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 보살의 열 가지 행원
보현 보살이 부처님의 수승한 공덕을 찬탄하고 모든 보살과 가 선재 동자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여래의 공덕은 시방에 계시는 수많은 부처님께서 오랜 겁을 지내며 말해도 다 말하지 못할 만큼 광대무변합니다. 만약 이런 공덕문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열 가지 큰 서원을 세우고 실천하겠다는 행원을 닦아야 합니다.
첫째,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겠다는 서원
둘째,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겠다는 서원.
셋째, 널리 두루두루 공양 올리겠다는 서원.
넷째, 모든 업장을 참회하겠다는 서원.
다섯째, 남이 짓는 공덕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는 서원.
여섯째,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하는 서원.
일곱째,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서원.
여덟째, 항상 부처님의 수행력을 따라 배우는 서원.
아홉째, 항상 중생의 뜻에 따라 수순하는 서원.
열째, 지은 바 모든 공덕을 널리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는 서원입니다.“
첫째, 모든 부처님께 예배. 공경하겠습니다
선재 동자가 물었다.
“거룩하신 성인이시여, 어떻게 예배하고 공경하며, 어떻게 회향해야 합니까?”
보현 보살이 선재 동자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첫째 모든 부처님께 예배. 공경한다는 것은 보현 보살의원력으로 시방삼세의 수많은 부처님을 눈앞에서 친견하는 것처럼 깊은 믿음을 내고, 청정한 신. 구. 의 삼업으로 예배. 공경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며 어느 곳에나 몸을 나투어 수많은 부처님께 두루두루 예배. 공경하겠다는 서원이다. 허공계가 다하면 나의 예배. 공경함도 다하지만, 허공계가 다할 수 없으므로 나의 예배. 공경함도 다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며,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예배. 공경함도 다하지만, 중생계. 중생의 업.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예배. 공경함도 다함이 없다. 예배. 공경하겠다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둘째.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겠습니다
“선남자여, 또한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방 삼세의 무수한 티끌 티끌마다 부처님이 계시고, 그 낱낱 부 처님의 계시는 곳에 수많은 보살들이 둘러 계신다. 내가 깊고 뛰어난 이해와 지견으로 변재 천녀의 혀보다 뛰어난 혀를 내며, 낱낱 혀마다 한량없는 음성을 내고, 낱낱 음성마다 한량없는 말을 해서 일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미래세가 다하도록 계속해 끊어지지 않게 하며, 무한한 법계에 두루두루 찬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찬탄도 다하지만, 허공계, 중생계, 중생의 업.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찬탄도 다함이 없다. 찬탄하겠다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셋째, 널리 두루두루 공양 올리겠습니다
“선남자여, 널리 두루두루 공양 올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방삼세의 무수한 티끌 티끌마다 부처님이 계시고, 그 낱낱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수많은 보살이 둘러 계신다. 내가 보현행원의 원력으로 깊은 믿음과 분명한 지견을 내어 여러 가지 으뜸가는 공양구로 공양하되, 수많은 꽃과 음악. 일산. 향. 의복. 기름 등 갖가지 공양구로 공양 올리는 일이다. 그런데 선남자여, 모든 공양 가운데 법공양이 가장 으뜸이다. 즉 부처님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이며, 중생을 이롭게 하는 공양이고, 중생의 뜻을 따르는 공양이며, 중생의 고통을 대신 받는 공양이고, 부지런히 선근을 닦는 공양이며, 보살의 업을 버리지 않는 공양이고,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 공양이다.
선남자여, 앞에 말한 공양으로 얻는 공덕은 일념 동안 닦는 법공양의 공덕에 비한다면 백분의 일. 천분의 일, 백천 만억 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께서 법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며, 말씀대로 행하면 수많은 부처님이 출생하기 때문이고, 또한 보살들이 법공양을 행하며 여래께 공양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수행이 참된 공양이다.
이와 같이 수승한 공양을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공양도 다하지만, 허공계. 중생계. 중생의 업.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공양도 다함이 없다. 공양 올리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넷째. 모든 업장을 참회하겠습니다
“선남자여, 업장을 참회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보살이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오랜 과거세부터 지금까지 탐. 진. 치 삼독으로 인해 신. 구. 의 삼업으로 지은 악업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매우 많다. 혹 이 악업이 어떤 형체가 있다면 끝없는 허공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이다. 내 이제 청정한 신. 구. 의 삼업으로 법계에 계시는 수많은 불보살전에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되, 다시는 악업을 짓지 않고, 청정 계행의 공덕에 머물러 있겠습니다.’
이와 같이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참회도 다하지만, 허공계. 중생계. 중생의 업.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참회도 다함이 없다.참회하겠다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다섯째, 남이 짓는 공덕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겠습니다
“선남자여,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했을 때부터 일체지를 위해 부지런히 복덕을 닦으며 오랜 겁을 지내면서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수행하신다. 부처님께서는 과거 전생에 수행하신 겁마다 목숨과 신체가 잘리는 어려운 고행을 하며, 바라밀문을 원만히 하고, 깨달음을 얻고 열반한 뒤 사리를 분재배할 때까지의 모든 선근을 내가 함께 기뻐한다.
