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환으로 온기가 떨어진 왕......
[왕상 1:1]
다윗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아니한지라..."
다윗의 노쇠-다윗사후에 이어지는 솔로몬 왕국의 역사와 분열왕국의 역사 기록으로 대별할 수 있는 본서의 전개 부분이다. 다윗 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 다윗은 30세 왕이 되어 헤브론에서 7년, 예루살렘에서 33년, 도합 40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으므로. 이때 그의 나이는 70세였다. 한편 히브리 원문상 '나이 많아'와 '늙으니'는 종종 같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관용어이다.
이불 - '이불'로 번역된 히브리어 '베가드'는 원래 '덮개'란 뜻을 가진 단어로서 의복, 겉옷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침상이나 탁자를 덮는 이불로 사용되었다. 왜냐하면 다윗은 쇠약하여 침실의 침상에서 줄곧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따뜻하지 아니한지라 - 몸의 온기가 떨어진 것은 단순히 나이 많음에서 오는 것 뿐만 아니라 다윗의 젊은 날의 고생 때문이기도 하다. 혹 병이 들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다윗은 초기에는 외부적으로 망명 생활, 숱한 전쟁 등으로 인해 온갖 풍파를 겪었으며, 말년에는 내부적으로 집안의 불화, 반란, 살인, 음모 등으로 인해 심신이 지칠대로 지쳤다.
더욱이 밧세바와의 간음 사건 이후 하나님의 징계로 겪었던 집안의 불화는 결정적으로 다윗을 노쇠케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모든 일이 말년에 노환이 되어 다윗을 쇠약케 만든 듯하다..한편, 본서 초두에서 이처럼 다윗의 몸의 증세를 상세히 알리는 것은 그가 더 이상 나라를 통치하기에는 너무 쇠약해졌음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본문에서 이웃나라들이 굴복할 만큼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 성장시킨 다윗이 쇠약해짐으로써 통일왕국 이스라엘은 권력의 공백기를 맞게 되었다. 본문은 다윗 왕의 노환이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본서 저자가 본서 초두에 다윗 왕의 노환을 특별히 언급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
(1) 다윗 왕이 노환으로 인해 더이상 국정을 돌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암시함으로써, 아도니야가 다윗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반란을 꾀하게끔 되는 배경을 제공해 준다. (2) 같은 맥락에서 다윗 왕의 서거 이전에 솔로몬이 급히 즉위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제공해 준다.
한편 노환으로 인한 다윗의 나약한 모습을 다루고 있는 본문은 인생의 무상을 느끼게 해준다. 베들레헴의 이름 없는 목동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위대한 통치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다윗은 실로 파란 만장한 세월을 경험하였다.
이스라엘의 왕이된 이후에도 다윗은 많은 날들을 전쟁터에서 보냈고, 그 결과 이스라엘 영토를 확장하고 성정 건축의 기반을 다지는 등 명군과 성군으로서의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그러나 그 영화로웠던 세월들도 유수처럼 흘러 지나가고, 이제 다윗은 칠십 노인이 되어 바야흐로 인생의 황혼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왕상 1:2]
그 신복들이 왕께 고하되 우리 주 왕을 위하여 젊은 처녀 하나를 구하여 저로 왕을 모셔 봉양하고 왕의 품에 누워 우리 주 왕으로 따뜻하시게 하리이다 하고
원문에는 초두에 '그러므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하의 내용은 앞의 다윗의 노쇠를 해결하려는 의도 외에 다름 아니다. 즉 향락이 목적이 아니라 치료가 목적이다. 그 신복들이 고하되 우리 주 왕을 위하여 - 원문에는 단수, 즉 한 사람의 말로 되어 있다. 곧 '우리 주' 대신 '내 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상 그의 말은 다른 모든 신하들의 견해를 대표하는 것이다.
그래서 복수로 번역되었다. 이것은 다윗의 상태가 다윗의 모든 신하들을 근심케 하는 심각한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당시 뚜렷한 후계자가 부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윗 왕의 쇠약은 국가적인 중대사였던 것이다.
