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의료센터
제 83 호 (호스피스∙완화의료, 노인전문요양원) 2012년 07월
전 화 : 031)536-8998 fax 031)536-8992 daum cafe : 모현호스피스
발 행 : 모현의료센터 / 주 소 : 경기도 포천시 왕방로 210 우)487-804
벌써 7년...
호스피스병동 간호사 김애숙
모현에서 근무한지 벌써 7년이다. 모현! 모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이 마르지 않는 곳, 갈증이 생길 때 우물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 갈증해소와 힘이 생기는 곳, 나에게 모현은 바로 그런 곳이다.
7년 전, 나는 고난의 시기였다. 가정에서도, 나 자신에게도, 모든 것에 불만족스럽던 시기에 모현에 오게 되었다. 그 당시 남편과 잦은 싸움을 하곤 했는데 이곳에 계신 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은 “지난 시간을 생각하니 사랑을 하면서 살아도 부족한데 싸우며 살아온 것이 가장 후회된다.” 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은 아예 안 다투며 사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인간인지라... 단지 잦은 싸움에서 가끔으로, 가끔에서 어쩌다 한번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조금씩 변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큰 것을 얻은 것인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께 하면 “이제 인간이 되어가는군” 하시며 답하시곤 하였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직은 멀었지만 일상의 소소한 깨달음으로 인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또한 여기 계신 분들이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 나의 고통은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웃으며 넘기는 때도 생기게 되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이곳에서 일을 할 때면 그런 생각들이 사라지고 힘이 생기게 된다. 여기 계신 분들은 조금이라도 더 살면서 사랑을 받고 싶어 하시고, 또 사랑을 주고 싶어 하시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서 아쉬워하시는 데 “왜! 나는 그분들 앞에서 죽음을 생각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곤 했었다. 그러니 나에겐 모현을 생명수가 나오는 곳, 힘이 샘솟는 곳이라고 생각이 된다. 여기서 일하게 된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하며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모현에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많이 있다. 처음 이곳에 오실 때는 부자관계가 안 좋아서 오시는 분들, 고부간에 갈등이 있는 분들, 가족 간의 의사소통이 안 되는 가족들, 사랑한다는 표현을 할 줄 몰라서 한 번도 사랑한다고 못 해본 사람들, 기타 등등 여러 분들이 오시는 데 모든 고민이나 문제점을 해결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부자 관계가 좋아지는 모습, 가족관계가 안 좋아서 서로 왕래가 없던 가족이 여러 수녀님과 의료진의 지지로 화해를 하고 정말 감사하다고 찾아오셔서 칭찬을 늘어놓고 사별가족 모임에 사이좋은 모습으로 오시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되고, 두 아들이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원목수녀님을 "어머니" 라면서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 또 하나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교육이나 호스피스와 관련된 일로 외부로 나갔을 때, 모현에서 왔다고 하면 "아~ 모현 에서 오셨군요. 제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그곳에 의사 선생님과 팀장님과 수녀님 강의 많이 들었고 여러분들이 그곳에 다녀오신 후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라는 평가를 듣곤 한다. 그때는 내가 정말 모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매번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종 준비를 전혀 못하시고 자신의 문제점 또는 가족 간의 문제점을 마지막까지 해결하지 못하시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시며 눈을 못 감고 임종하시는 걸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때도 있고, 또 어린자식을 두고 임종하면서 눈을 못 감고 떠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프기도 하고, 어린나이에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하고 암과 싸우면서 뼈만 앙상하게 남겨진 우리들의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날에는 병동 전체가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일을 하곤 한다. 아마 그런 날만 있었다면 우리 의료진들은 벌써 소진되어 지쳐 이곳을 포기했을 것이다.
