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하루종일 계속 내렸다.
밤새 천둥과 번개가 잠을 설치게 하더니 기어이 전기가 나가 버렸다.
전기코드도 뽑아놓지 않고 자서 걱정을 하였는데 낙뢰를 맞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오니 놀러 오라는 여러통의 전화를 받았으나
오늘은 병원에 계신 시어른과 혼자 병간호를 하는 시누이로 마음이 편치 않아서
비가 오면 편한 마음이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
밥 한끼라도 편하게 먹으라고 잠시 올라갔다 오려 했더니
시누이는 극구 말렸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될 때에 하루 와서 자면서 교대를 해 달라고 해서
5월 4일에 가기로 했다.
종일 꼼지락거리며 집안일을 했다.
일은 뭐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뭣을 하나 시작하면 또 다음일이 생각나고.....
오늘 내가 세상을 살면서 나 스스로에게 깜짝 놀랄일이 있어 기록해 둔다.
평생을 살면서 일에 대해서 겁을 내 본적이 없었다.
일 하고 살라고 손의 피부도 잘 타고나서
십년넘게 식당을 하고 하루에 200명 300명 설겆이를 해도 다 맨손으로 했고
김장김치를 몇천포기를 해도 장갑끼고 할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만큼 피부에 트러블이 없으니 가능했을 일이다.
그런데 겨우 두어달 기숙사에서 편하게 생활했다고
낮에 나물을 무치는데 나도 모르게 비닐장갑을 꺼내서
끼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에도 김치를 꺼내 썰어 놓는데 또 비닐장갑을 찾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나는 편한 생활을 하고 일명 출세하면 안 변할 사람이라고 혼자 늘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도 몰래 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걱정 되는 날이었다.
사람은 초심이 변하면 안되는데 말이다.
저녁때가 다 되어 묵산박물관 관장님 댁에서 저녁초대를 해 주셨다.
오늘분의 일도 다 했고 오랫만에 변화를 준 묵산미술관 구경을 나섰는데
마침 우리집에 다니러 오신 희망님내외와 함께 갔다.
우리 목사님내외도 함께 하셨는데 사모님이 올해부터 묵산님에게
문화원에서 그림을 배우는 사제관계가 되어 초대되셨고,
밀골님 내외분도 오시라고 해서 네 팀이 함께 하였다.
묵산미술박물관에서는 올해부터 무인카페를 운영하시기로 하셨다.
여러가지 차를 마련해 놓고 누구나 와서 이렇게 마련된 차를 마시며 그림도 감상하고
마당에서 놀다 갈 수있게 그래서 그림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무인카페는 꽤 넓고 세 개의 방으로 되어있다.
여기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일부러 가벼운 민화를 걸어 놓으셨다.
좋게 말해서 민화이고 일명 이발소 그림이라고 하는 근대민화들이다.
그냥 볼 때는 잘 몰랐는데 묵산님께서 설명을 해 주시니
더 재미 있었다.
초가가 있고 멋진 산수화가 있는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저 뒤에 있는 산은
유럽의 어느 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림의 구도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하나
예전에는 상업미술품으로 꽤나 잘 팔리던 것이라고 한다.
이 그림들은 좀 더 세련된 근대민화로 이야기를 않으면 잘 모를 멋진 그림인데
유명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모방해서 그린 것이라고 한다.
설명을 듣고 그림을 보면 작가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훨씬 그림 보는 재미가 난다.
이곳은 고미술관인데 여기야말로 그림 설명을 들으면서 감상하면
깊고 맑은 그림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는 곳이다.
묵산님께서 한시간여에 걸쳐서 꼼꼼이 설명해 주셨는데
나는 이 설명을 다섯번은 들었음에도 들을 때마다 새롭고 감탄하고 한다.
이 곳 그림들을 남편 아무렴이 여러장 찍었는데
많기에 영월이래요방에 따로 설명과 함께 사진 찍어 온 그림들을 올릴 예정이다.
현대미술관이다.
전번에 미국에서 이영희님과 블루스님이 오셨을적에는 묵산님의 그림이
몇 점 전시되어 있지 않아서 아쉬워 하셨는데
지금은 소장하신 그림들을 여러점 내 놓으셔서
마음껏 감상하고 사진으로도 찍어 왔다.
이 그림은 묵산님이 스물아홉에 그린 그림이라는데 언제 보아도 변함이 없이 대단한 그림이다.
마치 송아지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그림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묵산님의 그림을 쳐준다.
미술사에 있어 독보적인 그림세계를 마련하신 것이다.
보통의 그림은 100년이 지나면 누렇게 변색이 되지만 묵산님의 이 눈 내리는 그림은 변색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마치 감이 살아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손으로 만져 보게 된다.
화가의 작업실도 한켠에 공개하셨다.
이번여름부터는 가족단위로 여러가지 체험도 하고 하루 묵어 갈 수있는
미술관 체험을 여러가지 한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그 중에 하나가 이렇게 일박이일 동안에 배워서 만들어 갈 수 있는 족자만들기이다.
우리가 그림 감상을 하는 동안 묵산님은 비가 내리는 바깥정자에서
우리를 위해 고기를 굽고 계신다.
직접 개발해 만든 이 고기굽는 통도 고기가 타지 않고 잘 구어지는 특이한 시스템이다.
하여튼 뭘 개발도 잘 하신다.
즉석에서 개발 잘 하는 남편 아무렴과 막상막하이고,
둘이 동갑이라 생각도 잘 통한다.
본래 바깥정자에서 비를 감상하며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좀 추워서 사택으로 들어갔다.
아이구~ 진수성찬으로 거하게 잘 차리셨다.
안에 솜씨도 좋아 여러가지 장아찌며 5년이나 묵은 김장김치까지 나오고.....
좋은 이웃이 있어 행복한 사람 나와 또 다른이웃이다.
그리고 산골에 사는 재미이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4월이 오늘 떠나겠다고 내 귓속에다 속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