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禪軒 독서일기 2025년 6월 25일 수요일]
《『대동야승』 中 조경남 『난중잡록』 趙慶男 亂中雜錄
임진년 8월, 호남 좌의병장 임계영 격문》 [32]
○ 좌의병장(左義兵將) 임계영(任啓英)이 장흥(長興) 선비들에게 다음과 같이 격문을 돌리다.
「의병을 일으킴이 유생으로부터 주창되었은즉 이름이 사류에 참여한 자는 마땅히 분기하여 사졸의 선봉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무식하고 어리석은 병졸들과 게을리 놀던 무리 또한 모두 의기로 달려오고 있는데도, 장흥은 큰 부(府)이면서 동지 1, 2명 외에는 모두 겁내고 움츠려 여기에 종사하려 하지 않고 있으니 여러분은 무슨 별다른 뜻이 있는가.
이때를 당하여 신자 된 이로서는 요행히 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인데, 여러분은 홀로 임금을 생각하지 않는가. 공론(公論)이 한번 일어나면 정거(停擧)함이 늦을 것이다. 군율(軍律)이 지극히 엄한데 지금 우선 기다리고 있으니, 모름지기 다시 생각하여 일제히 모일 것이요 후회를 남기지 말라.」 종사(從事) 정자(正子) 정사제(鄭思悌)가 지었다. 뒤에도 다 이와 같다.
○ 임계영이 낙안(樂安)에서 본군(本郡)에 이르러 격문을 돌린 것은 다음과 같다.
「국가의 오늘날 일은 신자로서 차마 말하지 못할 바이다. 금산(錦山)의 패전에 의기가 저상되어 다시 진작할 길이 없으므로 우리들이 세상일에 어두움을 생각지 않고 의병을 일으켰으니 다 같은 사람의 마음에 거의 흥기됨이 있으리라 여겼다.
지금 군성(郡城)에 와 주둔하여 이웃 고을 의사들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본군의 사람들은 응모는 그만두고라도 한 사람도 나와 보는 이가 없으니 별다르게 무슨 뜻이 있는 것인가. 듣자 하니 당초에 의병의 격문이 올 때에 본 읍에서 물리칠 뜻이 있으나 믿을 수 없다 하더니, 지금으로 보건대 과연 헛말이 아니로다. 군수의 뜻도 군인(郡人)과 같으니 군인이 시킨 것임을 알겠다. 우리들의 이 의거는 공사(公事)를 위함이요 나라를 위함인데 이 고을에서는 사(私)라고 보니, 아! 이 고을 사람들은 홀로 임금이 없는가. 우리에게는 손익이 될 것이 없지마는 후일에 공론이 없을까.」
○ 임계영이 순천(順天)에 이르러 본부에 돌린 격문은 다음과 같다.
「의병을 일으켜 적개(敵愾)함은 사람의 마음이 함께 하는 바이며 동궁의 수찰(手札)이 의병을 장려하매 말이 심히 정성스럽고 슬프며 뜻이 심히 애통하니, 신자 된 이로써 누군들 감개하고 눈물을 떨구며 온 힘을 바치고자 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왜적이 천병에게 쫓겨 남도로 흩어져 내려왔는데 곤경에 몰린 짐승처럼 싸워 당할 길이 없어, 불사르고 약탈하는 화가 도처에 마찬가지이니 가정과 재물을 장차 누가 보전하랴. 그러니 하루아침에 적의 소유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조금이라도 내놓아 군수(軍需)에 약간의 도움이 되게 함이 나을 것이다.
승평(昇平)은 큰 부(府)라 물자가 풍부하고 인구도 많으며, 또 풍년이 들어 벼가 구름처럼 많으니, 어찌 앉아서 풍족한 것을 누리면서 국가의 일을 모르는 체하겠는가. 명가우족(名家右族)은 다 국가의 은혜를 알고 또 사체(事體)를 살필 것이니 타이르기를 기다리지 아니할 것이요, 촌락의 평민에게도 또한 이 뜻을 전파하여 널리 거두고 부지런히 모아서 유사(有司)로 하여금 주장하여 때에 맞춰 잇달아 원조한다면 승평 한 부가 옛날 한(漢) 나라를 일으킨 관중(關中)이 될 것이다. 원하건대 여러분은 힘써서 태만하지 말지어다.」
○ 좌의병장 임계영이 순천 전 만호(萬戶) 장윤(張潤)으로 부장(副將)을 삼아서 군사를 끌고 남원으로 향하여 각 고을에 돌린 격문은 다음과 같다.
「의병을 일으키는 말은 전의 격문에 다하였으니 여러분은 다 보았을 것이다. 우리들은 수천 명의 날랜 군사를 뽑아서 바야흐로 적이 있는 곳으로 향하여 최(崔)의 군사와 더불어 협력하려 하므로 준비가 한창 급한데, 군대에 현재 양식이 없어 두어 고을에서 판출(辦出)하니 유장(儒將 선비로서 장수가 된 이)으로서 계속 시킬 도리가 없다. 이것은 우리들만이 맡을 걱정이 아닌데 여러 귀읍(貴邑)에 이름난 허다한 선비들이 일찍이 그 책임을 함께 나눈 이가 없음은 무슨 까닭인가.
여러분에게도 다 같이 불공대천(不共戴天)의 분함이 있는데 이 의거들을 보고 어찌 차마 마음에 모르는 체한단 말인가. 하물며 금산ㆍ무주의 적이 소굴을 만들어 한 도의 형세가 털끝 하나처럼 위태로운 마당에, 여러분은 아침저녁으로 구차하게 편안히 지낼 생각이 있는가.
이때를 당하여 신자 된 이라면 감히 제 몸을 제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것인데, 하물며 재물을 제 것으로 생각하여 한자 한치를 아끼겠다는 것인가. 지금 비록 내도록 요구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민간에서 곤하고 쪼들리지마는 숨이 아직 붙어 있는 동안에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이다. 여러분이 비록 혹 병이나 사고가 있어 의병에 종사하려 하지 않더라도, 군량을 계속해 원조하는 것만은 오히려 힘써 도모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군사들이 풍우를 무릅쓰는 고생에 대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고, 흉한 적이 분탕질하는 화를 생각하여 각기 분발하고 격려하며, 마음과 힘을 다하여 양식을 보내고 넉넉지 못한 것을 도와주어, 우리들로 하여금 먼저 국경의 적을 무찌르고 마침내는 근왕의 뜻을 다하여 궁금(宮禁)을 숙청하여 거가(車駕)를 모셔 환도하게 한다면, 군량을 운반하여 끊이지 아니하던 옛날의 소하(蕭何)가 한 나라에 세운 공만을 장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삼가 바라건대 힘써서 태만함이 없을지어다.」
[한국고전종합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