∼2.48GHz 주파수를 사용하지만 전체 80MHz 대역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중 26MHz 만을 사용합니다. 반면 블루투스는 대역 폭이 1MHz에 불과하지만 2.4∼2.48GHz 대역을 모두 사용해 주파수 도약(호핑)을 해 무선 랜과 주파수 간섭을 피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
류 사장이 블루투스의 치명적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블루투스 용으로 개발된 RF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그 위에 바이너리 CDMA 모뎀을 접목시킨 ‘레토’ 기술을 상용화했다. 레토는 블루투스와 비교 시험 결과 헤드 셋의 경우 동시에 15대까지 운용해도 전혀 상호 간섭 현상이나 전송 품질 저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당시 현장에 참석한 블루투스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류 사장은 "레토 기술은 상호 간섭이 없어 음질이 우수한 것 뿐 아니라 지금까지 블루투스 용으로 개발된 모든 RF 부품을 그대로 사용해 개발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라며 "아직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블루투스 기술의 한계를 보완, 시장 전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 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