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7) : <동해역>과 <묵호역> 사이를 걷다 그리고 정동진역
1.강원도 <동해역>은 철도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역이다. 청량리역에서 시작된 ‘동해선’의 마지막 종점이기도 하며, 강릉 사이를 오가는 산타열차의 연결점이고 한국에서 가장 오지라 할 수 있는 봉화의 승부역과 양원역 그리고 분천역으로 이동하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현재 승부역 방향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이번 여름 수해로 철길이 무너졌고 아직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차는 철암역까지만 이동할 수 있다.
2. ‘동해역’으로 달리는 열차는 중앙선 열차보다 더 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천까지의 이동 속도도 늦지만, 제천 이후 강원도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열차는 더 여유롭게 이동한다. 풍경 또한 바뀐다. 하천과 논으로 이어진 다른 지역의 풍경과는 달리 높은 산이 가까이 다가오고 조금은 답답할 정도로 터널이 많으며 산들이 위압적으로 길을 호위한다. 대한민국의 산악지대로 들어가고 있음을 지각한다. 이 지역에는 탄광이 많았던 까닭에 가끔 만나는 하천의 물빛은 뿌옇고 흐릿하다. 이번 이동에는 유독 <민둥산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아마도 ‘민둥산’의 가을 억새를 보러 가려는 사람들인 듯싶다. 다음으로 많이 내리는 역은 <사북역>이다. 이곳은 한국 카지노의 중심 <강원랜드>가 있다.
3. 4시간 가까이 걸려 ‘동해역’에 도착했다. 역 앞은 한산하다. 시청 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했다. 그때 오랜만에 만나는 표식을 발견했다. ‘해파랑길’이다. 동해역에서 묵호항과 주변 묵호역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33코스’였다. 반가웠다. 해파랑길 대부분의 답사를 약 몇 년 전에 마무리하고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과거의 친구를 만나듯이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오랜 추억과의 만남일 수도 있다. 더구나 이곳은 해파랑길의 다른 구역과 비슷하지만, 내가 빼먹고 걸은 코스였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길인 것이다.
4. 동해역에서 시내 쪽에 만들어진 길을 약 40분 정도 걸으면 해파랑길의 해안길이 나타난다. 파란 물의 청정한 기운이 힘차게 다가온다. 이어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코스는 그 자체로 마음과 몸을 정갈하게 해준다. 기온도 상당히 올라 땀이 흐른다. 웃옷을 벗고 힘차게 코스를 따라 걸었다. 멀리 수평선은 아득하고 동해를 상징하는 다양한 바위들이 바닷물과 만나면서 이어진다. 숲과 바다 그리고 바로 옆에 만들어진 기차길을 따라 낭만과 여유의 길을 떠난다. 반가운 모습이 이어지고 연결된다. 그렇게 약 2시간 정도 걸어 <묵호역>에 도착했다.
5. <묵호역>에서 동해역 쪽으로 다시 걸어 귀환하려다 강릉과 정동진역을 오가는 셔틀열차 시간표를 발견했다. 다행히 시간이 맞았다. 걷는 것도 좋지만, 역을 찾는 것은 더 반가운 일이다. 해안가를 질주하는 열차에서 동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것이다. 셔틀열차는 일반 열차보다도 더 깔끔하고 시설도 좋았다. 묵호역에서 정동진역까지는 한 역 사이며 시간도 20분 정도밖에는 걸리지 않는다. 짧지만 흥미로운 여행코스이다. 사실 셔틀열차의 전체 코스도 강릉역에서 동해역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은 압축적인 기차여행인 것이다.
6. 새해를 맞이하는 일출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정동진역>은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현재 기차가 오가는 역에 폐역에만 만들어진 <레일 바이크>코스도 조성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일 바이크를 즐기고 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해안가를 오가고 있다. 가장 낭만적인 여행 코스 중 하나인 곳이 정동진역이다. 이제 KTX가 운행되기 때문에 빠르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과거 S와 새해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송년 공연을 보고 밤 열차를 타고 와 정동진의 차가운 바람과 만났던 기억이 난다. 장소는 시간의 기억과 연결되며 더욱 의미있는 공간으로 남는다.
첫댓글 - 기차를 타고 숲과 계곡을 지나 동해의 푸른 물결을 보고....... 젊은 시절의 낭만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