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트플랫폼 A 전시관의 모습.>
인천 문화재단과 인천 아트 플랫폼은 2011년부터 올해로 3년째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제 3회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의 정식명은 <백령도-525,600시간과의 인터뷰 展>이다. 전시전의 취지는 백령도가 지난 60년, 525,600시간이라는 긴 시간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또 그 시간동안 축적하고 간직해 온 평화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이번 정전 60년 특별 전시전에는 66명의 작가들이 참여했고, 직접 작가들이 백령도를 방문한 뒤,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제작한 114점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최북단 백령도와 인천에서 개최되는데, 백령도에서는 심청각, 대피소, 백령병원, 백령 성당, 백령평화예술레지던시 등 백령도 일원에서 성공리에 1차 전시가 마무리 된 상황이고, 지난 14일부터 인천 아트 플랫폼과 트라이볼에서 2차 전시를 해오고 있다. 2차전시에는 백령도 현지에서 전시하기 힘들었던 작품들도 추가로 전시된 걸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금 소개할 인천 아트플랫폼은 인기를 모았던 KBS2 드라마 '드림하이' 촬영지로도 알려져 낯설지 않다. 인천 아트플랫폼은 A전시관, B전시관, G전시관, H전시관 등 총 4관에서 정전 60년 특별 전시전을 열고 있고, 입장료 또한 무료이므로 자유롭게 관람을 즐길 수 있다. 독창적이고 뜻 깊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작품을 소개해보려 한다.
줄리앙 쿠아네 - 군도
500x500cm(부분), 나무 패널에 분필, 유성파스텔, 아크릴, 2013
일반인 키의 3배를 넘는 거대한 작품으로 A 전시관에 들어가자마자 단연 눈에 돋보였던 작품이다. 현재 2013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줄리앙 쿠아네의 작품으로, 여러 한국 섬들의 지도를 블랙보드 위에 드로잉한 것이다. 상이한 섬 지도들을 임의로 배열한 것으로, 섬들의 집합과 조합, 배열의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있다. 드로잉에 사용된 분필은 매우 약한 재료로 부서지기 쉽고, 분필로 그린 드로잉은 지워지기 십상이다. 이러한 재료의 불안정한 특징은 작가가 만들어 낸 섬들의 조합이 자의적이고 불분명한 지형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맥락을 이룬다. 작품 속 공간은 실제 콘크리트 세계의 명확한 윤곽선을 대신할 어떤 유토피아적인 이상향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포함한다.
백령 로맨스 (접촉) - 정기훈
7분 30초, 싱글채널비디오, 2013
처음에 보면 그저 지저분한 걸로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바다를 연상시키는 주변 환경과 끝없이 돌을 주워담는 영상이 갖고있는 의미는 꽤나 깊다. 백령은 작가에게 로맨스가 가득한 공간으로 비춰졌고, <백령로맨스-접촉>은 작품 제목이 설명하듯 이성적 사랑을 노래하는 제스처이다. 하지만 백령의 수집되고 선택된 풍경과 돌탑을 쌓아 올리는 퍼포먼스가 오버랩 되면서 애로스적 사랑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북을 향하여 쌓아올린 돌탑의 끝은 저녁노을과 맞닿으면서 또 다른 만남, 즉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만나야만 하는 우리의 문제와의 만남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돌탑을 쌓을 때마다 등장하는 만남을 가로막는 백령의 상징적 구조물들은 과연 만남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반어적 의미로 되묻게 된다. 2013 현재의 대한민국 분위기를 조명하듯이 말이다.
일에 치여 바쁘게 사는 것보다 때론, 여유를 갖고 그림 한점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좋은 법이다. 이번 주말은 아트 플랫폼을 방문해 가족들과 함께 좋은 작품들도 감상하고 백령도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떤가.
이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