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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25
S#1. 바닷가 (낮)
세훈의 자동차, 정차해 있고… 차 앞에 선 세훈, 어둡고 착잡한 얼굴로 저 멀리를 바라보는데…
그 시선을 따라 다가가면, 바닷가 일각에 널브러져 앉은 정민,
무미건조한 얼굴로 손에 든 술병을 병 채로 벌컥 벌컥 들이키고 있다.
일어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질 않고… 그러다 그대로 널브러지며 누워 버린다.
이에 세훈, 다가가려고 한 두어 발자국 발걸음을 옮기다가, 혼자 두는 것이 좋을 듯 싶은지,
정차해 놓은 자동차로 다가와 운전석 문을 열고 오른다.
천천히 출발을 하고… 어느새 세훈의 자동차는 저 멀리로 사라져 간다.
시간경과
취한 정민, 널브러져 누워 있고… 정민의 시야에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자나자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일각에 던져 놓은 반쯤 남은 술병을 집어 들더니
비틀대는 걸음으로 정차해 있는 자신의 자동차로 다가온다.
이어 운전석 문을 열고 오르는…
S#2. 국도변 휴게소 (낮)
세훈의 자동차, 정차해 있고 주유 중이다.
주유가 끝나자, 세훈의 자동차 휴게소 입구를 서서히 벗어나려 하는데…
CUT - 세훈의 차안
운전석에 앉은 세훈, 프론트 글라스 너머, 무서운 속력을 내며 스쳐 지나가는 정민의 자동차를 발견한다.
순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얼굴이 어둡게 굳어지고… 이내 엑셀러레이터를 힘껏 밟는데…
S#3. 국도 (낮)
거침없이 질주를 하고 있는 정민의 자동차…
열려진 차창 밖으로 <Nirva내레이션의 Aneurysm> 헤비메탈이 주위의 사물들을 집어삼킬 듯 울려 퍼지고 있다.
한적한 도로를 곡예 하듯, 지그재그로 달려가고 있는데…
한편, 그 얼마 뒤엔 세훈의 자동차가 급속력을 내며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좁혀질 듯 좁혀질 듯 거리가 좁혀지질 않는데…
S#4. 세훈의 차안
긴장과 사색의 얼굴인 세훈,
애가 타는 눈동자로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 정민의 자동차를 뚫어져라 보며, 엑셀러레이터를 더욱 힘주어 밟는…
피가 마르는 심경이다.
어서 서라는 싸인을 보내듯, 연신 클락션을 다급히 눌러대는데…
S#5. 정민의 차안 (동 시각)
오디오에선 여전히 <Nirva내레이션의 Aneurysm> 헤비메탈이 주위의 사물들을 집어삼킬듯 울려 퍼지고 있고…
핸들을 움켜 쥔 초점 없는 정민의 시야에 프론트 글라스 너머, 저 멀리 가드 레일 너머로 벼랑 끝이 들어온다.
무표정한 얼굴로 핸들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더니, 엑셀러레이터를 힘주어 꾹~ 밟는데…
그와 동시, 속도계의 바늘이 휘청 휘어지며 튀어 오르고…
S#6. 국도 (낮)
정민의 자동차 지그재그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 모습,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보이고…
저 멀리 가드 레일 너머, 벼랑끝을 향해 더욱 속력을 높이며, 돌진하는데…
이때 무서운 속력을 내며 거침없이 다가온 세훈의 자동차가 정민의 자동차를 앞질러 스쳐 지나간다.
세훈의 자동차는 그대로 쌩~ 하니 무서운 속력으로 가드 레일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S#7. 정민의 차안
운전석에 앉은 정민, 프론트 글라스 너머로 보면,
저 멀리 가드레일 앞에, 요란한 급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꺾어지듯 들어서 멈춰서는 세훈의 자동차를 발견한다.
초점 없던 정민의 눈동자에 경악함이 번지고,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힘껏 밟는데.
S#8. 세훈의 차안 (동 시각)
운전석에 초긴장의 얼굴로 앉은 세훈, 차창 너머 위협적으로 달려오고 있는 정민의 자동차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사색인 얼굴이지만, 눈빛엔 절박함과 강렬한 의지가 넘치는…
세훈 : (절박한) 멈춰라… 멈춰라… 서정민, 제발 멈춰라…
S#9. 국도
세훈의 자동차, 가드레일 앞에 비스듬히 멈춰 서 있고…
한편, 달려오던 정민의 자동차, 요란한 급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우뚝 서 있는 세훈의 자동차, 바로 코앞에서 한치의 간격을 두고 멈춰 서는.
S#10. 세훈의 차안
깊고 쓴 한 숨을 토해 내는 세훈, 이내 매서운 얼굴로 운전석 문을 벌컥 열어 제치고 내려선다.
S#11. 국도
터질 듯한 분노가 배어 나오는 발걸음으로 정민의 자동차를 향해 다가가는 세훈 -
이내 정민의 자동차 운전석 문을 열어제치고, 멱살을 잡아끌어 정민을 끌어내린다.
한편, 사색의 얼굴인 정민, 초점 없는 눈동자로 그저 딸려 나와 서고…
세훈 : (매서운) 서정민!! 너란 놈! 정말 이것뿐이 안 되는 인간이야!!
정민 : (맥없이 서 있고) !!
세훈 : (터질 듯한 기세로 소리치는) 언제까지 이럴 거야!! 대체 언제까지 아버지 등뒤에 숨을 거야!
당당하게 혼자, 서란 말이야!! 이렇게 살려구 태어났어?
정민 : (슬며시 고개 돌리며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는)
세훈 :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쓴 한숨을 토해내는) 자살이라는 건, 니 인생이 패배했다는 고백이야!
(안쓰러움에 눈동자 흔들리는) 니 자신을 찾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몰라두, 찾아! 찾아 봐!!
정민 : (눈동자 흔들리는데)
그렇게 마주 한 두 사람의 모습에서.
S#12. 지은의 집 오후 전경
S#13. 지은의 집 부엌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그릇들이 한 가득 싱크대 주위에 쌓여 있고…
개수대 앞에 선 지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맨손으로 설거지 중이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그릇들을 닦아 씻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닦아내고 씻어내려는 듯 보이는데…
한편, 식탁 앞에 마주 앉은 조현숙과 영은,
지은의 눈치를 살피며, 지은이 씻어 낸 물기 묻은 그릇들을 마른 행주로 훔치고 있다.
잠시 후, 지은 싱크대 위 서랍을 열더니, 쌓여 있는 그릇들을 내리는데…
이 모습에 아연실색한 조현숙과 영은, 제발 좀 말리라는 듯 서로에게 눈짓을 보낸다.
그러다 결심한 듯한 얼굴의 조현숙, 일손을 멈추고, 아이고 어깨야~ 하는 등 엄살을 피우는…
이에 지은, 돌아보며 “들어가 쉬세요! 하는데…
이때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지은의 핸드폰이 울린다.
그러자 영은, “내가 가져다 줄게” 하며 일어나 재빠른 동작으로 지은의 핸드폰을 가져다 건네 준다.
이에 지은, 고맙다는 듯 웃으며 핸드폰 플립을 열어 받는데…
지은 : (전화 받는) 네, 이지은입니다. (얼굴 밝아지며)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에 뵙겠습니다… (핸드폰 끊는)
한편, 조현숙과 영은 무슨 전화인가 싶어 빠꼼히 쳐다보고…
지은 : (맥없이 웃으며) 면접 보러 오래!
조현숙, 영은 : (얼굴 환해지는)
S#14. 미란의 빌라
야멸찬 얼굴의 미란, 통화 중인데…
미란 : (수화기를 든 채) 내일 몇 시죠? 그래요…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알아서 하세요.
그 자리에서 떨어뜨리든 추후에 통보를 하든, 이지은이 발만 못 붙이게 하면 되는 거죠!…
다음 주쯤 인사드리러 갈께요. (여유만만한 얼굴로 수화기를 내려놓는)
이때 사냥복 차림의 미란부, 공기총이 담겨있는 총집을 들고 들어선다.