슬프고 아픈 모습 보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하는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이곳에 푹 빠져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퇴사하셨다가도 이곳을 못 잊어 다시 입사 하시는 분이 많은 곳이다. 아마 나도 보람과 자부심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좌절을 느끼다가도 다시 그 어떤 것에 끌려서 일을 하게 되고 그런 것이 반복을 하면서 7년을 보낸 것 같다. 아마도 이곳에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나도 확실하게 중독된 것 같고... 이곳에 봉사하시는 여러분들이 나와 비슷한 이유로 오랜 기간 동안 봉사를 하시는 거라 생각한다. 봉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기립 박수도 모자라는 것 같다. 목욕봉사 하시는 분들은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목욕탕에서 땀으로 샤워를 하시면서도 웃으시며 봉사를 하는 걸보면 죄송스럽고 우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며 그날은 또 하나를 깊이 배워가는 날이 된다. 목욕봉사자 분들뿐만 아니라 매 주마다 빠지지 않고 오셔서 환자분의 아들, 며느리, 딸, 친구와 같이 대화상대가 되어주시는 분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매 주마다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어김없이 오시는 걸보면서 "삭막해 보이는 세상에서 이렇게 좋은 마음씨를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시는 구나" 라고 생각이 되고 힘을 얻는다. 모현에 봉사하시는 분들은 모두 모현의 생명수를, 그 약효(?)를 아시는 분들일 것이다. 아마도 이곳에 중독되어 헤어나지 못하고 계속 오시는 것 아닐까?
형제님들! 자매님들! 노고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힘을 얻습니다. 우리 끝까지, 몸이 노쇠해서 움직이지 못할 때 까지 모현을 사랑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모현 파이팅! 여러분 파이팅! 그리고 아직 모현의 생명수를 모르시는 분들은 어서 오셔서 봉사하시며 그 약효를 느껴 보세요. 그 약효를 느끼시는 순간 모현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겁니다.
♣ 5,6월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 한국과 대만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뜻을 가지고 한 곳에 모인지라 말보다는 눈빛과 행동으로 통했던 우리였습니다. 한국의 호스피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만남의 기쁨을 노래로 표현하였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 햇살 좋은날, 병동의 환자 세분과 함께 서운동산 으로 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잔디밭에 앉아 과일도 나눠먹고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도 부르며 봄을 만끽했습니다. 푸른 하늘아래 싱그러움을 가득 머금은 풀과 나무를 바라보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 5월 성모님의 달을 마감하며 성모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직원들을 비롯한 병동식구들과 요양원 식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지만 아름다운 밤을 보냈습니다. 정성을 다해 초를 봉헌하고 성모님께 드리는 글도 낭독했습니다. 행사 뒤에는 모두가 함께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으며 하늘보다 높으신 어머니의 마음을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 한 달에 한번, 시원한 파란색의 조끼를 입고 어김없이 모현을 찾아주시는 대우증권 관계자 여러분들. 이제는 유리창 청소를 기본으로 주방의 잔일도 도와주시고 요양원도 반짝반짝 청소해 주신답니다. 늘 새로운 팀이 방문해 주셔서 그런가요? 다음 달에는 어떤 분들이 오실지 은근히 기다려지네요 ^^
● 포천소방서의 도움을 받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실제 화재상황을 재연해서 출동부터 진압까지 모든 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화재? 걱정 없어요!
● 포천문화원이 주최하는 포천사랑 실버악단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맛깔스런 민요부터 멋쟁이 신사들의 하모니카 연주, 마음을 울리는 대금연주 등 다양한 공연으로 모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흥겨운 공연으로 모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2년 상반기 요양원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요양원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회의를 하였습니다. 어르신들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 40일 남짓 병동에서 함께 하며 병동식구들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친구이자 때론 상주의 역할까지 해주셨던 안동교구의 손대혁(루치오), 정영훈(프란치스코) 신학생이 파견을 마치고 본당으로 돌아갔습니다. 훌륭한 신부님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임종의 고통 속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함께 해주실 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 7월의 프로그램입니다.........................................................................
첫댓글 어머니 서학자 안젤라님을 기억해주시고 기도해 주시느는 모현에 감사드립니다-
<사랑을 하면서 살아도 부족한데 싸우며 살아온 것이 가장 후회된다> 라는 말이 가슴속에 총알처럼 파고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