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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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高銀 1933~ )시인이 쓴 짧은 詩가 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 꽃', 詩人 고은)
산을 올라갈 때 '허겁지겁'입니다.
집념과 탐미 때문입니다.
앞만 보고 악착같이 걷습니다.
그러다보니 놓치는 것도 많았지요.
하지만 내려오는 길은 다릅니다.
성공이 품고 있는 허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너그러워집니다.
그러니 더 잘 보입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도
그래서 내려갈 때가 더 생경스럽습니다.
산다는 일도 그렇다지요.
인생이란 게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답니다.
중요한 것도, 바쁜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내려 가야하는 길목에선
걸음과 시선이 달라집니다.
아직도 아등바등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아직도 또 뭔가를 이루겠다고
탐심을 부리는 일도 염치없어집니다.
어떤 지식이 있건,
어떤 직위와 어떤 믿음이 있든, 세월이 지나 돌아오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너그러움>이라 생각합니다.
너그러움이 더 필요한 세상입니다.
앞이 아니라 옆과 뒤를,
위가 아니라 아래를 바라볼 줄 아는 일은 내려오는 길을 시작한 모든 인생들의 특권입니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꽃이 아직 지천입니다. 나라는 인생 봇짐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가는
바쁘게 산 사람이 아니라 너그럽게 산 사람들이 더 풍성한 법이니까요.
아직 찬란한 눈꽃마저,
눈부시게 살피시며, 너그러이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옮긴 글
Common Ground - Jeanette Alex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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