미란 : (일어나는) 재밌으셨어요?
미란부 : (소파로 다가와 테이블에 총 올려놓고,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는) 답답한 마음에, 그냥 허공에 내지르고만 왔다!
물이나 한 잔 다오!
미란 : (눈치 슬며시 살피며) 네! (주방을 향하는)
시간경과
미란부, 총구 닦는 헝겊대를 이용해, 공기총을 소제하고 있고…
미란, 쟁반에 물잔을 들고 나와 건네고, 소파에 앉는다.
미란부 :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서회장하고 사냥 다니던 시절이 엊그젠데, 갑자기 그렇게 가구…
(얼굴 어두워지며 한숨이 절로 나는)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세상일이라지만,
또 서린이 이렇게 맥없이 공중분해까지 될 줄, 어느 누가 알았겠냐!
미란 : (씁쓸한 얼굴로 힘없는) 그러게요!
미란부 : 서회장이, 장세훈 그 놈 회사 지분 산다구 해서, 내가 돈 융통해 줄 때 말이다, 그 지분에 담보 설정했기 망정이지,
아니면 그 돈 다 날릴 뻔했어!
미란 : (눈 반짝이는) 그럼 제이리버 지분, 지금 아빠한테 있는 거에요?
미란부 : (못마땅한 눈으로) 그래! 하여튼, 장세훈 그 놈하구 엮여서 좋은 꼴을 못 봐!! 이 빌라 정리하고 어서 미국 들어가자!
그 놈하고 결혼두 깨졌는데 여기서 청승 떨구 왜 있어! (일어나며, 단호한) 그렇게 알아라!
미란 : (얼굴에 그늘지고, 미란부의 팔을 잡으며) 아빠!
미란부 : (멈칫 서는)
미란 : (시선 맞추며, 절박한) 아빠가 하자는 대로 다 할 게요! 좋아요. 아빠 따라 들어갈 게요.
(의미심장한) 대신 마지막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S#15. 한강 둔치 (오후)
저 일각에 세훈의 자동차와 정민의 자동차가 정차해 있고…
세훈과 정민,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아 있다. 그저 말 없이 없는데…
그렇게 얼마의 침묵이 흐르고…
정민 : (툭 던지듯) 안 갑니까?
세훈 : (눈동자에 걱정이 슬며시 스치는데)
정민 : (쓴웃음을 흘리며, 낮은) 왜요? 이번엔 강물에 빠져 죽을까봐서요!?
세훈 : (옅게 웃으며,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치는)
정민 : (낮고 잠긴 목소린데) 지금껏 여기 앉아서, 이런 생각했어요! 어차피 신나긴 틀린 인생인데 죽자, 죽자, 죽자!!…
근데 자살이란 단어를 뒤집어 보니까 살자!가 되더군요. 살자!! (시선맞추며) 나 살 겁니다, 이를 악물고 살아 볼 겁니다.
세훈 : (정감이 묻어 나오는) 그래요, 죽어버리면 모든 게 끝나구 살아있어야 모든 게 가능하죠!
(툭 던지듯) 난 위기는 기회다! 라는 이 말, 참 좋아합니다! 그 말속엔 희망이 숨어 있어서!
정민 : (회한이 가득한 눈으로 보는데)
세훈 : (보는)
정민 : (시선 돌리며, 툭 던지듯) 내가 밉지 않습니까? 나 작심하고, 장사장님 짓밟을려구 했던 놈인데!?
세훈 : (옅은 미소 흘리며) 눈에는 눈! 그렇게 대처한다면, 그럼 세상 사람, 다 눈 멀 거 아닙니까!
정민 : (쓴웃음 흘리는… 후회가 밀려오고. 강물에 시선이 고정되며) 이런 생각 참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 잘못 때문에,
내가 왜 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대체 왜 지은씨와 만나게 한 걸까! 한번두 여자한테 진지한 적 없던 놈이,
왜 그 여자한테는 그렇게 맥을 못 췄을까! (쓴 한숨을 토해내며) 알 것 같애요, 이제, 그 이유!
세훈 : (보는데)
정민 : (툭 던지듯) 저기 높으신 분이, 죄 값 치르게 하려구!… (씁쓸함이 번지며) 사랑하라고 만나게 해 준 게,
아니라 죄 값 치르라고, 지은씰 만나게 한 것 같애요! 그렇다고 내 사랑을 부정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허락될 수 없었지만 간절했으니까!
세훈 : (안쓰러움이 스치고)
정민 : (얼굴 어두워지며, 진심이 묻어 나오는) 지은씨와 지은씨 가족들한테 갚아야 할 빚들, 다 치렀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갚기 위해 애써 볼려구요! 또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그 방법두 찾아 볼 겁니다!
세훈 : (위로하는… 정감이 묻어 나오는) 찾아보십쇼! 서정민 반드시 찾아 낼 사람입니다! 분명히 그렇게 할 사람이에요!
정민 : (고마운 눈으로 보고는) 일어나야죠! (일어나는)
세훈 : (일어나는)
정민 : (시선 맞추며) 오늘 참 긴 하루였어요!
세훈 : (정감 있는 눈으로) 내일은, 한번쯤 좋은 일두 생기지 않겠습니까?
정민 : (툭 던지듯) 갑니다! (옅은 미소를 흘리며) 쑥스러워서, 악수하자곤 안 할랍니다!
(정차해 논 자동차를 향해 성큼성큼 가는데)
세훈 : (그 뒷모습을 뿌듯한 눈으로 보는)
정민 : (한 두어 발자국 걸음을 옮기다 문뜩 생각이 난 듯, 돌아보고는 의미심장한) 참, 장사장님!
세훈 : (보는데)
S#16. 포장마차 (저녁)
테이블 앞에 덩그러니 홀로 앉은 세훈, 회한이 가득한 얼굴로 소주잔에 술을 따르고 있는데… 눈동자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 위에…
정민(소리) : 날 찾아 왔었습니다! (자책이 가득한) 그러더군요… 지은씨가! 장사장님, 가만두라구!
그렇게 한다면 그만 두겠다구!… 장사장님만 무사할 수 있다면, 끝을 보려구 품었던 마음두 멈추겠다구!…
(씁쓸한) 묻지 않아두 꼭 털어놔야 하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소주잔 들어, 단숨에 털어 넣는데… 자신을 위해 아버지의 복수마저 멈추려 했던 지은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진다.
회한이 밀려오며, 눈가가 붉어지는데…
S#17. 지은의 방
텅 빈 방안…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방금 샤워를 마쳤는지 촉촉이 젖은 머리의 지은, 들어선다.
화장대 앞으로 다가가 앉는… 시야에 화장대 위에 놓인 이상범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들어오자 가만히 집어 들어 보는데…
지은 : (내레이션) … 너무 어려워, 사는 게… 조금 아프면 울지만, 많이 아프면 못 우는 거잖아.
조금 복잡하면 이런 저런 생각 들지만, 많이 복잡하면 아무 생각 안 나는 거잖아… 아빠, 지금 내 머릿속이 그래…
텅 비어 버린 것 같아요… (쓴 한숨 토해내며) 서 회장 그 사람, 오늘 장례 치렀을 거예요! 하늘이 알아서 다 갚아줬네요!
결국 그런 모양새루 그렇게 갔어요!…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내 어깨에 지고 있던 짐이 내려질 것 같았는데…
근데, 근데… 아직두 뭔가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거 같애요…
왜 그런 걸까! 내 어깨를 누르고 있는 이 짐은 대체 뭘까…
잠시 액자를 물끄러미 보다가 내려놓는데… 이때 핸드폰이 울리고…
S#18. 포장마차 밖 (늦은 저녁)
천막 위, 테이블 앞에 앉은 세훈과 그 앞에 다가와 앉는 지은의 실루엣이 보인다.
