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4 M40i VS AMG A 35, 작지만 맹렬한 고성능 스포츠카
6기통 엔진을 얹은 Z4 M40i는 고성능 스포츠카 세계를 넘본다.
AMG A 35는 완벽한 장난감이 됐다.
작은 차를 세차게 몰아가는 재미가 아찔하다
작은 차체와 파워풀한 엔진의 조합은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다. 콤팩트한 차체는 강한 엔진으로 매우 특별한 차가 된다. 그런데 이런 구성은 사람들이 지갑을 쉽게 여는 구성은 아니다. 돈을 더 주면서까지 작은 차를 사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다. 커다란 차체와 조용한 차를 추구하는 자동차 문화 속에서 작고 강한 차의 선택은 외롭고,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다. 같은 값의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를 마다하고 A 클래스 AMG를 선택하는 사람을 우린 자동차 마니아라 부른다. 차체의 크기를 따지는 허세를 걷어내고 운전 재미만을 추구하는 그들의 생각은 참 세련됐다.
BMW Z4 M40i
지난번 시승한 Z4 s드라이브 20i도 괜찮았다. 최고출력 197마력을 내는 엔진은 힘 부족을 모른 채 쥐어짜는 재미가 있었다. 지붕 벗긴 차는 서서히 달려도 좋았다. 적당한 값의 컨버터블엔 저만의 매력이 넘친다. 그렇다면 6500만원짜리 20i보다 2500만원이나 더 주고 M40i를 사는 이유는 뭘까? 커다란 엔진은 달리는 차원을 달리한다. Z4 20i가 일상에서 재미를 주는 차라면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을 얹은 M40i는 포르쉐 박스터, 재규어 F 타입 등이 포진해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 세계를 넘본다. 노는 물이 달라지는 거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실키 식스’라 불리던 BMW의 전설과도 통한다. 매끄럽게 치솟는 엔진은 BMW가 스포츠 세단의 명가가 되는 데 이바지했다. 그윽한 엔진음은 배기량이 큰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아함을 지녔다. 바쁘게 울부짖는 4기통 엔진과는 다르다. 커다란 엔진은 중량감을 지닌 채 백파이어 끓는 소리가 점잖게 펑펑거린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튀어나가는 박진감도 다르다. 20i에선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힘이다. 387마력으로 내쏘는 맛은 또 다른 세상을 맛보게 한다. 울컥 터지는 커다란 힘을 보았다. 다른 차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운전이 가능하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1초,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서 제한된다. 구불거리는 길을 세차게 달리며 패들시프트를 까딱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 8단 기어는 큰 힘을 부드럽게 뒷바퀴로 전한다. 뒷바퀴가 엉덩이 바로 뒤에 있는 기분도 색다르다. 차는 속도를 더할수록 가볍고 민첩해진다. 차와 내가 한 몸이 되어가면서 Z4는 더 과감하고 몸놀림이 만족스러운 차가 됐다.
‘웅웅’대는 그윽한 소리가 중후하다. 그 와중에 팝콘 터지는 소리가 곁들여진다. 승차감이 조금 통통 튀지만 휠베이스가 짧은 스포츠카에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조금은 거친 승차감을 스포츠카 감성으로 즐긴다.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인데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면 이상하리만치 충격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이 모든 것에 더해 지붕을 벗고 달리는 맛은 비교할 수가 없다. 지붕 덮인 차에선 상상할 수 없는 환상이 더해진다. 잔뜩 흐린 날씨가 독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하다.
Z4를 볼 때마다 3시리즈 세단을 반으로 줄여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멋내기를 절제한 디자인이다. 3시리즈를 그대로 닮은 대시보드 디자인도 눈에 익어 마음 편하고 다루기 쉽다. 그럼에도 2도어에 지붕을 벗긴 차는 환상적이다. 얼핏 평범하게 생긴 컨버터블이 나를 꿈꾸게 한다. 2인승 컨버터블을 평범한 차로 대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쿨’한 자세다.
직물로 만든 지붕은 클래식하다. 겉모습에서 향수를 부르고, 무게도 가벼워 차의 무게중심을 낮춘다. 지붕을 펴고 접을 때마다 무게 이동도 크지 않다. 또 지붕을 접어도 트렁크 크기가 넉넉하다. 장거리 여행도 문제없을 것 같아 그란투리스모라 할 만하다. 직물 지붕의 의미는 전통적인 로드스터의 궤적을 따른다는 데 있다. 지붕은 시속 50km 이하에서 10초 만에 열리고 닫힌다. 필요한 순간마다 수시로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어 컨버터블 타는 재미가 더 좋다.
