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상상의 영역이라해도
아름다움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건성으로 쓱 흝어보아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데생은 늘 거칠기 마련이었다
복잡한 추도문 형식의 그림은
결혼과 이혼을 열 번 백 번 반복한
암울한 영역처럼 보였다
너무 거칠어 위험한 내면이
활활 불타오르고 무언가를 집어삼키며
화가를 방화범으로 만들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하며 열기를 식히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진득이 기다리는 법을 알면서도
이미 눈이 뒤집혀서 사물을 분간할 수 없었다
눈썹을 치켜세운 불탄 화젯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입에 단내가 나고 불만스런 신음소리가 났다
침대에서 찌그덕 소리가 뱜새 들렸지만
이웃들은 그 고통에 끼어들 수 없었다
결함투성이의 시간이 흐르고
작업의 본질을 완전히 망쳐버리고 나서야
변명하듯 어깨를 으쓱하며
끙!
자기 속에서 들리는 그 신음뿐이었다.
카페 게시글
▣ 회원 시 문학방
화가의 비밀, 그 밖의 영역 / 김태완
이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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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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