S#19. 포장마차 안
테이블 앞에는 어느 정도 취해 넥타이도 살짝 풀어진 모습의 세훈, 앉아 있고…
맞은 편에는 편안한 차림의 지은, 앉아 있다.
세훈 : (지은의 잔에 따려주려 소주병을 들며) 술친구가 있었으면 해서 불렀어! (깊은 눈으로 보며) 괜찮아?
지은 : (소주잔 들어 받으며, 옅게 웃고는) 나두 술 생각났어요!
세훈 : (가만히 보는데)
시간경과
침묵이 흐르고 있고…
세훈 : (취한) 우리 무슨 얘기했었지?
지은 : (취한) 우리가 무슨 얘길 했었나요?
세훈 ; (옅게 웃고는 쓴 한숨 내쉬고는 툭 던지듯) 지은아, 너랑 살았던 시간들, 꼭 꿈꾼 거 같애…
또 어떨 땐 그런 적이 있었나!… 잘 생각두 안 나구!… (회한이 가득해) 그래, 우린 사랑했던 시간이 너무 짧았어!…
지은 : (맥없이 웃으며, 회한이 밀려오는데) 근데 미워하고, 원망했던 시간은 너무 길었죠!
세훈 : (뚫어져라 보는)
지은 : (겸연쩍어 시선을 돌리는)
세훈 : (눈가가 슬며시 붉어지며) 몰랐다! 아니 니 맘을 헤아리지 못했어! (쓴웃음 지으며) 난 내가 참 똑똑하다구 생각했는데,
또 너에 대해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 같다!…
지은 : (가만히 보는)
세훈 : (깊은 눈으로) 이지은! 넌 대체 어떤 여자니!?
지은 : (쓴웃음 흘리며 툭 던지듯) 여러 사람 인생, 피곤하게 하는 여자!
세훈 : (맥없이 웃고는) …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며, 툭 던지듯) 대체 어떤 여자 길래,
내 마음 속에서 되새겨지고, 되새겨지는 걸까!
지은 : (울컥 하지만 시선 피하는) 세훈씨, 나한테 혼란 주지 말아요! (술잔 들어 천천히 들이키는데)
세훈 : (순간 서운함이 깃들고, 가만히 보다 술잔 들어 단숨에 비우는)
지은 : (회한이 가득한 눈동자지만 시선을 피하는데)
S#20. 거리 (밤)
세훈과 지은, 간격을 두고 걷고 있다. 어색한 기운이 흐르고 있고…
지은 : (걸음을 멈추며) 그럼, 잘 가요!
세훈 : (보는) 그래, 조심해서 가!
지은 : 갈께요… (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한편 세훈, 멀어져 가는 지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돌아서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다. (지은과 반대방향)
대 여섯 발자국 걷다가 무심결에 돌아보는데… 시야에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지은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눈동자에 갈등이 가득하고… 지은을 향해 발걸음을 뗄까 말까… 망설이는 듯 한데…
그러다 결심한 얼굴로 성큼 성큼 다가가기 시작한다.
어느새 지은의 앞으로 단숨에 다가와 우뚝 서는데…
지은 : (복잡한 눈으로 보는)
세훈 :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지은 : (시선을 슬며시 돌리는데)
세훈 : (그와 동시, 애절한) 내 맘속에 맴도는 말이 있어서… 멈출 수도, 지울 수도 없는 말이 있어서…
그 말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지은 : (눈동자 흔들리는)
세훈 : (시선 맞추며) 너두 알고 있지? 너두, 나두 우리 서로가 아니면 쉴곳이 없다는 거…
지은 : (눈동자 흔들리지만 시선 피하며) 매번 사랑에 목숨 걸 순 없어요! 지금 마주 서 있는 우린, 그 옛날, 우리두 아니구요…
세훈 : (가만히 보며) 그래, 그 옛날 장세훈도 그 옛날 이지은도 아냐! 그때 우린, 철두 없었구 사랑이란 걸 할 줄두 몰랐어!
단순한 열정만 가득했지, 사랑이 뭔지, 사랑이란 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우린 정말 몰랐어!
지은 : (회한의 눈물이 고이고)
세훈 : (깊은 눈으로) 후회한다고 이미 늦은 건 아냐! 시간이, 우리편이 되어 줄 수도 있어!
지은 : (가만히 보며) 우리 편!? 그게 가능한 얘길까!!
세훈 : (시선 맞추며) 그거 아니? 두려워한다면, 우린 또 혼자 남는 거야!
그대로 마주 선 채,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
S#21. 미란의 빌라 밤 전경
S#22. 미란의 침실
티 테이블 위에는 와인병이 놓여 있고… 야멸찬 얼굴의 미란, 와인을 천천히 들이키고 있다.
눈빛 날카로워지는데…
P CUT - 한강 둔치 (22부 11)
세훈 : (경악한 얼굴로, 미란을 향해 격노해) 뭐 하는 짓이야!
미란 : (눈이 뒤집혀 악을 쓰는) 당신은 뭐 하는 짓인데!! 이지은이 때문이 아니라구! 그럼 여기 서 있는 이 기집앤 누구지?
(발악하는) 왜 속여! 왜 날 기만해!!
세훈 : (오버랩, 매섭게 소리치며) 한마디두 더 하지 말고 가! (격노한) 너하군 말두 섞기 싫으니까, 그냥 조용히 꺼져!!
공장 마당 (16부 38)
미란 : (매섭게 노려보며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는, 낮은) 이지은! 마지막 경곤데, 죽은 듯 살어!
(에너지가 느껴지는) 날 자꾸 건드리면, 내가 너 죽여버릴 지도 몰라.
지은 : (순간 소름이 돋는데)
미란 : (동시, 다가오는 세훈을 발견하자 얼굴 굳는데)
지은 : (그저 맥없는 얼굴이고)
세훈 : (어느새 다가와, 미란의 팔을 확~ 잡아채며 끌고 가는)
미란 : (끌려가며 발악하는) 놔!!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세훈 : (그저 매섭게 굳은 얼굴로 더욱 거세게 미란을 끌고 가는데)
정차한 미란의 운전석 문을 거칠게 연 세훈, 이내 미란을 운전석에 강제로 태우는데, 거의 쳐 박아 버리는 분위기다.
한편 미란, 운전석에 앉게 되고…
세훈 : (매서운)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 그땐 정말 가만 안 둬!
별장 내 바 (10부 11)
미란 : (단호한) 절대루 두구 볼 수 없어요… 더 이상 양보 할 수도, 물러 나지두 않을 거예요! 정민씨한테 말해야겠어요.
(휠체어 돌려 나가려는데)
세훈 : (동시, 엄하고 단호한) 가만있어!
미란 : (순간 멈칫 서는) …
세훈 : 당신이 나설 문제, 아냐… 만약 나선다면 나, 용서 안 해.
미란 : (돌아보며, 싸늘한) 누가 누굴 용서해야 하는 건데!
와인잔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고는, 벌떡 일어나 화장대 앞으로 다가간다.
화장대 위에 놓인 사진액자를 (세훈과 함께 찍은)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액자를 탁~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엎어 버리는데…
그 모습에 독기가 가득하다.
S#23. 세훈의 빌라 (다음날 오전)
거칠게 다가와 멈춰서는 미란의 자동차… 운전석 문이 열리고 미란 내려선다.
얼굴에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세훈의 빌라를 향해 다가가는데…
S#24. 세훈의 빌라 서재
책상 앞에 마주 앉아 있는 세훈과 호진,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인…
세훈 : (의지가 느껴지는) 우선 회사를 떠난 기술진부터 다시 만나봐야겠어! 사람이 재산인데, 설득해봐야지!
그리고 해외에서 기업 설명회를 열어서 자금도 유치해야 하구!
