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6회 등산(2001-22) 만인산부터 보문산까지 종주산행
2001년 4월 1일 일요일 맑음
오래 전부터 만인산 ~ 보문산 종주 산행을 계획했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에야 종주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부사동 네거리에 있는 인삼유통센타 옆에 차를 세우고 만인산 휴게소를 갈 수 있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에 스쳐 가는 산들을 바라보니 설레는 마음으로 내 가슴은 뛰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진작 실천에 옮기지 않았을까? 후회까지 되기도 했다.
8시를 3분 남겨둔 시각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대전천의 발원지인 봉수레미골 계곡에서 물을 뜨고 오른쪽에 보이는 능선을 겨냥하여 경사 급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땀을 흘리며 9분쯤 올라가 능선에 닿는다. 만인산 고스락이 보이고 안내 팻말에는 만인산 480m 라고 쓰여 있다. 능선부터 산길은 유순해져 쉽게 고스락에 올라선다.(8:25) 만인산 고스락은 전망이 좋아 덕유산의 장쾌한 산줄기도 조망할 수 있는데 안개가 끼여 전망이 터지지 않아 아쉽다. 허나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보문산은 아스라이 조망된다.
보문산을 향해 종주 산행에 들어간다.(8:33) 완만한 능선 길로 6분쯤 내려가 분기점 봉우리에 이르러 왼쪽 능선으로 진행한다. 다음은 곤두박질하듯 5분 동안 급한 내리막길로 내려선 다음 완만한 길로 나아가 다시 분기점 봉우리에 닿는다. 이곳은 독도주의 지역이다. 길은 세 갈래인데 왼쪽으로 뚜렷하게 길이 나있고 큰 산으로 연결이 되고 있어 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나침반 방향대로 가운데 길을 선택한다. 잡목이 가로막는 경사 급한 희미한 길을 10분쯤 내려가니 물을 만나 첫 번째 실패를 맛본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고 있는 점이었다. 감각으로는 당연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야 되는데... 왼쪽 산줄기가 보문산으로 이어진 보문지맥 산줄기라 생각하고 차도 다닐 수 있는 널찍한 길을 따라 왼쪽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왼쪽 능선도 보문산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아니었다. 허탈한 심정으로 뒤로 돌아 다시 재까지 올라간다. 이곳에서 독도에 실패해 20분을 허비한 셈이다.
재에서 가파른 능선을 타고 6분쯤 올라간다. 진달래가 곱게 피어있어 마음을 아름답게 꾸며준다. 전망이 트이는 능선에선 남쪽으로 진악산이 보인다. 이 곳 능선은 솔잎이 두텁게 깔린 환상적인 길이었다. 이어서 오르막 능선 길로 9분을 더 올라가 전망이 시원한 봉우리에 닿는다. 만인산과 보문산이 보이고 아직도 보문산은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지만 시루봉 정자가 뚜렷하다.
또 하나의 봉우리를 10분 만에 오른 다음 내리막길로 나아간다. 다시 오르막길이 돼 봉우리에 올라서고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는 전형적인 종주산행 길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장거리 산행을 하게 돼 종주산행의 멋이 느껴진다.
경사가 급한 능선이 나타나 5분을 올라가 봉우리에 닿은 다음 또 하나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갈 때 불에 시커멓게 탄 소나무가 눈에 띄어 마음이 아프다. 도리산 직전에도 경사 급한 능선이 나타난다. 가파른 길로 3분쯤 오른 후 2분쯤 평평히 나아가다가 다시 가팔라진 길로 5분을 올라가 도리산에 도착한다.(10:57) 전망을 하니 만인산과 보문산이 뚜렷한데 여전히 보문산은 멀리 보인다. 정진관 사범이 준 칡 물을 먹으니 가슴속까지 상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도리산에서 4분을 내려가니 두 번째 독도 주의 구간이 나타난다. 무심코 뚜렷이 나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종주를 실패하게 된다. 오른쪽 희미한 능선으로 방향을 꺾어야 올바른 산줄기 타기를 할 수 있다. 경사 급한 능선을 6분 동안 내려선 다음 가파른 길로 5분쯤 올라가 봉우리에 닿는다. 또 가파른 능선을 타고 10분 정도 올라가 봉우리에 닿고 조금 내려서니 무덤이 나타난다.
