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안 그래> 출간을 기념하여
오은영 작가님 온라인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원래 안 그래>는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도깨비,
엉뚱깨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쾌한 도깨비 이야기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세상에 대한 엉뚱하고도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저학년 대상의 동화입니다.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함께 하여 주신
오은영 작가님께도 축하와 응원
많이 많이 해주실 거지요~? ^^*
그럼, <원래 안 그래> 책 밖의 작가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
<원래 안 그래>를 지은 오은영 작가님 소개!
서울깍쟁이가 두 아이를 낳고부터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아이들은 희생과 인내심을 가르쳐 주었고, 마음 속에 숨어있던 아이도 꺼내주었지요. 마음속 아이는 한번 입을 여니까 꽤 수다쟁이였습니다. 덕분에 동시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새벗문학상에 당선되었고, 오늘의 동시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동시집 <우산 쓴 지렁이> <넌 그럴 때 없니?> <생각 중이다> 동화책 <맘대로 아빠 맘대로 아들> <모자 쓴 고양이 따로> <지금은 미운 오리> <동구 똥꾸> 등 여러 책을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었지요. 앞으로도 마음속 아이의 수다에 계속 귀를 기울이려합니다.
1. 오은영 선생님, 바람의아이들에서 이번에 유쾌하고 엉뚱한 도깨비 이야기 『원래 안 그래』를 출간하시게 되어 기쁘고 축하드려요. 독자분들께 선생님 소식과 반가운 인사말을 남겨주세요. ^^
-안녕하세요? 『원래 안 그래』의 작가 오, 오, 오, 오은영입니다. ^^ 오래 기다리던 책이 나와 여러분을 만나게 돼서 저도 기쁘답니다. 그 동안 평소 때처럼 글도 쓰고, 틈틈이 그림도 배우고, 한 군데지만 대학원 강의도 나갔지요. 그런데 작년과 올해는 제가 특별히 힘들고 우울했던 해였습니다. 부모님께서 갑자기 많이 아프게 되서 병원 모시고 다녀야했기 때문이지요. 특히 친정 엄마께서는 심장 수술 뒤에 파킨슨병과 치매 초기 증상을 보여 가슴이 무척 아프답니다. 이럴 때 『원래 안 그래』 책이 나와 많이 힘이 납니다. 조금 있으면 다른 출판사에서 그림책도 나올 예정이니까 힘이 더 나겠지요?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 설렙니다.
2. 우리에게 친숙한 ‘도깨비 이야기’를 모티브로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엉뚱깨비가 등장하는 『원래 안 그래』를 지으셨는데, 익숙한 것을 새롭고 재미있게 재탄생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과정이 있으셨는지, 집필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자유롭게 이야기 들려주시겠어요?
-어느 날 우리는 “원래 그래”라는 말에 익숙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어린이들이 말대꾸하거나 다른 의견을 말할 때 어른들이 잘 쓰는 말이라는 것을요. 그럴 때 어린이들이 얼마나 숨이 막힐까? 그러다 거기에 길들여지면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요. 그래서 “원래 그래”의 반대인 “원래 안 그래”라는 말을 생각해 냈답니다. “원래 그래”가 어른들의 말이라면 “원래 안 그래”는 어린이의 말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어린이들이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니까요. 그리고 더 큰 재미를 주기 위해서 우리 옛이야기 속 도깨비를 떠올렸답니다. 언젠가 일본 도깨비 오니와 다른 친근하고 장난꾸러기인 우리 도깨비 이야기를 꼭 써보고 싶었거든요. 『원래 안 그래』의 주인공인 엉뚱깨비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제 아시겠지요?
3. 이전 작품 『생각중이다』는 세대간의 소통과 이해를 그려내고 아이들의 마음을 드러내주는 동시집이었는데요, 동시집과 동화 두 종류의 집필 작업을 하실 때, 작업 방법에 차이가 있는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네, 맞아요. 제가 동시로 <바람의 아이들>출판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지요. 덕분에 동시집 『생각중이다』가 태어났고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동화책이 나오고요. 제가 이렇게 동시와 동화를 왔다 갔다 하니까 동시 쓰기와 동화 쓰기의 다른 점을 종종 묻더군요. 글쎄요, 사실 동화와 동시는 모두 ‘아이들의 마음’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답니다. 작가가 언제나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모든 사물을 보고 느껴야한다는 거지요. 하지만 동시는 짧은 글이라 순간적 발상이나 함축이 필요하고 동화는 긴 글이라 긴 호흡이 필요해요. 즉 동시는 어떤 생각이나 경험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낚시질 하듯 탁, 낚아채 올려 메모해 놓아야 하지요. 반면에 동화는 구상한 것을 오랜 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꿰매나가야 해요. 그러니까 동시는 낚시질을 잘해야 하고요, 동화는 바느질을 잘 해야 하지요. 비유가 적당한지 모르겠네요. 후훗
4. 혹시 이 작품 이후, 앞으로 작업하시고 싶으신 소재나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어느 날 동시가 과학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의 소재가 너무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그 범위를 넓힐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어요. 요즘 융합학문이 뜨고 있잖아요? 동시를 감상하면서 과학에 대해 이야기도 하면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지 않나하고요. 그래서 요즘 과학규칙을 소재로 한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동시야 과학이랑 놀자. 뭐 이런 거지요. 그리고 동화는 성소수자를 형으로 둔 6학년 남자아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문우들이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하더군요. 초등학생에게는 무리한 주제 같다고 청소년 소설로 바꿔보라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중학교에 들어가면 학교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상황에서 그 전에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요. 주제가 무거운 반면 좀 밝은 분위기로 쓰고 있는데 여러분하고 만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길이 험하니까요.