호진 : 그래! (걱정 가득한 얼굴인) 그나저나 서회장이 갖구 있던 지분이 고스란히 윤회장 손아귀에 들어갔는데,
윤미란이 그거 갖구 또 뭔 짓거리라도 꾸미는 거 아닌지 걱정이다.
세훈 : (깊은 한숨이 절로 나는)
이때 거칠게 현관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세훈과 호진, 무슨 소린가 쳐다보는데, 이내 서재 문이 벌컥 열리고…
동시, 세훈의 시야에 문 앞에 선 미란의 모습이 들어온다.
세훈 : (한숨을 내쉬며 질린 얼굴로 보는)
호진 : (어이가 없고)
미란 : (세훈을 빤히 보며) 당신이 날 안 만나주니까 이렇게 쳐들어 올 수 밖에 없잖아!
세훈 : (나가라! 하고 입을 떼려는데)
미란 : (동시, 비릿하게 웃으며) 할 얘기만 하구 바루 나갈게!
S#25. 세훈의 빌라 거실
미란과 세훈, 마주 서 있고… 긴장이 흐르고 있다.
한편 호진, 어이없는 얼굴로 저 일각에 서재 문 앞에 서 있고…
미란 : (빤히 보며) 당신 빈털터리 됐다며? 이 집도 곧 비워줘야 한다며?
세훈 : (매섭게) 그래서?
미란 : (냉랭한) 제이리버 지분 돌려줄게! 그냥 다 돌려줄 수도 있어! 대신 나하고 하나만 약속해!
세훈 : (차갑게 보는)
미란 : (눈빛 날카로워지며) 그 어떤 일이 있어두 지은이랑 다시 엮이지 않겠다구!
그 약속만 한다면, 나두 조용히 사라지구, 당신 회사 지분두 돌려줄게!
세훈 : (어이가 없는) 넌 아직두 나란 사람에 대해 그렇게 모르겠니? 니가 이런다구 내가, 그럴 것 같애!
미란 : (쏘아보는)
세훈 : (냉랭하고 차가운) 미란아, 인생은 거래가 아냐! 사랑두 거래가 아니구!
미란 : (발끈하는) 그래서 이지은일 사랑한다는 얘기야, 지금?
(더욱 독이 오르며) 그럼 난 뭐야!! 미치도록 억울하고 분한 난 뭐야!?
세훈 : (더 이상 상대하기 싫은지, 외면하려는데)
미란 : (동시, 세훈의 팔을 확~ 잡아채며 코앞에서 따지는) 피하지 말구 내 말끝까지 들어!!
세훈 : (보는, 쓴 한숨 내쉬며) 그래, 들을게… 하고 싶은 말 해봐!
미란 :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울분이 가득해) 어느 날 눈을 떠보니까 모든 게 달라졌어! 지은이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당신이 달라졌어! 난 그런 당신을 보면, 미치도록 억울하고 분해! (매섭게 따지는) 우리 첨 만나서 사귈 때,
서로 합의해서 시작했어! 근데, 왜 헤어질 땐 당신 맘대로야? 내가 싫어졌다구,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다야?
세훈 : (시선 맞추며) 그래! 일방적인 통보 맞아! (냉랭한) 날 망가트려 손아귀에 쥐려구 했던, 너한테서 벗어나구 싶었구,
내 마음을 이용해 날 쥐고 흔들려는 너한테 질릴 만큼 질렸다! 그래서 내 마음이 식어 버렸어!
미란 : (순간 움찔하다가, 매섭게 노려보는)
세훈 : (냉랭한 눈으로) 자, 이제 어떡할까!?
미란 : (모멸감과 당혹함으로 노려보는)
세훈 : (낮지만, 차가운) 그렇게 억울하다면 니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봐!
내 회사 지분을 팔아치우든, 날 경영권에서 물러나게 하든,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미란 : (매섭게 쏘아보며) 당신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 (어금니를 악물며)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휙 돌아서 현관을 향해 성큼성큼 나가는)
세훈 : (냉랭한 눈으로 그저 보는데)
쾅~ 닫히는 문소리 들리고…
세훈, 집요한 미란의 행동에 미쳐 버릴 심경이다.
한편 서재 문 앞에 선 호진, 불안한 눈으로 다가오는데…
S#26. 세훈의 빌라 앞 (낮)
모멸감에 독이 오른 미란, 성큼성큼 걸어나와 일각에 세워둔 자동차에 오르는…
악이 잔뜩 올라, 매섭게 세훈의 빌라를 노려보고는 시동을 건다.
미란의 자동차, 거칠고 다급하게 출발하는…
S#27. 00 의류 회사 앞
깔끔하고 단아한 정장 차림의 지은, 손에는 포트폴리오가 들려 있다.
숨을 크게 한 번 내쉬고, 로비로 들어서는데… 그 발걸음 힘차다.
잠시 후, 거칠게 달려온 미란의 자동차… 입구 일각에 멈춰 서는…
S#28. 00 의류 회사 복도
회의실 문에는 <경력사원 면접장>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문이 열리면, 어두운 얼굴의 지은, 맥없이 나오는… 얼굴에는 실망감과 당혹감이 역력하다.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나가는 모습 위로…
면접관(소리) : (못마땅하고 깐깐한) 포트폴리오를 보니, 전문적인 캐리어는 없구, 보조 업무나 한 것 같군요!
우린, 가능성이 있는 사람보다, 이미 가능성을 검증 받은 사람을 원합니다! 나가보세요.
S#29. 00 의류회사 앞 (낮)
일각에 정차해 있는 미란의 자동차…
차창으로 다가가면, 운전석에 앉은 미란, 독기 가득한 얼굴로 지은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힘없이 건물을 걸어나오는 지은의 모습이 보이고…
한편 미란, 냉소 가득한 얼굴로 픽 웃더니 이내 차 문을 열고 내려서 지은을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간다.
동시 지은, 순간 멈칫하더니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외면하고 가는데…
미란 : (톡 쏘는) 거기 서!! 넌 왜 나만 보면 도망가니?
지은 : (무시하고 가는)
미란 : (독기가 올라 소리치는) 전문적인 캐리어두 없구, 보조 업무나 한 주제에 무슨 경력자 채용에 머리를 들이밀어?
지은 : (우뚝 멈춰서 어이없고 분한 얼굴로 돌아보는) 니가 또 수 썼니!?
미란 : (조소를 흘리며) 앞으로 그 어떤 회사에두 취직하기 힘들 거야!
지은 : (매섭게 노려보지만 상대도 안 한다는 듯 툭 던지듯) 너 하고 싶은 대로, 끝까지 해 봐.
미란 : (발끈하는) 그래!? 뭘 믿구 이렇게 여유만만이야! 혹시 너 우리 윌 믿구 이러는 거니?
지은 : (상대하기 싫어 발걸음을 떼는데)
미란 : (동시, 여유만만한 얼굴로) 조만간 윌, 거리에 나앉게 될 거야!!
지은 : (멈칫 서 돌아보는)
미란 : (천천히 다가와 코 앞에 서며) 내가 그 사람 회사 지분, 다 쥐구 있거든!
지은 : (질릴대로 질린 얼굴인데)
미란 : (냉소를 흘리며 노려보는) 니가 윌한테서 떨어져만 준다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어!
(독이 잔뜩 올라) 너 때문에 그 남자 인생이 다시 고꾸라지길 바라진 않겠지?
지은 : (당혹감이 스치고)
미란 : (의기양양해 조소 흘리며 휙 돌아 정차한 자동차를 향해 다가가는)
지은 : (독이 오른 미란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 그저 맥없이 서 있는데)
S#30. 거리 (낮)
정처 없이 걷고 또 걷고 있는 지은, 얼마쯤 맥없이 걷고 또 걷다가 일각 벤치에 스르르 앉는데…
P CUT - 어느 커피숍 (22부 6)
호진 : 세훈이가 놀면서 여기까지 왔다구 생각하니? 단지 운이 좋아서 그 자리에 앉았다구 생각하니?