한편 유대 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여기서 신복들은 왕의 궁중 시의들을 가리킨다고 한다.고하되 구하여 봉양하고 - 히브리 원문에서 이 말은 허락을 요청하는 형태이다. 즉 '구하도록, 봉양하도록 허락하소서'란 뜻이다. 따라서 다윗은 이를 허락하였다(3절). 이것은 신하들 뿐만 아니라 다윗 자신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한편, 여기서 '봉양하고'란 말은 '친숙하다', '일하다'란 뜻의 기본 동사 '사칸'에서 파생된 말로 곧 곁에서 간호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젊은 처녀 - 남자 관계가 전혀 없는 나이 어린 동녀를 가리킨다. 이처럼 특별히 젊은 처녀가 요구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1) 다윗 왕의 체온 저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젊은 동녀의 온기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2) 또한 그녀는 다윗 왕의 후궁으로 간주되어졌기 때문에 반드시 처녀여야만 했다.. 왕의 품에 누워 우리 주 왕으로 따뚱하시게 - 젊은이의 온기를 받아 늙음 몸의 기운을 회복하는 방법은 고대 치료 의술 중 하나로서 갈렌, 그로티우스 등 고대 의사들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즉 고대 헬라의 명의 갈렌에 의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의 체온으로 노쇠한 사람의 체온 저하를 방지하는 치료 의술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젊은 처녀로 다윗의 품에 눕게 한 것은 분명 눕게 한 것은 분명 그같은 치료 방법을 통하여 다윗의 원기를 회복시켜, 그로 하여금 통치를 계속할 수 있도록 목적한 것이 확실하다.
[왕상 1:3]
이스라엘 사방 경내에 아리따운 동녀를 구하다가 수넴 여자 아비삭을 얻어 왕께 데려왔으니
동녀 -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아나라'는 '젊은', '나이 어린'이란 뜻의 '나아르'에서 파생된 말로, 곧 젊은 처녀를 가리킨다. 2절 주석 참조. 수넴 - 수넴은 나사렛에서 대략 11.2Km 떨어진 소 헬몬산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잇사갈 지파의 고을로 현재의 '술렘 또는 '솔람'이란 곳이다. 한편 에스드라엘론 평야 지대에 위치한 이 곳은 넓고 비옥한 농토와 숲으로 둘러싸인,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아비삭 - 간호와 온기로써 다윗 왕의 봉양할 의무를 띠고 이스라엘 중에서 뽑힌 수넴 출신의 아리따운 동녀이다. 이름의 뜻은 '나의 아버지는 방랑자'이다. 여기서 '아브' 또는 '아비'는 '아버지'란 의미로서, 히브리인들의 이름 중에서 흔히 발견되는 합성어이다. 예컨대 아비야, 아비아달, 아비멜렉, 아비가일, 아비새 등이 있다. 한편, 여기의 '수넴 여자 아비삭'이 솔로몬의 애인 '술람미 여인'과 동일하다는 설이 있으나,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왕상 1:4]
이 동녀는 심히 아리따운 자라 저가 왕을 봉양하며 수종하였으나 왕이 더불어 동침하지 아니하였더라..."
동침하지 아니하였더라 - 다윗이 아비삭과 동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해석으로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즉 (1) 아비삭은 다만 간호의 역할을 하는 시녀였으므로 다윗이 동침하지 않았다는 견해 (2) 다윗이 노쇠하여 무기력했기 때문에 동침할 수 없었다는 견해 등이다. 첫째 견해의 경우, 이 구절은 후에 솔로몬의 이복형 아도니야가 아비삭을 요구할 수 있었던 배경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솔로몬은 아도니야의 요구를 부왕의 후궁을 요구하여 왕위까지 노리는 불측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를 죽인다. 한편 70인역은 아비삭의 봉양을 '함께 누워 흥분케 하는 것'으로 번역하므로 두번째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어느쪽으로 해석하든 본문은 다윗의 노쇠함이 심각할 정도임을 강조하고 있다.
2) 아도니야 반란
[왕상 1:5]
때에 학깃의 아들 아도니야가 스스로 높여서 이르기를 내가 왕이 되리라 하고 자기를 위하여 병거와 기병과 전배 오십인을 예비하니
학깃의 아들 아도니야 - 아도니야는 헤브론 통치 시절에 다윗이 학깃을 통해 낳은 넷째 아들이다. 첫째는 암논인데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을 통해 낳은 아들이며, 둘째는 길르압인데 갈메 여인 아비가일을 통해 낳은 아들이다. 그리고 셋째는 암살롬인데 그술 왕 달매의 딸 마아가를 통해 낳은 아들이며, 넷째가 바로 이 아도니야인 것이다.
다윗은 그의 나이 30세부로부터 37세 때까지 헤브론 통치 시절 도합 6명의 아들을 낳았다. 따라서 아도니야 역시 헤브론에서 태어났으니. 당시 아도니야의 나이는 33세로부터 40세 사이였을 것이다(. 다윗의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대상 3:1-9부분의 주석을 참조하라.
