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가속도
김남철
수학과 과학에 미친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수학 또라이라 불렀다.
그의 지론은 신의 존재를 규명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이 분명히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학이라는 학문의 극한에까지 가면 신의 세계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각 종교에서 신성시하는 그 신의 존재를 수학 공식으로 쉽게 만날 수도 있고, 또 그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기존 종교단체로부터 사탄에 의해 조종 받는 미친놈이란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그는 그 공식 찾기에 하루해가 짧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막판에는 반드시 전지전능하신 신의 존재가 버티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일까, 한순간 졸았다고 생각되는 찰라 어떤 영감(靈感) 하나가 스쳐 갔다.
영감(靈感)을 따라 그는 가고 있었다.
자기 집 대문을 나서고, 골목길에서 왼쪽으로 꺾이고, 영감(靈感)이 인도하는 대로 그는 따라가고 있었다.
뒷산으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폐쇄된 등산로 따라 한참을 가다 잡목과 칡넝쿨이 우거진 곳에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 밑에서 멈췄다.
거기서 그는 자기도 모르게 맨땅이 나올 때까지 풀섶을 헤치고 있었다.
문득 호미라도 가져왔으면 일하기가 쉬울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굵은 나뭇가지를 꺾어 원시인들이 했던 것 같은 방법으로 그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한참이나 그렇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땅바닥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작업을 중단하고 있는데,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는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누가 한 말인지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그는 그 말에 매달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으니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었다.
아마 지심 부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그의 기발한 두뇌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어떤 원리를 떠올리고 있었다.
중력이란 것이 지심 부에서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힘이니 분명히 중력만 작용한다면 그는 지심 부에서 멈출 것이다.
그러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중력가속도란 말이 떠오른 것이다. 중력가속도라....
누가 이렇게 유용하고 편리한 원리를 알아냈을까?
중력가속도란 것을 알아낸 그 천재에게 우리의 또라이는 운명을 걸 수밖에 없었다.
과연 중력가속도란 것이 존재하는가? 그 자신이 지금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물어보면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50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문제도 수학으로 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학공식? 그는 다시 이 동공에서 나간다면 도전해 보고 싶은 신 나는 가설이었다.
떨어지면서부터 머릿속에 떠올린 것이 지구 공동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 영감이 지구의 공동으로 안내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이 땅의 반대편으로 나오게 되리라.
중력에 가속도가 붙으니 지심 부에 머물지 않고 가속도만큼이나 반대편 지표 쪽으로 나갈 것이라는 가설이 맞아떨어지기를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마치 벽에 메달아 놓은 시계불알처럼, 중간에 멈추지 않고 일정한 거리까지 나갔다 다시 되돌아온다는 그 현상과 같아지기를 그는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나라의 반대라면 남미 쪽인데, 어떤 나라로 나올까?
그의 잘 짜인 두뇌는 부지런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파라과이! 이런, 공짜로 파라과이 구경하게 생겼다고 그는 좋아했다.
그리고 그의 두뇌는 컴퓨터가 작동하듯 파라과이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
아! 묘하다. 우리나라와는 무슨 인연이 있는지,
우리나라의 지도를 거꾸로 돌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가속도의 힘이 소멸 될 무렵에는 다시 중력의 작용이 강해진다.
그러면 다시 그 공동 속에서 원래 위치로의 긴 여행을 해야 한다.
그러니 가속도가 제로가 될 무렵에 동작 빠르게 탈출해야 파라과이 구경을 할 수가 있다.
마치 낚싯배 타고 갯바위에 내릴 때 뱃머리가 파도의 꼭대기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쳐 갯바위와 거의 계단 하나만큼 될 찰나에 동작 빠르게 내려야 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바다에 빠지든가, 그 지구의 공동 속에서 영원히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의 운동신경은 그렇게 녹슬지 않았다.
그곳을 공짜로 둘러보고 그는 다시 그 공동에 뛰어내렸다.
눈을 뜨니 한 여름날의 일장하몽(一場夏夢)이었다.
너무 더워 잠깐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졸았던 것 같았다.
잠깐이었지만 무척 재미있는 꿈이었다. 과연 중력가속도가 꿈에서처럼 그렇게 작용해 줄까?
진정 그렇게 된다는 가정 하에, 자기만 알고 있는 그 지구의 공동을 발견한다면 수시로 파라과이 공짜여행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댓글 반신반의로 읽다가 끝까지 읽었다 . 수필 이라기 보다는 시 같다. 콩트같이 재미 있다. 논리에 맞지 않는 전개가 시적 영감 이리라고 자위 해 본다. 어찌보면 노년, 어찌보면 소년이 쓴것 같다. 결론은 참 좋았다.
사실 신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사탄이니 마귀니 함부로 판단 하지요. 수학이나 다른 학문에서도 어라든지 신을 잘견할 수가 있습니다. 한그루의 식물과 꽃에서도 ,물질구조의 원자의 세게에서도 저 광활한 대우주에서도 신은 충분히 발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