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오전 3시
동서울터미널을 떠난 지리산버스는 함양에 우리를 내려 놓았습니다.
지금 백무동쪽에 눈이 많이 내려서 더 이상 운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24시간 해장국에 들어가 몸도 녹이고 버스에서 설친 잠도 청해 봅니다.
1월 13일 오전 6시 30분
지리산 백무동 첫차는 첫승객을 우리만 태우고 백무동으로 향합니다.
썰렁한 백무동 주차장.... 눈은 제법 내려 뽀드득... 소리를 냅니다.
운전기사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천천히 백무동사무소를 지나가는데....
"저 손님들~ 지금 남쪽에 눈이 많이 내려서 입산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어안이 벙벙...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무슨 이런 일이....
관리사무소 직원은 전화번호를 적고 조금있다가 연락을 주겠다고 합니다.
1월 13일 오전 7시 10분
관리사무소 바로 아래 허름한 민박집을 찾아 몸을 녹이려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보고 보일러 비용만 내고 작은 방에서 쉬라고 합니다.
정말 작은 방이더군요...^^
리엑터를 꺼내 방안을 데우고, 차를 한잔 마십니다.
10시정도면 해제가 될 듯한데... 하면서 내심 해제되길 기다리는데...
전화를 해보니 아직 연락이 없다고 하고 조금 더 기다려보라 합니다.
서서히 희망은 사라져가고...
그냥 가져온거 꺼내서 먹죠?
주섬주섬... 채식님부터 크래커와 매화주, 대포까지...
오전 8시부터 곡차를 접해봅니다.
1월 13일 오전 10시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옵니다.
"손님, 오늘은 어려울 듯합니다. 그냥 돌아가셔야겠내요"
우리는 의기소침... 낙심까지...
아~ 내가 부덕하여 지리산 올때마다 일기가 왜이런지.... 벌써 몇번째인지... 이때!
갑자기 채식주의님께서 "왜관에 계신 고궁님께 도움을 청해보며 어떨지...."하십니다.
바로 전화 겁니다.
저를 바꿔주시고.... 고궁님께서는 가까운 덕유산을 권하십니다.
산장을 확인해보겠다하시며... 조금 지나 연락이 옵니다.
왜관에 있는 자연휴양림을 예약하셨자면서... '덕유산으로 오라'하십니다.
물론 고궁님께서 중간에 마중을 오시겠다고....
우리는 다시 생기가 나고
람세스님의 샤브샤브를 꺼내 신년 지리산 백무동 파티를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최고급사케를 맛보고, 오르페님의 산딸기주... 소주까지...
오전에 이미 좀 했습니다.
1월 13일 오후 12시 30분
함양행 버스를 타고 함양으로 나옵니다.
1월 13일 오후 1시 30분
함양에서 거창까지 택시를 대절해서 달립니다.
1월 13일 오후 2시 10분
거창 톨게이트에서 고궁님과 만납니다.
검은 선글래그를 쓰고 하얀 승용차를 타고 우리를 구하려... 멀리 왜관에서 한걸음에...
간단한 인사를 하고 택시기사님이 안내해준 곳까지 가서
짐을 실고 덕유산으로 떠납니다.
지난 윈터님 번개에서 만나뵙고 다시 뵙는 고궁님.
지리산에 참가하시려다 못하시고 이렇게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1월 13일 오후 3시 30분
어렵사리 도착한 덕유산 리조트
많은 사람들은 스키,보드 탄다고 정신이 없고
우리는 배낭을 메고 곤돌라를 타고 정상을 행해 올라갑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곤돌라 유리창은 전부 얼어버리고 밖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약 15분이 지나 곤돌라가 멈춥니다.
밖으로 나오니 으~~~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직원이 4시 30분이 마감이니 그때까지 오라고 합니다.
향적봉을 향해 올라갑니다.
온통 하얀색 밖엔 없습니다.
우리옷을 제외하곤 모두 흑백입니다.
향적봉 정상에 서니 멀리 남덕유능선까지 어스름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계속 내려가면... 지리산인데....
다시 내려갑니다.
1월 13일 오후 4시 50분
이제 왜관으로 갑니다.
눈이 갑자기 내립니다.
고궁님께서 운전을 하시고 우리는 한사람씩 졸기 시작하고...
앞좌석의 람세스님은 생리현상을 참으며 왜관까지... 약 2시간 30분을 달려옵니다.
1월 13일 오후 7시 30분
고궁님의 가게에 도착합니다.
가게 이름이 "고궁"입니다. 멋진 한옥으로 지었습니다.
왜관에서 유명하고 구미까지 직영점이 있다고 합니다.
고궁님께서 저희에게 국밥을 대접하십니다.
"국물맛이 끝내줘요" 란 말은 바로 이런 음식을 먹고 하는 겁니다.
은근히 24시간 지속적으로 연탄불로 끓여 내는 국물맛이 정말 보통 순대국밥이 아닙니다.
조촐한 식사를 마치고 이제 휴양림으로 갑니다.
1월 13일 오후 8시
왜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입니다.
산장이름이 봄에 피는 "연산홍"입니다.
깨끗하고 넓은 거실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핍니다.
서로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사간이 흘러갑니다.
이렇게 지리산, 덕유산, 왜관으로의 여행은 하루를 다해갑니다.
1월 14일 오전 9시
늦게까지 곡차를 마셔서 늦잠을 잡니다.
아침을 하고 세면을 하고 양치까지 마칩니다.
1월 14일 오전 10시 30분
고궁님이 저희를 데리러 오십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나와서 기념사진을 찍고
왜관시내에 있는 역으로 갑니다.
1월 14일 오전 11시 6분
서울행 무궁화호 5호차를 탑니다.
