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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엄경(楞嚴經)의 개요
밀교(密敎)와 선종(禪宗)의 사상을 설한 대승(大乘) 경전으로 원명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이며, 줄여서 『대불정수능엄경』 『수능엄경』 『능엄경』이라고도 한다. 인도의 나란타사에서 비장(煉藏)하여 인도 이외의 나라에는 전하지 말라는 왕명에 의해 당나라 이전에는 중국 및 우리나라에 전래되지 않았다고도 하나, 중국에서 후대에 찬술한 위경(僞經)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대불정(大佛頂)의 대(大)는 바탕이 크고 두루하다는 의미이고, 불정(佛頂)은 마지막 깨달음을 뜻하며, 밀인(密因)은 비밀하게 숨어 있는 원인 또는 종자를 말하는 것이다. 수증(修證)은 그 밀인을 수행하여 부처님의 대결과를 증득한다는 뜻으로 55단계 보살행을 닦아서(修) 마지막 깨달음을 성취함(證)을 말한다. 요의(了義)란 진리를 끝까지 사무쳐서 열매를 거두어 걸림없는 경지를 말하며, 제보살만행은 보살이 55단계의 과정을 통과하고 깨달음을 증득하기 위해 수억 겁의 긴 기간 동안 수많은(萬) 이타행(利他行)을 수행하여 보리를 성취한다(行)는 뜻이다. 수능엄의 수능(首楞)은 범어 원어를 음역한 것으로서, 온갖 일이나 이치를 다 통달해서 성취함을 뜻하고, 엄(嚴)은 지극히 견고함을 뜻하므로, 수능엄이란 온갖 일을 다 끝내서 견고히 성취함, 온갖 삼매의 깊고 낮은 갖가지 진리를 다 성취해서 안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정리하면 「능엄경」의 경 이름이 뜻하는 것은, '무한히 큰 절대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되기 위해 닦는 보살들의 완전무결하고 견고한 육도만행 수행법을 설한 경'이 된다.
『능엄경』은 『금강경』 『원각경』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과 함께 불교 전문강원의 사교과(四敎科) 과목으로 채택되어 학습되었다.
* 경의 구조
「능엄경」은 다른 경전들처럼 서론과 결론에 해당하는 서분과 유통분을 갖추고 있고, 본론에 해당하는 정종분은 5분으로 나뉘어 있다.
1. 견도분(見道分)은 우리 마음을 아는 장. 이 부분은 제1권부터 제4권 중간까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이름처럼 '도를 보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점층적인 해설을 통해 깨달음의 세계를 차근히 열어 보인다. 즉 처음에 부처님은 아난과의 문답을 통해 우리 마음이란 몸 안, 몸 밖, 감각기관, 감각기관과 대상의 중간 지점 등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물질과 나, 몸과 마음, 본질과 작용은 둘이 아니며 우리를 구성하는 오온이 모두 허망한 것임을 설하여, 깨달음의 본질을 가르친다. 즉, 모든 중생의 마음속에 감춰져 있는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인 여래장이 곧 우주의 근본진리며, 영원불멸하고 없는 곳이 없는 참마음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2. 수도분(修道分)은 번뇌를 끊는 수행방법의 장. 이 부분은 제4권 중간부터 제7권 중간까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도를 닦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참마음, 곧 여래장을 중생들이 알지 못하는 까닭은 눈, 귀, 코 입 등 육근으로 지은 번뇌 때문임을 밝혀, 수도과정을 통해 번뇌를 끊음으로써 참마음을 깨달아 열반의 경지에 들도록 권유하고 있다. 수도하는 방법으로서 세 가지의 무루학(無漏學)과 네 가지 율의(律儀), 다라니 암송요령과 그 공덕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길은 관세음보살에게 의지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고, 그에 따라 능엄다라니 주문을 외어 깨달음으로 들어 갈 것을 설하고 있다.
3. 증과분(證果分)은 도를 깨닫는 과정의 장. 이 부분은 제7권 말미에서 제8권 중간에 이르는데, '도를 깨닫는' 단계를 자세히 풀어내고 있다. 즉 10신(信), 10주(住), 10행(行), 10회향(廻向), 4가행(加行), 10지(地) 등의 단계를 밟아 드디어는 구경(究竟)에 이르러 성불하게 되는 것이다.
4. 결경분(結經分)은 맺음의 장. 이 부분은 경의 끝맺음 부분으로 제8권 중간에 있다. 경전의 가르침을 끝내면서 이에 덧붙여 지옥과 아귀, 축생 등 7취(趣)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5. 조도분(助道分)은 유혹을 물리치는 장. 이 부분은 8권 중간에서 마지막 10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수행을 돕는' 내용이다. 말세인 현재 중생들이 수도과정에서 겪는 50가지 번뇌와 유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갖가지 마군들을 어떻게 분별해내어 퇴치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변마장(辨魔章)이다.
