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단, 빗속 5·18묘지 찾아 헌화
140여명의 북한측 당국과 민간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광주공항에 도착했다. 북측 민간단장인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등장, “반갑습니다. 광주라는 역사적 도시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지난 10일 평양 행사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온 나라가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한 안 국장에게 질문을 하려 했으나 남측 경호원들이 접근을 막았다.
북측 59명은 첫 일정으로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참배는 헌화와 묵념 순으로 약 2분간 했고, 분향은 하지 않았다. 작년 8월 북측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을 때는 묵념만 하고 분향·헌화는 하지 않았다.
안경호 국장은 10일 발언에 대한 질문에 계속 답변을 피하다가 “한나라당이 뭘 해야 하느냐”고 묻자 “한나라당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한 뒤 다시 입을 닫았다. 안 국장은 방명록에 ‘5월의 열사들의 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당국 대표단장인 김영대 민화협 회장은 ‘5·18 용사들의 정신은 6·15시대와 더불어 길이 전해질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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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에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5분간 특별연설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 초청으로 머지 않아 북한을 방문하고자 한다. 김 위원장과 우리 민족의 운명에 대해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떻게 하면 남북이 평화와 교류협력을 거쳐 통일을 이룩해 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차가 평양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이룩할 것인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백낙청 6·15남측위 상임대표,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범민련 남측본부의 이규재 상임의장 등도 참석했다. 8000여명의 참석자(경찰 추산)들 중엔 한총련 소속 대학생, 민주노총 등 소속 노동자, 민주노동당 당원 등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