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안산 전국여성백일장 최우수 / 운문/ 그늘/ 강 다연

[정순미ᆢ인생2막 해피디자이너]

제23회 안산 전국여성백일장

최우수 / 운문

그늘

강 다연

너는 밝고 따듯한 곳에 간다고 했다.

그러니까, 장미 한 송이가 있는 곳

그것을 눈군가에게 건네는 사람이 있는 곳

안 가면 안 돼

그렇게 말하는 대신

배꼽에 눈을 가져다 대며

캄캄하다

너는 밟는다

자꾸 무너지는 계단을

숲에 작은 성냥 한 갑을 가지고

가는 마음으로

배웅은 하지 마

네가 불을 지를 것처럼 말했으니까

나는 문을 닫고

유리 창문 너머의 너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창밖에서

어린 소매치기와 빛이 든 가방을 듣고 달린다.

거기 서 거기 서

외국인이 그의 뒤를 쫓으며 소리친다.

그들은 창문 밖으로 사라진다.

너는 그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움직인다

나는 손을 내려 네가 두고 간 꼬리를 흔들었다.

네가 사라진 스크린에

어린 소매치기와 외국인이 다시 등장한다.

그들은 돌멩이를 서로에게 던지며 달린다

나는 그들이 다시 등장한 쪽을 바라본다.

결국 어린 소매치기의 목덜미를 외국인이 낚아채고

소매치기느 가방을 공중으로 던진다.

사방에 빛이 튀는 것을

모두가 고개 들어 바라봤고

스크린은 꺼질 일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물에 젖은 의자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