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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막걸리 인기좋네”…-수도권에만 전문점 200곳
탁주(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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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막걸리 인기좋네”… 수도권에만 전문점 200곳 프랜차이즈 10여곳서 잇달아 점포 늘려나가… 값싸고 옛 대폿집 분위기로 인기 얻어 | ||
“막걸리는 더 이상 잊혀진 술이 아니다.” 1980년대 서울 대학가를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막걸리집. 그 뒤로는 깔끔하고 세련된 주점에 자리를 내주고 거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막걸리집이 지난 여름부터 서울과 수도권 지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생맥주나 세계 여러 나라의 맥주를 파는 맥주 전문점, 일본 정종(사케)을 파는 일본식 선술집에 밀려 KO패를 당한 막걸리집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 ‘비사벌 전주生막걸리’ ‘뚝배기 탁배기’ ‘짚동가리 쌩주’……. 톡톡 튀는 이름의 막걸리 프랜차이즈업체는 올해 부쩍 늘어 10여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을 전후해 서울·수도권에서만 200여개의 막걸리 전문점이 문을 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히 ‘막걸리집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지난 9월 26일 밤 11시 경기도 용인 구성의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 마북점. 밤 늦은 시간이라 인근 음식점은 모두 불을 껐는데 이 곳은 아직도 한창이다. 손님이 50명은 넘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갔다. 양철로 만든 탁자, 한 쪽에선 자그마한 물레방아가 돌고 있다. 곳곳이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에서 옛 대폿집 분위기가 흠씬 묻어난다. 지난 8월 가게 문을 연 이주성 사장은 “옛 분위기를 내기 위해 멀쩡한 주전자를 망치로 때려 찌그러뜨렸다”고 했다. ‘향수(鄕愁)자극전략’인 셈이다. 옛 분위기를 내는 물품이 있긴 해도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술값, 안주값도 싸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3000원, 김치전·파전 따위의 전 종류가 한 접시에 3000원. 제일 비싼 안주가 모듬전 1만5000원짜리다. 손님은 20대부터 50대 중년까지 다양하다. 한편에선 40대 직장인들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고, 바로 옆에선 스무 살쯤 돼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잔을 홀짝인다. 이주성 사장은 “두 명이 돈 만원이면 술 한 잔 하고 갈 수 있다”며 “저가(低價) 전략이 먹힌 것 같다”고 했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데 하루 매출은 짭짤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곳은 올 여름 손님들이 가게 앞에 줄을 쭉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곳이 인기를 끌면서 인근 용인ㆍ수지 쪽에도 막걸리 전문점 두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막걸리 전문점 시장은 지방 업체들이 수도권을 공략하는 양상이다. ‘속에천불 청송얼음막걸리’의 경우도 3년 전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점포 수를 늘리다 올해 6월쯤부터 수도권에 진출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100여개의 점포를 열었다. 이 회사 이창재 사장은 “지금도 개업 문의가 계속 밀려들고 있고 하루 3개씩 문을 열 때도 있다”며 “수도권 점포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캬! 막걸리 인기좋네”… | ||
특히 전주는 시(市) 차원에서의 지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9월 전주시는 ‘막프로젝트’를 만들어 전주 막걸리업체의 수도권 진출을 측면지원키로 했다. 전주시 한준수 전통문화국장은 “전주 막걸리를 파는 점포가 수도권에 문을 열면 이벤트를 열어 홍보를 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전주 시내의 ‘막걸리 집단촌’을 관광상품화한다는 구상도 세워 놓고 있다. 전주 시내에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조금씩 막걸리집이 늘기 시작해 현재 삼천·서신동 등 네 곳에 막걸리집 100여곳이 몰려 있다. 최근 하루 3만 병 이상이 팔릴 정도로 막걸리가 인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점 프랜차이즈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도 이에 질세라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퓨전 포장마차인 ‘피쉬앤그릴’을 성공시킨 리치푸드의 여영주 사장은 올 8월부터 열처리를 하지 않은 막걸리를 파는 ‘짚동가리 쌩주’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짚동가리 술은 충남 아산 지역의 전통주. 여 사장은 “유통시스템을 잘 갖춰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맛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수도권에 60개의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세계 맥주 전문점 ‘와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인토외식산업도 최근 이천 경기미로 빚은 퓨전 생막걸리 전문점 ‘뚝배기 탁배기’를 새 브랜드로 내놓았다. 지난 7월 서울 강남 선릉역 주변에 1호점을 열었고, 송파구 쪽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프랜차이즈업체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비사벌 전주生막걸리’는 안주가 강점. 술맛은 기본이고, 전주의 푸짐한 음식문화를 그대로 옮겨 수도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막걸리 한 주전자(1만원)를 시키면 찌개 1~2개, 삼합(삶은 돼지고기, 홍어, 김치를 섞어 먹는 것), 생선구이 따위의 안주 10여개가 따라 나오는 방식이다. ‘뚝배기 탁배기’는 막걸리집이 낮 시간에 장사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 뚝배기 메뉴를 개발했다. 밤에는 막걸리, 낮에는 밥을 팔 수 있도록 해 안정된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막걸리집이 이렇듯 갑자기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이유는 뭘까? 창업컨설팅회사인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올 여름 무더위와 침체된 경기 상황 탓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숨이 막힐 듯한 무더위에 시원한 ‘얼음 막걸리’를 상품으로 내세운 전략에 소비자들이 끌렸고,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1만원 정도의 돈으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저가전략이 먹혔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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