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기 위해 그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20대를 보냈다. 20대는 누군가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된 시기였고, 누군가에게는 지금 거둔 성공을 위해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는 시기였다.
시작은 늦었지만 독하게 이뤄내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이순정]
컴퓨터 그래픽 회사인 SJ 그래픽 대표 이순정. 지금은 어엿한 회사를 세워 유수 건축 회사와 파트너로 일할 만큼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부터 컴퓨터 그래픽 관련 일을 한 건 아니었다. (SJ 그래픽은 건축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회사. 앞으로 세워질 빌딩이나 아파트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리는 것이다.) 대학을 전공하고 평범한 직장에 다니다 우연히 접한 컴퓨터 그래픽이 너무 흥미로웠고 그 분야에 대해 막연한 동경이 생겼다. 그때가 컴퓨터 그래픽이 막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던 때였는데 그러면서 관련 서적과 컴퓨터 그래픽을 배울 수 있는 학원도 하나씩 생겨났다. 처음엔 흥미뿐이었지만 앞으로 10년 앞을 내다봤을 때 당시에 다니던 회사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컴퓨터 그래픽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대학에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그 전까지 미술 학원 한 번 다녀본 적이 없어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아 미술 학원과 병행했다. 공부만으로 끝내지 않고 디자인 관련 서적도 사보고 컴퓨터 그래픽 하는 사람들을 만나 여러 가지 조언도 들었다. 학교 졸업 후엔 취업을 잠시 미루고 전문 학원에서 더 많은 공부를 했다. 학원 과정까지 마치고 나서야 원하던 컴퓨터 그래픽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길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한 달에 주어지는 프로젝트는 많으면 10개 정도. 철야 근무를 하는 날도 많지만 ‘컴퓨터 그래픽’이 가진 매력 때문에 업무량이 스트레스가 되진 않는다.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컴퓨터 그래픽은 정말 매력적인 분야다.
Success Point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남들보다 못하면 남들보다 더 노력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독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긴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과 달리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중에 여자가 거의 없었다. 한창 그래픽 공부를 할 때는 남자들 틈에서 무시도 많이 당했지만 오기로 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일했다.
Advice to 20’s
20대 시절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뒤늦게라도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겁니다.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고 학원에 다니며 처음부터 공부했기에 지금처럼 자리 잡을 수 있었겠죠. 시작이 남들보다 늦었다고 뒤처지는 건 아니에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20대라면 결단하는 데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her 20’s
20세 반항하느라 대학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여기저기 여행 다녔다. 강릉, 부산, 소록도… 지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21세 스무 살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았다.
22세 아는 사람의 소개로 회사에 들어갔다. 고졸 사원으로 입사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이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모님 몰래 재수 학원에 다녔다. 그때 친구 한 명이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했는데 그 때문인지 막연히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3세 계속 직장에 다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학원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24세 회사를 그만두고 인덕전문대학교 공업경영학과에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과’가 없어 컴퓨터 그래픽 관련 동아리 활동을 했다.
25세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화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는 방학 때도 학교에 매일 나갈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26세 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학원인 예일학원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두 번 들으면 이해하는데 난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끈질기게 붙들고 공부했다.
27세 (주)그룹우인 CG팀에 입사했다. 상사 대부분이 내 또래거나 나보다 나이가 어려 자존심이 많이 상하기도 했지만 오해가 생기면 술을 마시면서 풀었다. 남자들끼리 가는 회식 자리에도 절대 빠지지 않았다.
28세 일이 어느 정도 손에 붙자 갑자기 결혼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 결혼하고 싶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미팅을 했다.
29세 결혼보다는 이 분야에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고 일에 빠져 살았다. 그때는 내 길만 확실하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새로운 길을 가다 [현대홈쇼핑 쇼호스트 김동은]
서른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현대홈쇼핑 쇼호스트가 된 김동은. 늦깎이지만 4년 만에 현대홈쇼핑의 인기 쇼호스트가 되었다. 처음부터 방송 관련 일을 하진 않았다.첫 직장은 일반 무역회사.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답답해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어느 날 무작정 사표를 던지고 우연히 한 선배의 권유로 EBS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생각했는데 일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방송일을 하다 2002년 역시 우연한 기회에 후배 한 명이 같이 쇼호스트 시험을 보자고 해 현대홈쇼핑에 원서를 넣었다. 그때만 해도 쇼호스트의 세계를 전혀 몰랐지만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시험을 봤다. 쇼호스트는 그 전에 했던 방송일보다 훨씬 긴장되는 일이다. 방송 즉시 판매율이 나오고 숫자 하나하나가 실적이 되지만 그런 긴장감은 오히려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 보람과 재미를 느끼면서 금전적인 보상이 이뤄지는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늦게라도 선택한 건 잘한 일이었다. 쇼호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약속’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약속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회사와의 약속도 중요하다. 회사가 주는 출연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열심히 일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보수가 지금만큼 많지는 않았다. 보수가 적다고 ‘그냥 대충 하지’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지금 열심히 해두면 나중에 다 나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차곡차곡 저금하는 기분으로 일한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다.
Success Point
방송일을 하기 위해 방송아카데미나 스피치 학원에 다니진 않았다. 대신 혼자 앞에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딱딱한 신문 사설을 읽었다. 신문 내용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감성적으로 부드럽게 융화시켜 설명했다. 쇼호스트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개할 물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감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Advice to 20’s
뭘 결심하든 절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유학 가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다시 그 일에 도전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다 결단을 미루면 분명 나중에 후회하게 돼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거죠. ‘나의 적은 나 자신’인 것 같아요. 결단을 미루는 자신, 괜히 걱정하는 자신 말이에요. 인생에 ‘지각’이란 없는 것 같아요.
her 20’s
20세 한양대 일어일문학과에 입학.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매일같이 나이트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전공에 대한 회의 때문에 방황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21세 1학년 때 하도 공부를 안 해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미팅, 소개팅도 많이 했다.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뭔가에 미쳐본 적이 없었다는 것.
22세 졸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23세 취업 준비를 하고 졸업 전에 무역 회사에 취업이 되어 남들보다 일찍 회사에 다녔다.
24세 회사에 다니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대안을 생각하기도 전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우연히 아는 사람 소개로 EBS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5세 아이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는 프로그램과 영화 프로그램 중 한 꼭지를 맡아 진행했다.
26세 한창 연애를 해 제일 좋았던 때. 20대에 가장 잘한 일은 ‘연애’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아야 방송할 때 사람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딱딱한 상품 소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키우려면 자기 자신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27세 유학을 떠났던 남자친구가 돌아와 결혼을 고민했다.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 전까지는 놀면서 쉬엄쉬엄했다면 이때부터는 정말 독하게 일에 매진했다. 여행도 많이 다녔던 시기. 자꾸 내게 자극을 주며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28세 KTV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내 이름을 걸고 비중 있는 프로그램을 맡았다.
29세 20대의 마지막이라는 강박감이 들었다. 가장 많이 고민한 시기이기도 했다. ‘내가 과연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