또한 시방 일체 성문과 연각이 지은 모든 공덕을 내가 함께 기뻐하며, 일체 보살이 수행한 뒤, 깨달음을 구하는 공덕을 내가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내가 함께 기뻐하는 것도 다함이 있지만, 허공계, 중생계. 중생의 업.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내가 함께 기뻐하는 것도 다함이 없다. 함께 기뻐하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여섯째,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하겠습니다
“선남자여,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방삼세 무수한 티끌 티끌마다 수많은 부처님 세계가 있다. 이 낱낱 부처님 세계에 무수한 부처님이 계시는데, 이 부처님들은 깨달음을 성취하였고, 수많은 보살에 둘러싸여 있다. 내가 그 모든 부처님께 신. 구. 의 삼업으로 가지가지 방편을 지어 설법해 주시기를 은근히 권청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해도 부처님께 법을 청하는 일은 다함이 없다. 설법해 주시기를 청하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일곱째, 부처님께서 이 세상 오래 계시기를 청하겠습니다
“선남자여,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방삼세의 무수한 티끌마다 계시는 모든 부처님께서 장차 열반에 들려고 할 때, 그리고 모든 보살. 성문. 연각과 모든 선지식에게 이렇게 권청한다. ‘부처님. 모든 선지식들이여, 열반에 들지 말고, 오래오래 영원히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여 주소서,’
이와 같이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 번뇌가 다할지라도 나의 이 권청은 다함이 없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래 머무시기를 청하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여덟째, 게으름 피우지 않고 부처님의 수행력을 따라 배우겠습니다
“선남자여, 부처님의 수행력을 따라 배우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 사바세계의 비로자나불께서 처음 발심하면서부터 퇴전하지 않고 정진할 때, 몸과 목숨을 보시했던 일을 따라 배우는 것이다. 즉 부처님께서 살가죽을 벗기어 종이로 삼고, 뼈를 쪼개어 붓으로 삼으며, 피를 뽑아 먹물로 삼아 쓴 경전을 수미산만큼 쌓은 것은 바로 법을 존중하였기 때문에 신명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하물며 왕위나 성읍, 궁전, 산림 등에 집착하였겠는가.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성취하던 일이나 갖가지 신통력으로 다양한 변하를 보였던 일을 다 따라 배우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께서 여러 중회에 몸을 나투었는데, 성문과 벽지불 중회 혹은 전륜성왕과 권속들의 중회, 혹은 바라문, 장자, 거사 중회, 천룡팔부와 중생의 중회 도량에서 우렛소리 같은 원만한 음성으로 그들의 좋아함을 따라서 중생을 교화했던 일이나 열반에 든 수많은 행을 내가 다 따라서 배우는 것이다.
지금의 세존이신 비로자나불의 행을 똑같이 따라 배우며, 시방삼세의 무수한 티끌마다 계시는 부처님의 행을 내가 다 따라 배우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할지라도 나의 이 따라서 배우고자 하는 서원은 다함이 없다. 나의 이 따라 배우고자 하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아홉째, 항상 중생의 뜻에 따라 수순하겠습니다
“선남자여, 항상 중생의 뜻에 따라 수순하는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시방세계에 있는 중생은 가지 가지 차별이 있는데, 태로 태어나는 것, 알로 태어나는 것, 습기로 태어나는 것, 화해서 태어나는 사생이다. 이들은 지, 수, 화, 풍 사대를 의지해 살기도 하고, 혹은 허공이나 초목에 의지해 살기도 한다.
이 수많은 형태의 중생과 다양한 중생 세계의 존재를 내가 다 수순해 섬기며, 여러 공양구로 공양하기를 부모와 같이 공경하고, 스승이나 부처님과 같이 조금도 다름없이 받들 것이다.
병든 이에게는 어진 의원이 되고, 길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을 가르쳐주며, 어두운 밤중에는 광명이 되고, 가난한 이에게는 보배를 얻게 함으로서 일체중생이 평등하게 이익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보살이 일체중생을 수순하면 모든 부처님을 수순하고 공양하는 것이며, 중생을 받들어 섬기면 여래를 받들어 섬기는 것이고, 중생을 환희심 나게 하면 곧 모든 부처님을 기쁘게 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을 본체로 삼기 때문에 중생으로 인해 자비심을 일으키고, 자비심으로 보리심을 발하며, 보리심으로 등정각을 이루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넓은 벌판 모래밭 한가운데 있는 나무의 뿌리가 물을 빨아들여 줄기나 꽃, 열매를 무성하게 하는 것처럼 생사 광야의 보리수도 역시 그러하다. 일체 중생을 나무 뿌리로 삼고, 여러 불보살울 꽃과 열매로 삼으며, 자비의 물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면 여러 불보살의 지혜의 꽃과 열매를 성취할 수 있게 된다. 보살들이 자비의 물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장 높은 최상의 깨달음)를 성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리는 중생에 속하는 것이니, 만약 중생이 없으면 일체 보살도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다.
선남자여, 그대들은 이렇게 알지니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기 때문에 원만한 자비를 성취하고, 자비심으로 중생을 수순하기 때문에 곧 부처님에 대한 공양을 성취하는 것이다.
보살이 이와 같이 중생의 뜻에 따라 수순함이니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할지라도 나의 수순하고자 하는 것은 다함이 없다. 나의 수순하고자 하는 서원을 생각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신. 구. 의 삼업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
열째, 지은 바 모든 공덕을 중생에게 회향하겠습니다
“선남자여, 지은 바 모든 공덕을 널리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는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 처음에 부처님께 예배. 공경하는 것으로부터 중생의 뜻에 따라 수순하는 것까지의 모든 공덕을 일체중생에게 남김없이 회향하는 것이다.
중생에게 회향해서 중생이 항상 안락하고, 수많은 병고를 겪지 않으며, 악의가 일어날지라도 그 악업이 뜻대로 되지 않고, 선업을 닦고자하면 모든 일이 빨리 이루어져 장애가 생기지 않으며, 중생에게 열반을 성취하는 바른 길을 열어 보이고, 모든 중생이 악업 때문에 받는 고통을 내가 대신 받아 중생으로 하여금 해탈케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살이 그 닦은 공덕을 회향하나니 허공계가 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할지라도 나의 회향은 다함이 없다. 나의 회향하는 서원을 생각 생각 이어져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