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심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
오랜만에 뿌옇게 흐려진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다 문득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이 거느린 후광을 생각한다
유리창을 닦으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이고, 마음을 닦으면 세상
이치가 환해지고, 너의 얼룩을 닦아주면 내가 빛나듯이
책받침도 문지르면 머리칼을 일으켜세우고, 녹슨 쇠붙이도 문지르면 빛이 나고,
아무리 퇴색한 기억도 오래 문지르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듯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얼굴빛이 밝아지고, 아픈 마음을 쓰다듬으면
환하게 상처가 아물고, 돌맹이라도 쓰다듬으면 마음 열어 반짝반짝 대화를 걸어 오듯이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 속에는
탁하고, 추하고,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걸어나오는 환한 누군가가 있다.
많이 쓸수록 빛이 나는 이 말들은
세상을 다시 한 번 태어나게 하는 아름다운 힘을 갖고 있다.
<감상>
닦고 문지르고 쓰다듬는 것은 청소의 기본 동작이다.
닦고 문지르고 쓰다듬으면 세상이 환해진다. 이 말들
속에는 "세상을 다시 한 번 태어나게 하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고 한다. 시인의 발견은 이처럼 "말들의 후광"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심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이라는 전언으로 모아지고 있다.-강연호-
<약력>
-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 목포대 국문학과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원광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 1982년 고대신문 창간 35주년 기념 현상문예 시부문 당선
-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및 1996년 월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작 활동
- 1996년 월간 『현대문학』에 「비애와 무상의 시학」을 발표하면서 평론 활동 시작
- 저서로 시집 『간이역』(문학세계사) 및 씨디롬 시집 『작은 엽서』(월간 현대시), 연구서로
『김현구 시 연구』(국학자료원), 문화기행서 『강진문화답사기』(시와사람)
『동백숲에 길을 묻다』(세계사)등이 있음
- 현재, 광주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사진> 延智
<음악> Ernesto Cortazar - Yesterday Lov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