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보라
몇 날 며칠을 보고, 듣고, 읽어도 질리기는커녕 좋기만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탄 작품을 번역본이 아니라 원본으로 우리 말로 읽을 수 있다니, 마치 꿈꾸는 것만 같은 날들입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야기입니다.
‘철없고 무식한 우리 오빠’ 그리고 천박해 보이고 잘 꾸민 가면을 쓴 사람처럼 보이는 ‘여사’를 보다가 한강의 모습을 보니 ‘눈’이 아니라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서 한번에 보지 않고 나누어보고 아껴서 봅니다. 요즘 제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댜 할 것을 나름 써보려고 하는데 상을 받게 된 ‘이유’입니다. 아시는 대로 작가의 대표적 작품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5.18과 4.3을 다룬 것인데 공통적인 주제는 ‘폭력’이지요.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아직도 제대로 치유되지 못하고 외면하고 왜곡하고 억압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그것을 심오하고 명상적인 산문으로 표현했다는 것이지요. 작가는 “인간이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최후의 저지선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온전하고 진실한 인식”이라고 했습니다. 폭력에 의한 고통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감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것이지요. 이 당연한 도리가 ‘철없고 무식한 사람들’에 의해서 ‘블랙리스트’가 되어벼렸던 것이지요.
이번 노벨상 수상은 검은 색으로 덧칠한 것이 제대로 벗겨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도 무식하고 철없는 사람들이 ‘검은 것’, 혹은 ‘빨간 것’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차분하게 한강 작가가 가리키는 세상을 그와 함께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진정으로 노벨상을 축하하는 일이 되는 것 아닐런지요. 그것이 지금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주일에 쓴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