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 아이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엄마 유형
“나, 네 엄마하기 싫어. 어디로 가버릴 거야”
아이에게 엄마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인가. 그런 엄마가 ‘더 이상 네 엄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이에게 여느 호러영화 못지않은 공포감을 심어준다. 아이는 정말로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릴까 주눅 들고, 자신감을 잃는다 또한. 아이로 하여금 ‘내가 큰 잘못을 했구나’ 하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개선시킨다는 ‘좋은 의도’를 가졌지만 이런 협박은 아이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일종의 ‘정신적 학대’라는 점을 명심하자. 큰 문제는 이런 말투는 아이도 쉽게 배워, 역으로 엄마를 협박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너 바보니? 맞지만 말고 같이 때려!”
아이가 어디서 맞고 들어오면 속상한 마음에 “왜 바보같이 맞고만 있어. 너도 같이 때려!” 하고 내뱉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대부분 이런 아이들이 선척적으로 ‘싸움을 못하게’ 타고났다는 것. 아무리 친구에게 ‘당해도’ 되받아치지 못한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자신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가 자신으로 인해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에게 ‘너도 때려주라’는 질책 가득한 충고는 좌절만 안겨준다.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기질적으로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들은 걸음마부터 자전거 타기까지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혹시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의 등을 무조건 떠민다면 아이의 두려움은 극에 달할 것이다. 부모가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한 걸음부터 조심스레 떼도록 격려하고, 아이가 해냈을 때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아이의 두려움은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진다. 아이의 기질을 먼저 파악하고, 지금 내 아이가 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요구하지 마라. 아이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아주 조금씩, 천천히 길러줘야 한다.
“괜찮아. 금방 없어져”
아이가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낄 때 대부분의 엄마가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막연한 위로는 아이를 편하게 하기보다는 엄마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기대를 꺾어버림으로써 아이를 좌절시킨다. 일단 아이가 표현하는 두려움에 대해 당황하지 말고, ‘네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하고 받아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불안해하는 아이에게 논리적인 설득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엄마가 이런 불안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인데 함께 심호흡을 크게 한다든지,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담을 들려준다든지,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소재를 다룬 그림책을 읽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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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답답해. 똑바로 말해봐”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상대와 ‘말’이 통하지 않으면 답답하다. 어린아이일수록 지적 발달보다 언어 발달이 늦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100% 표현할 수 없다. 아이 처지에서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할까봐 불안한 것도 스트레스인데, 거기에 엄마가 “제대로 말하라”고 핀잔까지 준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비록 아이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마음을 헤아리자.
“한입만 더 먹자, 응?”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아이가 밥을 안 먹는 이유는 배가 고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꾸 먹으라고 밥숟가락을 들고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면 이 역시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식탁 전쟁은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스트레스다. 엄마는 일정한 시간에 밥을 차려주고 “밥을 먹지 않으면 치우겠다”고 분명히 말한 후 아이가 곧장 식탁으로 오지 않으면 식사 중간에 두 번 정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밥상을 치운다. 물을 제외하고는 어떤 간식이나 우유도 주지 마라. 아이가 먹고 싶어 하지 않으면 과감히 치울 것. 한두 끼 밥을 안 먹는다고 성장 발달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심각한 영양 결핍은 생기지 않는다.
“왜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해”
아직 입도 못 뗀 어린아이를 데리고 무리하게 조기교육을 강행하는 경우 스트레스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인 것이다. 만약 아이가 수업을 거부하거나 딴청을 피운다면 엄마의 교육관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이런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밀고 나가다간 아이가 학습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려 조기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많은 유아 교육학자들이 말했다시피 어린아이의 교육은 ‘놀이’여야 하며, 아이가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교육은 의미가 없다.
“안 돼, 하지 마”
뭐든지 어지르고 부수는 게 일상인 아이들. 처음에는 참을 인(忍) 자 세 개를 마음속에 새긴다지만 아무리 참을성 많은 부모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안 돼”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매번 엄마에게 행동을 제지당하지만 왜 이것이 안 되는 일인지 그 이유는 모른다. 엄마가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를 장악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며, 한 번의 가르침만으로도 아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아이는 모든 것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해야 비로소 제 일로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제지해야 할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아이가 이를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설명하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
아이의 스트레스 면역력을 키워주는 방법
1 아이의 건강을 챙긴다
평소에 아이의 건강관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좋지 않다’고 느낀다. 아이가 푹 자고, 골고루 먹고, 열심히 뛰놀 수 있도록 독려한다. 건강한 아이는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자존감도 높은 경향이 있다. 특히 충분한 휴식과 수면은 신체의 원기를 회복시키고, 민감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2 화가 나더라도 소리 지르지 않는다
엄마가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해 버럭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화가 날 때는 스스로 ‘타임아웃’를 외친 후 1분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3 자존감을 세워준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아이는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스트레스를 잘 이겨낸다. 이런 자존감은 엄마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을 때 단단하게 형성된다.
4 아이를 재촉하지 않는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능력보다 엄마가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스트레스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한다.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엄마의 과잉보호도 스트레스에 취약한 아이를 만드는 지름길.
출처:베스트베이비
진행 한보미 기자
도움말 오은영(오은영 소아청소년 클리닉 원장), 현순영(이루다아동발달연구소 소장) 참고도서 <엄마표 마음처방전>(중앙BOOKS)
일러스트 <고민아, 가지 마> (애플트리태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