지난 십 년 동안, 세훈이 그 성공을 이뤄내기 위해, 뼈를 깎으며 살았다!
세훈의 빌라 거실 (24부 24)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두 명의 형사, 후다닥 들어선다.
동시,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세훈, 굳어진 얼굴로 보다가 무심결에 뒤로 주춤하는데…
한편 저 멀리 뒤에선 지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형사1 : (세훈의 눈을 매섭게 보며) 장세훈씨 본인 맞습니까?
세훈 : (당혹하지만, 당당한 기세인) 네…!
형사1 : (형사2에게 날카롭게 눈짓하면)
형사2 : (수갑을 꺼내 세훈의 팔목에 철컥! 채우며) 장세훈씨를 공금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은 : (경악하는)
세훈 : (어이없고, 기가 차다. 서문수의 짓임을 직감하고 어둡고 날카로운 얼굴인데)
형사2 ; (세훈을 끌고 가려는데)
서린 그룹 정민의 방 앞 복도 (24부 32)
미란 : (다가와, 매섭게 노려보며) 너 하나 때문에 이게 뭐야!!
지은 : (멍하니 서 있는)
미란 : (원망이 가득해) 너 때문에 우리 윌, 모든 걸 다 잃게 됐어! (독기를 퍼부으며)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어두, 우리 윌,
망가지지 않았어! (독하게 맺힌 눈으로) 이지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봐! 너 때문에 그 사람, 이제 바닥에 처박히고,
비참하게 뒹굴게 될 테니까!!
핸드폰을 손에 쥔 지은, 뚫어져라 핸드폰을 보는데… 그 모습 위에…
미란(소리) : 너 때문에 그 남자 인생이 다시 고꾸라지길 바라진 않겠지?
결심한 듯 핸드폰 플립을 여는…
S#31. 미란의 빌라 거실
테이블 위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양주병과 양주잔이 놓여있고…
이미 취한 미란, 독기가 가득한 얼굴로 통화 중인데…
미란 : (비아냥) 지금 지은이가 온다는데, 당신두 와야하는 거 아냐!! (날카롭게 소리치는) 내가 부른 거 아냐!!
뭘 좀 제대루 알구 소릴 질러! (전화를 확~ 끊어버리는)
S#32. 세훈의 빌라 서재
책상 앞에 선 세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고… 손에 들린 전화기에선 뚜뚜~ 하는 신호음이 흘러나오는…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핸드폰을 집어든다. 단축버튼을 누르는데, 액정에 지은이라고 뜨는.
S#33. 거리 (오후)
달리고 있는 택시…
S#34. 택시 안
뒷좌석에 앉은 지은, 울리고 있는 핸드폰 액정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액정에는 세훈이라고 떠있다.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플립을 여는…
지은 :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나예요! 그래요. 미란이한테 가는 중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나 미란이랑 할 얘기가 있어요!…
오지 말아요. 전화 끊을게요. (핸드폰 플립을 닫고는 차창만 맥없이 바라보는데)
S#35. 세훈의 빌라 서재
핸드폰을 손에 쥔 세훈,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다.
그러다 결심한 얼굴로 후다닥~ 서재를 나서는…
S#36. 미란의 빌라 거실
취한 미란, 소파에 앉아 있고… 그 앞에 지은 서 있다.
미란 : (빤히 보며, 비아냥) 왜? 왜 찾아왔어?
지은 : (차분한) 그 사람하구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다면, 그 사람 회사 지분 돌려줄 거니?
미란 : (조소를 흘리며) 징글징글하다! 너두 윌두 서로한테 애가 타 안달하는 꼴 정말 눈뜨고 봐 줄 수가 없다!!
지은 : (오버랩, 날카로운) 비아냥 대지 말구, 대답해!
미란 : (발끈해 일어나는) 부탁하러 왔으면 공손히 굴어!
지은 : (모멸감에 얼굴 어두워지는)
미란 : (그 표정 놓치지 않고 본, 자극하는) 무릎이래두 꿇고 빌어봐! 나한테 머리 조아리구, 빌면 대답해줄게!
지은 : (당혹한 눈으로 보는)
미란 : (비릿하게 웃으며) 왜 그건 못하겠니? (비아냥) 싫으면 마!
지은 : (고민스런 얼굴로 빤히 보는데)
미란 : (톡 쏘는) 내 얼굴 빤히 쳐다보지 말구,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든지, 아니면 나가!!
지은 : (스르르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앉는)
미란 : (내심 당혹하는)
지은 : (처연한) 니가 원하는 대로 다 할게… 그 사람 다시 만나지 않아! 약속해… 내가 약속해!
미란 : (슬며시 눈동자 흔들리는데)
이때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차가운 얼굴의 세훈, 들어선다.
시야에 미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들어오자, 화가 치밀어 오르는…
한편 미란, 내심 당혹하다가 이내 냉랭한 얼굴로 들어서는 세훈을 뚫어져라 쏘아본다.
그와 동시 지은, 비참함에 시선을 피하는데…
세훈 : (어느새 다가와, 미란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지은을 일으켜 세우려 팔을 잡아채는) 일어나!
지은 ; (난감하고)
미란 : (세훈과 지은을 번갈아 쏘아보고)
세훈 : (지은을 향해 버럭 소리치는) 일어나!!
지은 : (그 기세에 서서히 일어나, 세훈과 시선 맞추며) 가요! 나 미란이랑 아직 얘기 안 끝났어요!
세훈 : (눈동자에 미안함이 묻어 나오고)
미란 : (그런 둘을 보며, 독이 잔뜩 올라 파르르 떠는)
지은 : (간절한 듯 세훈을 보며) 제발 그냥 가 줘요!
미란 : (오버랩, 세훈을 향해 날카로운) 당신, 좀 나가!!
세훈 : (화가 치밀어 올라 미란을 매섭게 보며) 지은이 여기 두곤, 못 나가!
(이내 지은의 팔을 잡아끌며 현관을 향해 성큼 성큼 가는)
지은 : (거세게 뿌리치지만 그 힘에 딸려 가는데)
미란 : (매서운) 거기서!!
한편, 세훈 여전히 지은의 팔을 잡아끌며, 미란을 무시하고 현관을 향해 다가가는…
그와 동시,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미란, 장식장을 향해 재빠르게 다가간다.
어느새, 현관 앞으로 다가온 세훈, 지은의 팔을 붙든 채 한 손으로 현관문을 열려는데…
이 모습 위로 찰카닥~ 하며 안전 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미란(소리) : (소름이 돋도록 오싹한) 그대로 나가기만 해! 둘 다 죽여 버릴 거야!
한편 세훈, 그 기세에 순간 움찔해 돌아보는… 동시, 지은도 돌아보고…
이내 두 사람의 얼굴에, 경악함이 흐른다.
세훈의 시선을 따라가면… 제정신이 아닌 듯한 얼굴의 미란, 세훈과 지은을 향해, 공기총을 겨냥하고 있다.
일각 장식장 문이 열려져 있고…
세훈과 지은, 얼어붙은 듯 그대로 멈춰있는데…
한편, 미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두 사람을 향해 공기총을 겨냥하고 있다.
사색의 얼굴인 세훈, 설마 쏠까… 하는 얼굴로 지은을 잡아끄는데…
이에 눈이 뒤집힌 미란, 우발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버린다. 그와 동시, 빵~ 하는 총소리가 들리고…
경악한 얼굴의 지은, 본능적으로 세훈을 감싸 안는데…
이때 날아온 총알이 지은의 어깨를 스치며 빗겨 가고…
경악함으로 사색인 세훈, 지은아, 외치는…
한편, 멍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동자의 미란,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는데서…
S#37. 거리 (밤)
싸이렌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달리고 있는 구급차…
S#38. 처치실 앞
이동용 침대에 누워있는 지은, 고통스러운지 연신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쇼크상태 인지 멍한 얼굴인데…
한편, 사색의 얼굴로 걱정 가득한 세훈, 지은을 태운 이동용 침대를 다급히 따라가고 있다. 그 모습 절박한…
잠시 후, 지은이 누운 이동침대는 처치실 안으로 들어가고, 이내 문이 닫힌다.