* 경의 내용
「능엄경」은 우리나라 선종의 소의경전으로서, 참선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마군의 유혹을 분별하고 퇴치하는 법을 자세하고도 엄밀하게 밝히고 있어서 수행의 길잡이로서 가장 좋은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래장사상을 적시하고 여래장을 덮고 있는 미혹됨을 벗는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명확히 한 경전이기에 그 유용성은 더하다 하겠다.
1. 여래장
모든 중생의 번뇌 속에 내재해 있는 본래 청정한 여래의 법신을 말하는 여래장은 번뇌 속에 있어도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고 절대청정하며 영원히 변함이 없는 깨달음의 본성이다. 따라서 중생들의 미망 그대로가 여래장을 가리우고 나타나는 현상이며 삼세 여래가 모두 이 여래장을 구현한 이들임을 이 경은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미혹으로 가득한 현상을 꿰뚫고 여래장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능엄경」 제2권에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진실로 생멸거래(生滅去來)가, 상주하고 묘명하며 동하지 않고 두루 원만한 묘한 진여, 본래 여래장의 성품인 줄을 알지 못하는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여래장을 찾아야 할까?
「능엄경」은 이에 대한 답으로 「원각경」에 이어 사마타 관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마음인 영대(靈臺), 곧 대원경(大圓鏡)에 끼인 때, 번뇌를 지(止)의 수행으로 정화하는 것이다. 사마타 관법을 통하여 환심(幻心)인 일상의 망념을 떨치고 참마음이며 진리로서 영원한 주체인 불성 곧 여래장을 찾아나가야 함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즉, 미망의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루나야, 너는 색과 공으로써 여래장에서 밀고 당기기 때문에 여래장도 따라서 색과 공이 되거니와…… 나는 (깨어나) 묘명하고 생멸하지 않으므로 여래장에 합한다. 여래장은 오직 묘각명(妙覺明)이어서 법계에 두루하느니라."
다음으로는 자신의 여래장을 발견하여 열반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서,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흐트러짐이 없게 함으로써 번뇌를 떨치고 18계가 두루 원통하여 대승 일심(一心)으로 돌아가게 하는 삼마지(三摩地)를 설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원통법문(圓通法門)을 설하여 삼마지에 들어 여래장에 합하는 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처음 듣는 가운데서 흐름에 들어 대상(所)을 벗어나고, 대상과 들어갔다는 것마저 고요해져서 시끄러움과 고요함, 두 모습이 전혀 생기지 않게 되었으며, 더욱 깊이 들어가 듣는 주체와 그 대상이 다하고, 듣는 주체가 없어졌음 자체에도 머물지 않아…… 적멸이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2. 수행, 5가지 마군을 깨는 법
「능엄경」에서는 수행할 때에 나타나는 마군의 정체와 판별방법, 마군을 없애는 방법을 자세하게 일러준다. 마군은 특별히 다른 게 아니다. 수행하지 않는 이에겐 그 삶 자체가 마군의 세계이므로 마군이 무엇인가를 모르지만, 수행하고자 하는 발심을 내고 수행에 들어가면 그제야 마군의 존재를 보게 된다. 이 마군의 세계는 그 자체로 공한 것이지만 진정한 깨달음을 알지 못하는 한 엄연히 존재하면서 사람들을 미혹의 세계에 얽어맨다.
마군의 반대에 있는 것은 바로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이다. 마장이 미혹을 만드는 어둠이라면, 여래장묘진여성은 광명 그 자체라 할 것이다. 광명이 비추면 어둠이 물러가듯 여래장묘진여성을 깨닫게 되면 망상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마군의 세계는 절로 스러질 것이다.
마군의 세계, 5음(五陰)의 마구니는 색수상행식의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색음(色陰)의 마구니는 견고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고, 수음(受陰)의 마구니는 허명(虛明)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며, 상음(想陰)의 마구니는 융통(融通)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요, 행음(行陰)의 마구니는 유은(幽隱)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고, 식음(識陰)의 마구니는 허무한 전도(顚倒)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다.
이 오음의 마구니가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바로 미혹됨에 있다. 미혹됨에도 세 가지가 있는데, 수도하여 끊어야 할 견사혹(見思惑), 습기(習氣)에 의해 먼지나 모래처럼 많은 진사혹(塵沙惑), 여래장묘진여성을 알지 못해 생기는 무명혹(無明惑)이 그것이다. 이 미혹됨이 만드는 탁(濁)한 세계가 바로 우리 현실인 것이다.
오음의 갖가지 망상이 만드는 마구니들을 수행을 통해 모조리 퇴치하여 그에서 해방될 때, 수행자는 해탈하여 대자유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수행자의 목표임을 「능엄경」은 설하고 있다.