다음은 오르막길로 18분쯤 진행하여 삼각점이 박혀있는 490봉에 닿는다.(11:49) 삼각점에는 금산 418ㆍ1980복구라고 쓰여 있다. 조금 더 나아가니 삼각점이 박혀있는 분기점 봉우리가 나타난다. 이곳은 삼각점 때문에 독도주의 구간이다. 지도에는 두 번째 나오는 삼각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해야 되는데 시간상으로는 오른쪽으로 가야 된다. 이곳이 지도에 나오는 삼각점이 있는 곳일까? 고민하며 얼마간 머무르며 산의 흐름을 살펴보고 오른쪽 능선을 선택한다.
얼마쯤 진행하니 종주 리본이 발견돼 올바른 능선이 확인되어 기뻤다. 전망이 열리는 봉우리에 닿아 서대산, 만인산, 식장산, 보문산을 조망한다. 가야할 방향에는 하나의 봉우리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저 봉우리에 삼각점이 박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올라가 보니 과연 삼각점이 박혀있어 기분이 좋았다.(12:35) 삼각점에 1980 재설 이라고 쓰인 봉우리에서 길도 희미하고 가파른 능선을 10분쯤 내려간다.
다시 뚜렷한 길이 나타나고 송전탑이 나온다. 최종 목적지인 보문산이 뚜렷하게 보이고 천비산도 조망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왼쪽 능선으로 산이 연결되는 것 같았다. 10분간 내려온 능선에서 잘 살펴보지 못하고 뚜렷한 길을 따라 진행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25분간 산을 내려가니 역시 종주 실패였다. 보문산은 왼쪽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의 흐름을 따라 재로 향해 동구와 중구의 경계인 장척고개에 이른다.(13:30) 포장도로로 변해버린 장척고개 해발은 알 수 없지만 산줄기는 거의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다음 오도산을 일으키고 있었다. 산 오름이 시작된다. 무덤까지는 뚜렷하게 나있는 능선 길이 잡목에 묻힌 길도 없는 능선으로 바뀌고 만다. 더구나 경사까지 심해 힘이 든다. 아침식사를 7시전에 하여 기운이 빠진 탓일까? 지금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됐는데 지금 걷고 있는 능선이 오늘 산행 중 가장 고통스러움을 안겨주고 있었다. 15분쯤 오르니 희미한 길이 나타나고 잠시 평평히 가다가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른다. 뒤돌아보니 490봉에서 이곳으로 뻗은 능선이 장쾌하게 시야에 다가온다.
힘겹게 큰 능선에 올라가 점심식사를 한다.(14:00) 점심 식사 후(14:40) 15분을 진행하여 무명봉에 오른 다음 유순해진 능선 길로 7분을 더 올라가 오도산에 닿는다.(15:01) 오도산 고스락은 나무에 둘려 싸여 전망이 터지지 않는다.
오도산에서 세 번째 독도 실패를 한다. 똑바로 나아가다가 왼쪽으로 꺾어 진행해야 되는데 조금 못 미친 능선에서 방향을 꺾어 내려가니 온통 가시밭이다. 힘겹게 얼마쯤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산이 연결되는 것이 보인다. 다시 되올라가기에는 너무 많이 진행했고 가시밭이라 어쩔 수 없이 산을 내려가 고속도로에 닿아 구완동 고개를 행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나아간다.
보문산으로 뻗은 능선에 정확히 올라선 후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는 능선에서 숨을 고르고 휴식을 한다. 이제 보문산만 오르면 종주 산행을 마치는 것이다. 조금 올라가니 금방 조성된 무덤이 나타나고 오른쪽에는 목장인지 철조망이 쭉 쳐 있다.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송전탑이 나오고 보문산 시루봉 아래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다.
또 송전탑이 나타난다. 시야가 트이는 바위에서 오늘의 발자취가 묻어 난 능선을 살펴본다. 오도산부터 490봉까지 능선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희미하게 대둔산도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무척 경사가 급한 능선이 나타난다. 나는 별 힘들지 않게 서서히 올라간다. 정진관 사범도 천천히 쉬지 않고 잘 올라오고 있다. 마침내 옥계동에서 보문산을 오르는 분기점 봉우리에 닿아 유순해진 능선을 타고 17시 39분에 보문산 시루봉에 도착한다.
무려 9시간 42분이나 걸린 셈이지만 독도 실패만 없었다면 8시간에서 8시30분 사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출발지 만인산이 뚜렷하게 보인다. 저토록 먼 곳에서 산 능선을 타고 이곳까지 오다니... 참으로 기쁜 마음이 들었다. 원석연, 원달연 대원과 복전암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복전암으로 가질 못하고 어릴 때 문창동에서 보문산을 바라보면 특이한 모습으로 보이는 나무가 있는 산등을 타고 산을 내려갔다. 주차된 곳에 닿아 시계를 보니 18시3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