문 앞에 선 세훈, 멍한 얼굴로 한 두어 발자국 걸어오다가 벽에 등을 기대며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는데…
시간경과
세훈, 처치실 앞을 서성이고 있다.
잠시 후, 처치실 문이 열리자 다급히 다가간다.
한편 이동 침대에 시트를 덮은 채 누운 지은, 어깨에 하얀 붕대가 감겨 있는데…
고통에 지친 얼굴이지만 시선은, 세훈을 찾는다.
눈을 맞추는 세훈과 지은의 얼굴에 안도감과 안쓰러움이 스친다.
S#39. 미란의 빌라 거실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당혹한 얼굴의 미란부 들어선다.
한편 최군, 현관 앞에 서 있는데…
미란부 : (아연실색해) 미란이, 미란인 어딨냐?
최군 : (어두운 얼굴로) 침실문 잠그고 나오질 않습니다.
미란부 : (재빠르게 침실문 향해 다가가는데)
S#40. 미란의 빌라 침실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 좀 열어라!”하고 외치는 미란부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불안함이 가득한 얼굴의 미란, 손톱을 물어뜯으며 이리저리 방안을 서성이고 있다.
그러다 일각 구석으로 다가가 주저앉고는 머리를 감싸쥐며, 발악하듯 비명을 질러댄다. 그 모습 제정신이 아닌데.
S#41. 병실 앞 복도
복잡한 얼굴의 세훈, 생수병의 물을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고…
경악한 얼굴의 호진, 다급히 뛰어온다.
호진 : (다급한) 지은인?
세훈 : (맥없는) 다행히 관절이나 혈관엔 손상이 없대! 치료받구, 지금 잠들었어!!
호진 : (질릴 대로 질린 얼굴로) 도저히 안되겠다! 고소하자! 이건 상해죄구, 5년 이상 유기징역형이야!!
어떻게 사람을 공기총으로 쏴!
세훈 : (결심한 듯 보며) 더 이상 그냥 놔둬서는 안되겠어!
이때, 세훈의 핸드폰이 울리는…
S#42. 병원 내 휴게실
매섭게 굳은 얼굴의 세훈, 시선도 주지 않고 앉아있고…
아연실색한 얼굴의 미란부, 마주 앉아 있다.
미란부 : (애타게 사정하는) 한번만 봐주게! 미란이 그게 지금 제 정신인가?
세훈 : (냉랭한 눈으로 보는)
미란부 : (설득하는) 내 당장 이 기집애 머리채 끌고 미국으로 들어갈테니, 제발 한번만 눈감아 줘!
세훈 : (차가운) 눈 감아줘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일어나는)
미란부 : (동시, 사색이 되) 자네 제이리버 지분, 다 토해내지! 한번만, 한번만 우리 미란이 살려주게!!
세훈 : (발끈해) 사람이 죽을 뻔했습니다!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지금 거래를 하잔 얘깁니까!?
(냉기가 흐르며, 단호한) 더 이상 들을 얘기두 할 말두 없습니다! (휙 돌아서 가는)
미란부 : (당혹스러워,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일어나, 이봐! 이보게!… 하며 세훈의 뒤를 성큼성큼 따라가는)
S#43. 병실
환자복 차림의 지은,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 침상 위에 길게 기대앉아 있다.
한편, 그 앞에 미안함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의 세훈, 서 있는데…
지은 : (맥없는) 그만 가봐요… 누워야겠어요…
세훈 : (잠긴 목소리로) 미안하다…
지은 ; (공허한) 혼자 있고 싶어요…
세훈 ; (가만히 보다가, 조용히 나가는)
S#44. 몽타주
병실 앞
대기 의자에 맥없이 앉은 세훈의 모습…
병실
창가 앞에 선 지은, 생각에 빠진 얼굴인데…
미란의 침실
피폐한 얼굴의 미란, 침대 위에 덩그러니 앉아 술병을 들이키고 있다.
병실
지은, 잠들어 있고… 그 앞에 선 세훈,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그러다 시트를 덮어 주는데…
S#45. 미란의 빌라 침실
미란, 침대 위에 맥없이 누워있고…
사색인 미란부, 미란을 억지로 일으켜 앉히는데…
미란, 그 힘에 딸려 일어나지만, 멍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동자다.
미란부 : (답답함이 치밀어) 정신 좀 차려! 이러구 누워 있다가 고소당해 그대로 끌려 갈 거냐!!
미란 : (맥없는 목소리로) 이제 다 끝났어요…
미란부 : (절박한) 끝나긴 뭐가 끝나! (울화가 치밀어) 고소하기 전에 당장 떠야 돼! 어서 일어나!
준비 다 해 놨다! 비행기만 타면 된다!
미란 : (그저 넋 놓고 있는데)
미란부 : (울화가 치밀어 마구 때리며) 대체 어쩌다 니가 이 모양이 된 게냐… 장세훈 그 놈이 뭐라구 애비 속을 이렇게 태워!…
(눈가가 붉어지고)
미란 : (울컥해 안기며) 미안해…아빠…미안해 아빠…(맥없이 읇조리는) 이제 그만 끝낼게…정말루 끝내버릴게…끝내버릴게…
그렇게 부여잡고 우는 미란부와 미란의 모습에서.
S#46. 어느 절 이른 아침 풍경… (※서울 인근 - 다음 날 오전)
S#47. 법당 안
법당 천장에는 기원과 바램을 담은 수많은 연등들이 빼곡이 걸려있고…
그 사이에 서문수, 이상범, 이지은의 연등도 나란히 걸려있다.
한편 정민, 불단을 향해 절을 하고 있는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뻗어 이마를 대고, 또 다시 일어나 합장을 한 뒤 무릎을 꿇고…
이미 시간이 꽤 지난 듯, 셔츠를 입은 등과 가슴에 땀이 흥건하다.
이상범의 극락왕생을 빌 듯, 아버지의 죄와 자신의 죄를 참회하듯, 지은의 행복을 비는 듯, 백팔배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 엄숙하고도 처연하다.
이때, 인자한 인상의 노스님, 불당 앞을 지나다가 멈칫 멈춰서, 그런 정민을 유심히 보는…
S#48. 법당 일각
고요하고 한적한 사찰 일각.
정민과 노스님, 처마 아래에 나란히 서서 먼 시선으로 앞을 보고 있는…
차분히 가라앉은 정민의 얼굴에는 슬픔이 어려있고…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르지만, 편안하고 고요한 분위기인데…
이때, 문득, 바람이 불어오자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은은한 소리를 낸다.
정민, 저도 모르게 소리를 따라 풍경을 올려다보는데…
노스님 : (풍경을 올려다보며) 저건 바람이 흔들리는 겐가, 풍경이 흔들리는 겐가?
정민 : (시선 맞추며) 풍경이 흔들리는 거 아닙니까!?
노스님 :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
정민 : (의아한 얼굴로 스님을 보며) 바람이 흔들리는 겁니까?
노스님 :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풍경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야. 바로 자네 마음이 흔들리는 게지!
정민 :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스님을 보면)
노스님 : (시선 멀리 두며 덤덤하게) 사랑과 미움은 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요 자매라네…
모든 것이 마음에 있으니 마음이 없으면 미움도, 고통도, 원망도 없겠지…
정민 : (상념에 잠기는 얼굴인데)
S#49. 지은의 병실
옷을 갈아입은 지은, 벗어놓은 환자복을 침대 위에 놓고 개고 있는… 움직이자 붕대를 감은 상처가 욱신거린다.
순간, 고통에 양미간을 찡그리는데…
문이 열리고, 세훈이 들어선다.