제1권에서는 칠처징심(七處徵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석가모니가 제자 아난과의 문답을 통하여 마음을 어느 곳에서 얻을 수 있는가를 밝힌다. 마음은 몸안(在內), 몸밖(在外), 감각기관(潛根), 어둠으로 감춰진 곳(藏暗), 생각이 미치는 곳(隨合), 감각기관과 대상의 중간지점(中間), 집착하지 않는 곳(無着), 그 어느 곳에도 있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제2권에서는 깨달음의 본성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한다. 물질과 나, 몸과 마음, 본질과 작용 등은 둘이 아니며, 오음(五陰: 色/ 愛/ 想/ 行/ 識)은 모두가 허망하여 자연도 인연도 아님을 설한다.
제3권에서는 세간(世間)의 만법(萬法)이 모두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이라 하여 마음의 영원불멸성을 깨우치고 있다.
제4권에서는 여래장(如來藏)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중생들이 미혹하게 된 원인과 업(業)을 짓게 되는 근원, 수행할때의 마음가짐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3/4권의 내용은 여래장사상 발달사에 있어서도 매우 요긴한 해설이 되고 있다.
제5권에서는 수행할 때 풀어야할 업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밝힌다. 풀어야할 근원적인 업의 매듭은 육근(六根) /육경(六境) /육식(六識) 등 이며, 이를 풀어서 깨달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인연을 법회에 참석한 제자들이 체험담으로 진술한다.
제6권에서는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갖가지 몸으로 화현함을 밝히고, 이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방편이 관음수행문(觀音修行門)임을 설한다. 이는<법화경>과 함께 우리나라 관음신앙의 유포에 크게 영향을 준 부분이기도 하다.
제7권에서는 해탈의 문에 들어가는 주문인 능엄다라니를 설하고 그 공덕을 밝히고 있다.
제8권에서는 보살의 수행하는 단계로 57위(位)를 설한 뒤 경의 이름을 밝히고, 지옥/아귀/축생/인간/신선/천인/아수라라는 일곱 갈래의 중생이 생겨난 원인과 그 각각의 생존양상을 설명하였다. 여기서 의 53위와는 달리 사가행(四加行)을 넣어 57위로 한 점이나 중생의 갈래에 신선을 포함시킨 점 등은 이 경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이다.
제9권에서는 말세중생이 수행하는 도중에 나타나는 50가지 마(魔)에 관해서 그 원인과 종류를 밝혔으며,
제10권에서는 오음의 근본을 설하여 경의 본론을 끝낸 뒤 이 경의 공덕과 유통에 관하여 부언하였다.
이 경에 관한 우리나라 고승의 주석서로는 고려시대 보환(普幻)의 2권과 『수능엄경환해산보기 首楞嚴經環解刪補記』 2권, 조선시대 유일(有一)의 『능엄경사기(楞嚴經私記)』 1권과 의첨(義沾)의 『능엄경사기』 1권 등이 현존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에 간경도감에서 편찬한 언해본을 비롯하여 10개의 판본이 전래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부 선종(禪宗) 사찰에서는 이 경의 제7권에 수록된 수능엄다라니(능엄신주)를 외우는 것을 매일의 일과로 삼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1235년(고종 22)에 이승광(李勝光) 등이 간행한 것으로, 해인사에 목판이 전하고 있다. 또 1372년(공민왕 21)에 안성청룡사(靑龍寺)에서 간행한 판본과 1443년(세종 25)에 성달생(成達生)이 발문을 쓴 전라도 화암사판(花巖寺版), 1457년(세조 3)에 원나라 유측(惟則)의 능엄경 회해본(會解本)을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것, 1462년에 간경도감에서 세조의 명으로 번역, 간행한 언해본 등이 있다.
그 외에도 1488년(성종 19)의 충청도 무량사판(無量寺版), 1489년의 황해도 자비령사판(慈悲嶺寺版), 1547년(명종 2) 황해도 석두사판(石頭寺版), 1559년(명종 14)의 황해도 성숙사판(星宿寺版), 1609년의 순천 송광사판(松廣寺版), 1672년(현종 13)의 울산 운흥사판(雲興寺版), 1682(숙종 8)의 묘향산 보현사판(普賢寺版), 1692년의 전라도 용흥사판(龍興寺版) 등이 있다.
현존 경판으로는 해인사판 외에 1609년(광해군 1)에 송광사에서 판각된 것과 1635년(인조 13)에 태인 용장사(龍藏寺)에서 판각된 것이 남아 있다. 그리고 백용성(白龍城)이 번역한 것을 1922년에 경성(京城) 삼장역회에서 연활자로 간행한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