오늘은 황사비가 간헐적으로 내렸다. 요즘은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춰 답답할 때도 많다.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Z4는 운전의 재미를 약속한다. 2인승 로드스터로 달리는 여행길은 황홀하기만 하다.
MERCEDES-AMG A 35 세단
시승차로 온 AMG A 35는 세단형 보디를 썼다. A 클래스 해치백의 디자인은 오로지 기능만으로 해석한 것 같아 내 눈에는 세단이 나아 보인다. 같은 차라도 세단은 유럽보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인기를 모았다. 우리도 해치백보다는 세단을 좋아한다. 벤츠는 몇 년 전부터 AMG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옛날 같았으면 A 45만 AMG 엠블럼을 달고 A 35는 일반형의 최상급 차였을 거다. 벤츠는 AMG의 외연을 넓히며 A 35에도 AMG 엠블럼을 달았다.
다행히(?) A 클래스 세단에는 A 45가 없다. 세단형 A 클래스에서는 A 35가 유일한 AMG다. A 35의 프런트 그릴이 AMG의 수직 그릴이 아닌 것도 일종의 암시 같다. 조금은 부드러운 AMG인 거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작은 차를 AMG로 만들었을까? A 클래스는 벤츠 라인업에서 가장 작은 차지만 사실 그렇게 작은 차가 아니다. 오늘 함께 시승하는 BMW Z4보다 길고 키가 크며, 4도어 세단인 만큼 휠베이스는 훨씬 길다. A 35는 어른도 타기 충분한 뒷자리와 넉넉한 트렁크를 갖추고 AMG의 임무를 다하고자 나섰다.
그런데 이런 작은 AMG는 누가 살까?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 남에게 내세우기보다 나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이 탈 것 같다. AMG에는 A 클래스가 아닌 CLA 버전도 있다. 우선 CLA의 멋진 보디를 마다하고 A 35를 고르면 1000만원은 절약된다. 실속을 챙기면서 AMG 성능을 찾는 사람이 떠오른다. 나이도 상관없다. 은퇴한 노인이 AMG A 35를 탄다면 그 또한 멋진 선택이다.
AMG A 35는 Z4와 무게가 같지만 모든 것이 가볍다. 가볍게 치고 나가는 차가 서스펜션도 낭창거린다. 엔진 소리도 앙칼지게 앙앙대며 달린다. 차 안에 재미가 가득하다. ‘제로백’은 4.8초. 그러나 차 안으로 가득 울려 퍼지는 엔진 소리와 팡팡 터지는 배기음은 그 이상의 흥분을 자아낸다. 이렇게 재미난 차가 또 있었던가 싶다.
M260 트윈스크롤 엔진의 306마력은 부족함을 모른다. 달리는 모습이 경주차 같아 팡팡 터지는 소리가 이어진다. 운전대도 가벼워 조작이 쉽다. 타이어 접지력은 땅바닥에 달라붙었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 안정감이 두드러진다. 코너에서 마구 던져버려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제 길만을 찾아 달린다. 민첩한 운전대와 끈끈한 그립 그리고 강력한 브레이크가 나에게 자신감을 더할 뿐이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역시 빠르고 자연스럽다. 네바퀴굴림은 나에게 안전하다는 믿음을 준다. 4매틱은 주로 앞바퀴로 달리지만 필요한 경우 뒷바퀴로 50%까지 토크를 보낼 수 있다. 구불거리는 길에서 패들시프트를 당길 때마다 울어대는 엔진음이 좋았다. 난 레이서인 양 섬세하게 라인을 그려나간다. 300마력은 나의 어중간한 운전 실력에 최적화돼 있다. 지난번 시승한 190마력의 벤츠 A 클래스는 잘 달리는 차라는 인상을 남겼다. 잘 달리는 차에 306마력을 얹으니 완벽한 장난감이 됐다.
AMG가 자신의 라인업에 A 35를 포함한 이유를 알았다. 배기음도 요란한 A 35는 AMG에서 기대할 모든 재미가 담겨 있다. 작은 차가 6000만원이면 비싼 값이지만 AMG가 6000만원이면 무척 싸다는 생각이다.
글_박규철
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정호영(RAW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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