스스로 높여서 - 히브리어 '미트나세'는 분수에 맞지 않는 교만한 행동, 또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지 않는 독자적 행동을 가리킨다. 그런데 아도니야가 스스로 높인 까닭은 6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그중 장자의 권리가 가장 기초적인 이유였다. 왜냐하면 암살롬이 죽은 후 다윗의 남은 아들들 중에서는 아도니야가 가장 연장자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마침 다윗이 늙고 무기력해졌으므로 아도니야가 왕권에 대한 욕심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데 있어서는 장자권 보다더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선택이었다.그리고 이 선택은 이미 솔로몬에게 주어졌었다. 또한 아도니야도 이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도니야가 왕이 되려 한 것은 분수를 넘는 일일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함께 하지 않는 행동이 된다. 그래서 아도니야의 왕의 찬탈 시도에는 '스스로 높여서'라는 부정적 표현이 사용되었다. 내가 왕이 되리라 - 당시 아도니야가 왕이 되려고 했던 동기는 다음과 같다.
(1) 왕자 중 아도니야의 연장자였던 암논은 다말 사건으로 인하여 피살되었고, 압살롬은 자기 아버지 다윗을 반역했을 때 군대 장관 요압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며, 길르압은 어렸을 때 죽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도니야는 당시 생존한 왕자들 중 최연장자였으므로 순서대로라면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다.
(2) 또한 아도니야는 용모가 준수한 자로 다윗의 총애를 받도 있었다. (3) 그리고 아도니야는 주위의 인물들 특히 군대 장관 요압이나 대제사장 아비아달과 같은 사람들을 포섭할 만한 정치력이 있었고, 또한 그 같은 사람들에 의해 사주를 받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아도니아는 교만해져서 왕이 되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도니야는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뜻과 다윗 왕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사의 모든 사건은 결국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자는 결국 멸망에 이를 수 밖에 없다. 하물며 메시아의 가게로 선택받은 다윗 집의 사건에 관해서야 더 말할나위 없는 것이다. 전배 - 직역하면 '앞서 달리는 자'란 의미인데, 이는 곧 왕이나 방백의 행차에 앞서 달리면서 호위 및 길을 정리하는 일종의 경호원을 가리킨다.
일찍이 압살롬도 반역에 앞서 이처럼 병거와 기병과 전배를 준비한 적이 있다. 한편 A.D. 1세기 경의 유명한 유대 사가 요세푸스의 기록에 따르면, 수리한 용모하며 야심만만한 기질, 그리고 용의 주도한 정치력 등 모든 면에서 아도니야는 형 압살롬을 닮았다고 한다.
[왕상 1:6]
저는 압살롬의 다음에 난 자요 체용이 심히 준수한 자라 그 부친이 네가 어찌하여 그리 하였느냐 하는 말로 한번도 저를 섭섭하게 한 일이 없었더라..."
아도니야가 교만해져 왕이 되고자 한 원인이 설명된다. 압살롬의 다음에 난 자 - 이 말은 당시 아도니야가 다윗의 아들들 중 최연장자임을 밝히기 위해 기록되었다. 즉 다윗의 맏아들 암논은 근친 상간으로 인해 압살롬에게 죽고, 셋째 아들인 압살롬 역시 반역하다 죽었다. 그리고 둘째인 길르압은 이후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어려서 일찍 죽은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이제 남은 아들들 중에 최연장자는 아도니야 자신이었던 것이다. 체용이 심히 준수한 자 - 이스라엘 최초의 왕 사울도 준수한 용모를 가졌으며 아비 다윗 왕에 대해 반역을 일으킨 압살롬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다윗도 준수한 용모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지도자에게 있어 준수한 용모는 백성들의 인기를 끄는 데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요인이다.
그러나 육체의 아름다움 보다 마음의 중심이 하나님께 선택받은 것이 더 중요한 자격이다. 한번도 저를 섭섭하게 한 일이 없더라 - '한번도'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미야마우'는 '그의 모든 날들로부터'란 뜻이다. 즉 아도니야가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책망을 들은 일이 없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5절의 방자한 행동에 대한 감시 소홀 내지는 후계자로 생각해서 내버려 둔 것이다. 다만 아도니야의 교만한 행위의 원인 중 하나가 다윗이 그를 적절히 훈계치 못한 데에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여기에 더하여 다윗이 노쇠해지자 아도니야는 부친을 무시하고 동의도 없이 멋대로 왕이 되려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