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앞당긴 애플 쇼크!
아이폰, 성공의 공식! 그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
최근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한국 산업의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기 전까지만 해도 ‘애니콜’과 ‘싸이언’이 손쉽게 애플의 침입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 뒤집혔다. 아이폰은 단 이틀 동안의 사전 예약으로 옴니아2를 넘었다. 이틀째 예약판매 가입자는 2만 7,000명이었다. 그때까지 아이폰보다 한 달 앞서 출시된 옴니아2는 2만 대밖에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애초에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아이폰이 인기를 끌어봤자, 워낙 협소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골목대장 행세나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 자체를 키워버렸다. 국내 시장에서 3%에 불과했던 스마트폰의 비중이, 아이폰 출시 일주일 만에 19%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이폰은 출시 100일 만에 홀로 4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직전 연도의 시장 크기만큼 판매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완전히 뒤집혔다. 모든 산업에 있어 아이폰과 애플이 한국의 기준이 된 것이다.
《애플 쇼크》는 이렇게 휴대폰의 모든 상식을 뒤집어버린 아이폰이 어떻게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했는지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한국이 간과했던 부분과 애플이 집중한 부분은 무엇이며, 앞으로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삼성전자가 왜 애플에 밀렸을까?
세계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삼성전자가 왜 애플에 밀렸을까? 이는 대기업을 다시 돌이켜보자는 반성론으로 전개된다.
그동안 한국의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밑에 둔 수직적인 계층 구조 속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끌어내는 게 주 전략이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만들면 국내에서 낮은 원가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2등 전략’도 한국 기업의 전략 중 하나였다. 이 부분에서 한국 기업은 탁월한 자질을 발휘해 늦게 출발하지만 결승선에 반 발 앞서 도착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를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략으로는 절대 애플을 이길 수 없다. 전문가들은 2등 전략이 하드웨어가 중심이던 과거에는 먹혔지만 소프트웨어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구글, 애플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동안 한국의 대기업들은 현재에만 안주하며 20세기 사고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우려다.
이마트보다 상품이 많고, 소녀시대보다 즐거운 아이폰
이제, 한국 사회는 아이폰을 통해 증명된 애플 파워의 원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아이폰은 소프트웨어에 무심했던 이명박 정부도 뒤흔들고 있다. 전 세계 IT 시장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하드웨어는 22.4%다. 대세는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하드웨어에 집중했다. 2010년 1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과학ㆍ기술ㆍ산업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보통신 투자 비율은 21개국 가운데 16번째였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투자 비율은 21위, 즉 꼴찌였다.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괴리로 이어졌다. IT 총생산액 중 하드웨어의 비중은 73%인 데 반해, 소프트웨어는 8%에 불과했다. IT 강국 한국 정부의 역주행을 애플이 일깨워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며 3년간 1조 원의 예산 투자를 결정했다.
아이폰은 또한 일상생활도 뒤바꿨다. 기업은 업무 체계를 모바일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든 사무실이 될 수 있다는 효율 중심의 사고에서다. 40대 중년들은 생존을 위해 비싼 가격을 들여 아이폰을 사고 있다. IT로 인한 사무 환경의 변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고, 여기에 대비하지 못하면 어떤 신세가 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IT 감각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20대도 “공부한 만큼 누릴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게 아이폰이다. 40대 사이에서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은 ‘스트레스폰’으로 불린다. ‘엣지’ 있게 보이려는 강남의 아주머니들 역시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머스트 해브’ 아이템 리스트에 아이폰을 추가했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업계에서는 아이폰의 이미지를 자신들의 브랜드에 끌어들이려 노력한다.
아이폰 이후, 트위터도 보편화되었다. 사실 스마트폰이 저변까지 확대된 미국 등에서 트위터는 이미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을 전 세계에 가장 먼저 알린 것도 트위터였다. 트위터는 이렇게 세계적으로 활성화됐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40자 안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미니 블로그는 PC에서 쓰기에는 부적합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폰을 위시한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트위터는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에 이어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인터넷 의사소통 도구로 등극했다.