5. 머리에 뿔이 나고 짐승 가죽옷을 입은 도깨비의 모습은 일본 도깨비의 모습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말씀하신 부분을 보았어요. 한국적인 도깨비의 모습에 대한 소개와 그러한 도깨비를 탄생시키기 위해 어떤 자료들을 참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한국 도깨비에 관한 전시나 연구를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답니다. 지난 5월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 에서 한국 도깨비의 참 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도 깨 비 : 새롭고 익숙한 발견>이란 재미난 전시도 했고요. 제 경우에는 자료 조사를 하기 위해 인터넷과 신문 기사. 그리고 김종대 박사님의 저서 『저기 도깨비가 간다』, EBS 도끼비를 찾아라,(2012년 9월 방송) 백과사전 등을 뒤져봤지요. 그 모든 자료에서 이구동성으로 말하더군요. 일제 강점기에 내선일체 정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교과서에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실었는데, 이 이야기 속 삽화에 그려진 일본 도깨비 오니의 형상이 오늘날까지 도깨비 형상으로 굳어지게 된 거라고요.
6. 도깨비인 엉뚱깨비가 나타나도 크게 놀라지 않는 윤지, 그리고 갑자기 도깨비 굴에 가게 되도, 엉뚱깨비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들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도깨비의 존재에 크게 놀라지 않는 이러한 부분들을 의도하신 것인가요?
- 네, 의도했지요. 저학년 어린이들은 아직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자유로우니까요. 하지만 재미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 끈기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야기를 툭툭 차고 나간 거예요. 어린 독자들이 재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단숨에 읽으라고요. 거기다 뿔이 달리고 푸른빛이나 붉은빛을 띤 일본 도깨비와 달리 한국 도깨비는 사람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옛이야기 속에서도 도깨비를 만난 줄 모르고 밤새 씨름하는 장면도 나오잖아요. 엉뚱깨비는 어린도깨비니까 더더욱 무섭지 않을 거고, 윤지도 호기심 많은 엉뚱한 캐릭터니까 어린 도깨비정도는 안 무서워할 거고, 잔소리꾼 엄마들은 어린 도깨비쯤은 안 무서워할 거라고 설정한 거지요.
7. ‘원래 그래!’라는 말을 너무 너무 싫어하는 엉뚱깨비는 ‘원래 안 그래!’ 하고 말하는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선생님께서도 ‘원래 그래’라는 말이 싫었던 적이 있으신지,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원래 그래’ 라는 대답들을 들으셨는지 알고 싶어요.
-전 “원래 그래”라는 말을 싫어한답니다. 사고의 단절, 소통의 단절을 불러일으키는 말이 라는 생각에서요. 세상에 ‘절대’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지구가 평편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땐 그것이 진리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진리랍니다. 엉뚱한 생각이 새로운 발견을 가능케 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원래 그래”라고 윽박지르며 엉뚱한 생각을 막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뿐인가요? 제가 친구들이나 식구들에게 고쳐주기 바라는 점을 말했을 때 무조건 ‘원래 그래’라며 방어해 버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더라고요.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 “원래 그래”라는 말을 좋아할 수가 없지요. 물론 원래 그런 것들도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원래 그래”라고 단정을 지어버리면 발견도 발전도 없다는 거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8. 선생님께서는 원래 안 그래! 원래 그래! 어느 쪽의 어른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후후. 자신하는데 당근 ‘원래 안 그래!’ 어른에 가깝지요. 그러니까 『원래 안 그래』라는 책을 쓸 수 있었지요. 저는 가능하면 선입견을 안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원래 그래”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다시 고개를 젓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지요. 그러면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줄어들더라고요. 동화는 원래 어린이만 읽는 글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아직도 많더군요. 그 분들에게 “원래 안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동화는 순수한 동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읽는 글이라고요.
9.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나볼 독자분들을 위해, 자유롭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엉뚱한 상상은 즐겁습니다. 상상력은 창의력의 씨앗이지요. 창의력은 참으로 신비한 능력입니다.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이니까요. 새롭고 독창적이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면 안 됩니다. 뒤집어 보고, 다르게 보고, 엉뚱하게 생각해 봐야합니다. 특히 엉뚱함은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특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종종 “원래 그래” 라며 획일화된 생각을 강요하곤 하지요. 그러면 발전이 없는데도요. 그래서 저는 자기가 엉뚱하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라면 부모님과 함께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잘못을 지적해주었을 때 ‘전 원래 그래요.’라고 말대꾸부터 하는 어린이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엉뚱함이 칭찬 받는 환경, 남의 말을 열린 마음으로 듣는 그런 환경에서 우리 어린이가 살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