순간 지은, 얼른 표정을 감추며, 세훈을 향해 맥없이 웃어 보이는…
세훈 :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금 더 병원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지은 : (옅게 미소지으며) 어깨에 슬쩍 스치기만 했다잖아요. 통원 치료받으면 된대요!
어제 친구 집에서 하루 잔다구 둘러댔으니까, 오늘은 들어가 봐야 해요.
세훈 : (내심 안심은 되지만, 여전히 굳어진 얼굴로 어렵게 말을 꺼내는) 지은아, 미란이 말이야…
지금 호진이 형이 고소장 준비…
지은 : (오버랩, 차분하지만 단호한) 그러지 말아요! 착한 척 하는 거 절대 아니구, 나, 다 귀찮아요.
세훈 : (안쓰럽게 보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는데)
지은 : (눈을 맞추며, 간곡하게) 더 이상 일 벌리지 말아요.
세훈 : (잠시 고민하는 얼굴인… 쓴 한숨만 내뱉으며) 가자! 데려다 줄게…
S#50. 거리 (낮)
도로변에 택시 한 대가 정차되어 있고…
덤덤하지만 무거운 얼굴의 정민, 슈트케이스를 택시 트렁크에 넣고는, 뒷좌석에 오른다.
S#51. 택시 안
뒷좌석에 앉아있는 정민, 차창 밖으로 시선을 둔 채 생각에 잠긴 얼굴이고…
정민 : (문득 결심이 섰는지 고개 돌려 운전사를 향해) 죄송하지만,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S#52. 세훈의 차 안
운전석에 앉은 세훈, 핸들을 잡고 있고, 조수석에는 지은 앉아있는데…
이때, 세훈의 핸드폰이 울린다.
세훈 : (플립을 열어 받는데) 네, 장세훈입니다!
정민(전화) : 지금, 공항으로 향하는 중이에요.
세훈 : (무의식적으로 슬며시 지은을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 돌리며) 몇 시 비행깁니까?
지은 : (순간, 정민의 전화란 생각에 얼굴 굳어지고)
세훈 : (지은의 기색 알아차리고 순간 주저하지만, 곧 입을 여는) 한동안 못 보겠군요!
CUT - 택시 안
정민 : (덤덤하고 차분한) 미국에 있는 금융회사에서 러브콜이 왔어요. 당분간 연락 안 할겁니다!
세훈 : (옅게 웃으며) 꼭 다시 돌아오십쇼!
지은 : (시선 창 밖에 향해 있는)
정민 : 저… (하고 잠시 침묵 흐르는데)
세훈 : (지은에 대한 말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는, 지은을 쳐다보는데)
지은 : (시선을 느끼지만, 외면하며 고개 돌린 채 창 밖만 바라보는)
정민 : (쓴웃음이 흐르며) 아닙니다! 그만 끊겠습니다! (핸드폰 폴더를 닫고는, 기사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뒷좌석 등받이에 길게 등을 기대며, 시선을 창 밖에 두는데… 그 시선에 착잡함이 묻어 나오는)
지은, 굳어진 얼굴로 그저 프론트글라스만 쏘아보고 있고…
세훈, 지은에게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는데, 복잡한 심정이다.
차 안에 흐르는 정적, 무겁기만 하고…
S#53. 지은의 집 앞 (낮)
세훈의 자동차, 미끄러지듯 멈춰 선다.
조수석이 열리고,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지은, 내려선다.
그와 동시, 운전석 문이 열리고 착잡한 얼굴의 세훈, 내려선다.
지은 ; (가만히 보는)
세훈 : (무겁게 입을 열며) 지은아!…서정민… (하는데)
지은 : (오버랩, 굳어진 얼굴로) 그 사람 얘기 내 앞에서 하지 말아요! 잘 가라구 손 흔들어 줄 마음, 없으니까!
세훈 : (안타까운 심정인) 서정민, 만큼은 용서해주면 안되겠니?
지은 : (냉랭한 얼굴로 보다가, 잠긴 목소리로) 안 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예요…!
세훈 : (조심스럽지만, 슬며시 설득하는) 지은아, 사람이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하면, 쉽사리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대! 아마 서정민두 그랬을 거야… (시선 맞추며)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
두 번째 떠오르는 생각이 제일 좋다드라! (진심이 묻어 나오는) 다른 뜻은 없어, 니 맘이 편해졌으면 해서야!…
지은 : (시선 피하며)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맥없는) 당신두 이제 오지 말아요! (휙 돌아서 휘적휘적 걸어가는)
세훈 : (멀어지는 지은의 뒷모습을 보며 - 내레이션) 니가 생각보다 서정민을 많이 좋아했구나!
한편, 집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가는 지은의 얼굴에 그늘이 한가득이다.
S#54. 지은의 방
화장대 앞에 앉은 지은, 이력서를 쓰고 있다.
쓰다가 다시 한번 훑어보려는 듯, 펜을 내려놓고 이력서를 손에 들고 읽어보는데…
그러다 문득 저도 모르게 화장대 위에 놓인 탁상시계로 시선이 간다. 시침은 2시를 가리키고 있고…
굳어진 얼굴로 애써 외면하며 다시 이력서로 눈길을 돌리는…
시간경과
화장대 위에는 완성된 이력서가 서너장 놓여져 있고…
여전히 이력서를 쓰고 있는 지은,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탁상시계를 다시 바라보는데… 3시 20분이다.
정민의 비행기 시각이 떠오르고…
순간, 시간을 자꾸 의식하는 자신에게 화가 치미는지 손을 뻗어, 탁상시계를 잡고 탁! 엎어버리는데…
탁상시계 위에 손을 얹은 채 그대로 생각에 잠기는 얼굴인…
P CUT - 정민의 별장 안 (※ 24부 16)
정민 : (뚫어져라 보던, 눈동자가 슬며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힘주어 잡고 있던 지은의 팔을 스르르 놓으며,
무너지듯 무릎을 꿇는데)
지은 : (내심 놀라고, 그러나 이내 외면하는)
정민 : (간절함이 묻어 나오며, 목소리 마저 떨리는) 지은아… 지은아… 제발 이대로 끝내주면 안 되겠니?
(절박한) 용서할 수 없겠지만, 그래두 우리 아버지, 용서해주면 안 되겠니? 안 되겠니?
P CUT - 병원 정원 일각 (※ 24부 58)
정민 : 당신이 아버지의 죽음을 덮을 수 없었듯이, 나 또한 아버지의 허물을 들쳐 낼 순 없었어!
지은 : (묵묵히 앞만 보며 듣고 있는)
정민 : (슬며시 눈가가 젖어오며)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아마, 당신을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했다는 거겠지…
당신을 속이면서까지, 움켜 쥐구 욕심부렸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구 변명하면서
지옥 끝까지 와버렸어!
그저 멍하게 앉아 있는데… 그 모습 위로
세훈(소리) - 서정민, 만큼은 용서해주면 안되겠니?
- 사람이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하면, 쉽사리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대! 아마 서정민두 그랬을 거야…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안 되겠니!? 두 번째 떠오르는 생각이 제일 좋다드라!
다른 뜻은 없어, 니 맘이 편해 졌으면 해서야!…
초점 없던 눈동자에 서서히 결심의 빛이 서서히 번지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S#55. 인천국제공항 1층 로비
정민, 탑승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있는데… 의자 옆에는 여행용 슈트케이스가 놓여져있다.
이때, 뉴욕행 비행기 탑승 안내방송이 들려오고… 자리에서 일어나 슈트케이스를 끌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러다 멈칫 서, 돌아보는…
그 눈빛에서, 혹시나 지은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슬며시 흐르는데…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S#56. 인천국제공항 입구 (오후)
멈춰선 택시… 뒷좌석 문이 열리고…
굳어있지만, 약간 상기된 얼굴의 지은, 내려서고…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들어서는…
S#57. 인천국제공항 로비 에스컬레이터
무표정한 얼굴의 정민, 출국장으로 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는 중인데…
그 너머로 보이는 1층 로비 전경…
CUT - 1층 로비
굳어있지만 내심 초조한 얼굴의 지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출국장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탄 정민, 1층에서 두리번거리는 지은을 보지 못한 채, 회한에 잠긴 얼굴로 쓴 한숨을 짓는다.