자리가 전부 떨어져 있군요....
1월 14일 오후 2시 35분
영등포역에 도착합니다.
오르페님께서 내리십니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1월 14일 오후 2시 45분
서울역에 도착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지리산 번개팀은 경상남도와 전라북도, 그리고 경산북도를 거치는 유람번개단이 되어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차 탄 시간
서울 백무동 3시간 30분(버스)
함양 1시간(버스)
거창 30분(택시)
무주 1시간30분(자가용)
곤돌라 30분
왜관 2시간 30분(자가용)
서울역 기차 3시간 40분(기차)
전체 운행시간 13시간(5종 세트)
산행시간 왕복 30분
그러나,
이번 번개산행은 여러가지로 나를 다시 생각케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자의 논어 첫편 - 학이편의 두번째 구절이 떠오릅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실 제가 이 오지캠핑을 알게 된게 겨우 6~7개월입니다.
서로 취미가 같고 같은 회원이란 것 때문에 한달음에 몇시간을 운전해 오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나지도 몇번 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주시고
같이 함께 해주신다는 것에 대해 너무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비록 제가 아직 고궁님의 벗이 되기엔 부족함이 너무 많겠지만
이제 저가 멀리 있는 벗이 되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2박 2일(?) 동안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도 불평하지 않으시고
13시간 산행을 해도 시워찮을 시간을 차를 타고 다니신 회원님들께
깊이 머리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리산에서 받을 감동의 몇배를 더 받고
깨달음이 바로 내 옆에 있음을 또 깨달게 되는 어리석은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마음으로 한겨울에도 연산홍이 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첫댓글 모임을 통해 느끼시는 부분이 다른 분들도 비슷하실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스마트폰의 위력으로 댓글도 남기고..
올해도 계속 행복하자고요~ 희망봉님 ! ㅎㅎ
ㅋㅋㅋ...계속 달라는 거 제 특기입니다^^ 스마트폰 좀 보여줘여~
역시...멋진 분들~~~~*^^*
감사합니다...^^ 득남 축하드려요^^
자세한 일정 잘 보았습니다^^ 글속에서 따뜻함과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다음 지리산 벙개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엔 함께 한번 하시죠^^ 감사합니다.
아..13시간운행후.30분산행이라니.. 꿈 꾸고온듯하네요 ^^; ^^
하지만 잊지못할 추억만들어 주셨읍니다 수고하셨읍니다
희망봉님
정모 잘 다녀오셨어요? 다음엔 일기 잘 보고 준비하겠습니다...^^
여행의 또다른 묘미는 돌발사태죠^^
기억에 오래 남을 여행하셨습니다. 계획하신 지리산 산행은 못하셨어도....
돌발사태는 한번으로 끝내겠습니다... 기억은 영원히 남을 듯하네요^^
복을 받는다는것은 복을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ㅎㅎ 첨 만남에서 씩씩하신 모습으로 어색하지 않게 재미난 이야기를 하시던 희망봉님 ~ (무척 감사했던 마음 ^^)
이건 딴소리 ㅋ 안의터미널 앞에서 안의갈비탕 안드셨나요? 하도 유명하다길래 어느어르신께 맛난집 여쭈었더니...
아..그..쏘케같은걸?? 머 만나다고..
울집 아자씨랑 달랑 두대뿐인 갈비를 뜯으며..이쏘케..진짜로 맛엄네.. ㅡ,,ㅡ ㅋ
후우린노오또님... 쏘케가 아이구요^^ 사케입니다... 혹시 맛 없으시면... 저 주세요^^;
ㅋㅋㅋㅋㅋㅋ 쏘케 는 솜의 갱상도식 표현입니당 ㅎㅎ갈비가 퍽퍽해서 맛없다는 어느 어르신의 표현을 빌린거지요 ^^
하하하하... 쏘케... I see... 우리 할머니께서 쓰시던 말... "물문 쏘케..." - 물먹은 솜^^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말이란 참 오묘한요... 쏘케(솜)을 사케라고한...ㅋ
또 한번 쑥쓰럽네요.말씀대로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이또한 반갑지 아니한가...뜻이같고 생각이 같으니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했을뿐인데...저또한 그날 즐거웠읍니다.
고궁님.
즐거운 추억이 있는 여행이라 뜻깊었습니다... 공자님 말씀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는 이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궁님^^
아름다운글이네요 서로베풀줄아는미덕 배우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피닉스님^^ 용평 번개 하번 치시죠^^
넵~연락함주세요
ㅎㅎㅎ, 계획되지않은 여행,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 이것 또한 좋지않은가요 ? 고궁님도 만나시고....
계획대로 하면 최상입니다... 그러나 계획이 변경되면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거죠... 즐거운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적도 있고...^^' 그런데 이번엔 전자입니다^^
제 고향에 다녀오셨군요. 함양,덕유산, 그리고 어머니가 묻혀 계신 거창.........
덕유산 정상이 구름과 바람이 너무 심해서... 빰이 아직도 아프네요^^ 다음에 같이 한번 하시죠^^
희망봉님 수고많으셨습니다. 지리산 못간것이 아쉽지만 2박3일의 여정은 영원히 기억속에 남을 것입니다
또 좋은 번개 쳐주세요^^
따뜻한 봄날... 즐거운 3종세트 준비해보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여언산홍 빙고!!!!!!!!!!! 추억이 고스란히 된거니 얼만 좋은가요^^ 저는 지난 주말 지리산 끝자락서 유장한 주능 가슴에 담아왔답니다!!!
와~ 좋으셨겠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에 꼭 지리산 자락에 몸을 맡껴보고 싶네요^^ 그러나 이번 여행도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