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세월
세월이 참 징해야
은제 여름이 간지 가을이 온지 모르게
가고 와불제잉
금세 또 손발 땡땡 얼어 불 시한이 와불것제
아이고 날이 가는 것이 무섭다 무서워
어머니 단풍 든 고운 앞산 보고 허신 말씀이다.
찔레꽃
내가 미쳤지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
사내 손목을 잡아끌고 초저녁
이슬 달린 풋보리 잎을 파랗게 쓰러뜨렸니라
둥근 달을 보았느니라
달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
진달래
염병한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것다 시방
산나리
인자 부끄럴 것이 없니라
쓴내 단내 다 맛보았다
그러나 때로 사내의 따뜻한 살내가 그리워
산나리꽃처럼 이렇게 새빨간 입술도 칠하고
손톱도 청소해서 붉은 매니큐어도 칠했니라
말 마라
그 세월
덧없다
서리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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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무심한 세월 김용택 (Vladimir Samoylovych Horowitz - Schumann Troimera)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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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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