잠시 후,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고… 슈트케이스를 끌고 출국 게이트를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가는데…
지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S#58.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로비
게이트 앞에 선 정민, 공항 직원에게 비행기표를 보여주고 있다.
그와 동시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선 지은, 출국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시야에 게이트로 들어서는 정민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안도와 애증이 교차하는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러다가 더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스치고…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로 되돌아서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한편,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려던 정민, 뭔가에 이끌리듯 뒤돌아보는데… 시야에 걸어가는 지은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우뚝 서 있고…
가슴 깊숙이에서 뭉클함이 밀려와 눈가가 어느새 젖어온다.
벅찬 마음에 입을 열어 지은을 부르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마는…
그저 시린 눈으로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지은의 모습을 아득하게 바라보는데… 그 모습 위로…
정민 : (목소리 잠겨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 내레이션) 이걸로 된 거야! 이걸로 충분해…
어느새 정민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얼굴에 번지고… 어느 덧 지은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천천히 몸을 돌려 출국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는 정민의 모습에서.
S#59. 인천국제공항 밖 (오후)
허탈한 얼굴의 지은, 터벅터벅 걷고 또 걷고 있다.
이때, 요란한 비행기 이륙음이 들리고… 멈춰선 채 하늘을 올려다보면…
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 날아가고 있다.
복잡한 시선으로 비행기를 바라 보는데… 정민이 탄 비행기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여전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아득한 눈으로 멍하니 텅 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지은 : (낮고 아픈 - 내레이션) 건강해요…
이때, 지은의 얼굴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차가운 빗방울의 감촉에 옅게 웃고는 발걸음 떼는데…
S#60. 지은의 집 앞 골목 (오후)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고…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고 있는 지은의 모습에서…
S#61. 미란의 빌라 오후 전경
후두둑, 후두둑 ~ 구슬프게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는데…
S#62. 미란이 빌라 거실
피폐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동자의 미란, 비 내리는 유리 창 앞에, 맥 놓고 서 있다.
그 모습 위로 My Funny Valentine의 구슬픈 선율이 흐르고 있다. 얼마간 그 모습 그대로 그렇게 서 있는데…
잠시 후,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맥없는 얼굴로 돌아보는데…
S#63. 몽타주
미란의 침실
침대 위에는 화려하고 예쁜 커다란 박스가 놓여 있다.
침대 위에 멍한 얼굴로 걸터앉은 미란, 박스를 가만히 쓸어보는…
미란의 빌라 욕실
거품 목욕중인 미란, 욕조 안에서 천천히 자신의 몸을 닦고 있는 중인데, 그 모습 처연해 보이고…
미란의 침실
하얀 목욕 가운을 입은 미란, 화장대 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무미건조한 눈으로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잠시 뚫어져라 보더니 화장을 시작하는…
아이라인을 그리고, 볼 터치를 하는 등 정성스레 화장을 한다.
곱게 화장을 한 미란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운데…
잠시 후, 화장대 위에 놓인 노트북 자판을 향해 손을 뻗는다. 순간 그 손길, 슬며시 떨리는…
그러다 단호한 손짓으로 엔터 버튼을 탁! 치는데…
지은의 방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지은, 방을 나서려고 문가로 다가가는…
이때 화장대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에서 삑~삑~ 거리며 문자 메시지 도착 수신음이 울린다.
다가가 액정을 보면 <메일 확인> 이란 글씨가 떠 있고…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노트북을 열어 메일을 읽는데… 그 모습 위에…
미란(소리) : (처연하고, 낮은 무미건조한 톤으로) 우선 미안하다는 말부터 먼저 할게… 널 쏠 마음은 없었어! 치미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어! 지은아! 내가 이 메일을 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하구 또 했는지 몰라…결국 너 말군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구…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내 인생, 그만 끝낼려구 해! 나 많이 힘들었거든…
정말루 지독히 너무 많이 아팠거든! 뭐가 그렇게 힘들구, 아팠냐고 묻는다면, 난 할말이 없겠지… 아마 그게
내 불행인 것 같애… 난, 힘들고 아팠는데, 결국엔 아무런 할말이 없다는 거… 그래, 그게 내 불행일 거야!
지은아, 부탁이 있어! 니가 이 메일을 읽는 순간, 난 이미 떠났을 거야! 니가 와서, 내 모습을, 추스려주면
안 될까!? 부탁해!…나, 우리 윌한테 추한 내 모습 보이기 싫거든… 흉한 내 모습, 우리 윌 기억 속에, 남겨 두고
싶지 않거든… 미안해!… 미안해… 난 마지막까지두 널 괴롭히면서 가는 구나… 그래두 날, 많이는 미워하지마…
지은아!… 지은아!… 니 사랑을 찾길 바래… 진심이야!
경악한 지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세훈의 빌라 현관 (동 시각)
현관문 앞엔 우체부가 서 있고… 그 앞에 마주 선 세훈, 등기 우편을 전해 받았는지 한 손에는 서류봉투가 들려 있다.
인수증에 싸인을 해주고 있는데…
잠시 후, 우체부가 나가고… 뭔가 하는 얼굴로 봉투를 열어 보는, <주식 양도서 - 제이리버> 가 들어있다.
의구심과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로 보다가 봉투 안에서 하얀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봉투엔, <TO WILL…>이라고 적혀 있고… 고민스런 얼굴로 봉투를 열어볼까 말까, 하는데…
지은의 방
사색인 얼굴로, 넋이 나간 듯한 지은, 멍하니 잠시 있다가, 후다닥 방을 나선다. 그 모습 절박하고…
거리 (오후)
다급히 질주하고 있는 세훈의 자동차…
차창 너머로 다가가면 운전석엔, 사색인 얼굴의 세훈, 핸들을 잡고 있는데… 그 모습 위로.
미란(소리) : (처연하고 무미건조한) 당신한텐, 미안하단 말, 안 하기루 했어요!…
당신에게 품었던, 질기고 쓰디쓴 내 사랑두, 뉘우치지 않을 거예요…
세훈의 차안
운전석에 앉은 세훈, 창백한 얼굴이고… 핸들 잡은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자책감, 안쓰러움이 뒤엉켜 어느새 눈가가 붉어지는데… 그 모습 위로…
미란(소리) : 사랑을 뉘우친다는건 말이 안 되는 거니까!…사랑이란 죄목은 없는 거잖아!…내가 당신을 사랑한 게 죄가 아니 듯,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은 것두 잘못은 아닌 거겠죠!…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아서, 참 많이 억울했구, 견딜 수
없을 만큼 분했지만, 그래도 당신을 사랑했던 일 나, 후회 안 해요… 윌,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나두 참 힘들었어요…윌…내 사랑, 윌…나중에…이담엔…거기선, 지은이보다, 10년 먼저, 날 만나 줄래요!?
그래서 그땐 꼭 날 사랑해 줄래요!? 언젠가가 되는 그 날, 그때는 날 사랑해 줄 거죠!?… 그렇게 해 줄거죠!?
미란의 빌라
침실문이 열리고, 사색의 얼굴의 지은, 들어선다. 경악해 흔들리는 시선을 따라 다가가면,
침대 위엔, 고운 웨딩드레스 차림의 미란, 가슴에 세훈의 사진을 품은 채, 이미 죽어 있는데.
입가에 혈흔이 묻었지만, 고이 잠이 든 듯한 모습이다.
그 옆 콘솔엔, 나뒹구는 약병과 함께, 반쯤 남은 와인 잔이 보이고…
한편 지은,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눈물이 뒤범벅인 얼굴로 들어선 세훈, 절규하듯 “미란아! ” 부르며 싸늘한 주검이 된 미란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