아이폰을 통한 애플 쇼크의 여파는 이처럼 방대하다. 쇼크는 왔다. 이를 통해 앞서가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뒤처지고 있음도 깨달았다. 그리고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도 알았다. 또 미래는 전혀 다른 형태로 올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선진국, 선진 기업의 등만 바라보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문제는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기득권을 잃을 각오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몸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과 나라가 미래보다는 현재의 안위를 생각해 버티기 전략을 구사한다면 도전 영역인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인 콘텐츠와 창의성은 더 이상 개발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은 항상 도전자의 입장에서 시장점유율 확장이 아니라 트렌드를 전복한 생각으로 시대에 맞서야 한다. 정부도 정치적인 계산하에 IT 정책을 세웠던 구습에서 벗어나 미래를 보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짜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누가 나에게 지점 100개와 10만 스마트폰으로 링크된 고객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스마트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무궁무진한 포텐셜을 지니고 있으며 그 폭발력 또한 기대 이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김명한, KB투자증권 사장
한국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스마트’하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지 이 책이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아이폰은 다변화된 현대시장의 변화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스피드 경영에 부합한다. 즉 의사 결정의 스피드와 정확도에 따라 사업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가 오게 된 것이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만일 애플이 의료 기기의 OS를 디자인한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복잡한 데이터를 쉽고 안정적으로 풀이하여 사용자들에게 표현한다면 의료 기기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각종 오차 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김병진, 美 펜실베이니아대 치의학 박사 · VGX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책속으로
한반도를 뒤흔드는 아이폰, 그 기능을 한번 분해해보자. 삼성전자의 옴니아2보다 화질이 떨어지고 영상통화도 안 된다.
휴대폰에 딸린 인터넷 기능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비싸서 못 썼을 뿐이다. 터치스크린 기능? 햅틱 때부터 국내에 도입되었다. 일정관리 기능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했지만 소리 없이 사라진 PDA폰에서 이미 맛봤다. 게다가 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인 만큼 애프터서비스도 삼성, LG 등 국내 브랜드보다 훨씬 번거롭다. 기능만 보면 아이폰이 기존 휴대폰보다 뭐 하나 나은 게 없는 듯하다. 그런 아이폰이 상륙한 뒤 한국이 흔들리고 있다. 대체 왜? _33쪽
이제껏 휴대폰 시장에서 ‘갑’은 제조사가 아니라 이통사였다. 이통사가 토라져서 제품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도리가 없다. 제조사는 이통사에 따라 맞춤식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을 상이하게 만들어줘야만 했다. 휴대폰 시장은 각 제조사의 실력과 상관없이 ‘이통사와의 관계 사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애플을 얕본 것도 이 때문이다. 컴퓨터, MP3플레이어 사업만 해온 애플에게 휴대폰 시장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애플이 ‘관계’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생태에 따른다면 아이폰은 이통사에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플이 세계 각국에 글로벌 스탠더드 조건을 내건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만약 예외를 인정하는 국가가 나온다면 이는 다른 국가의 이통사에게 선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아이폰 출시국을 넓힐 때마다 이통사와 겪어야 하는 신경전에서 애플의 위상은 지금보다 약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애플이 자신이 설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KT에 밀어붙였던 이유, KT가 기존에 이통사로서 누렸던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아이폰을 택한 이유, 둘 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_138~139쪽
아이폰이 인기를 끌었다고 아이폰을 본따 제품을 만드는 전략은 제조업에서만 통용되는 사고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소비자에게 소구한 부분은 감성이다. 이어령 이화학술원 석좌교수는 아이폰의 성공 비결에 대해 “아이폰은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스크린을 조작하기 때문에 기계와 내가 생명으로 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빠른 운영체제와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제외한다면 아이폰은 다른 휴대폰에 비해 기술적으로 나은 점이 없고, 오히려 뒤떨어지는 점도 많다.
이 한계를 뒤집는 게 바로 감성에 바탕을 둔 창의성이다. 이 창의성은 딱 반 발짝만 앞선다. 한 발짝을 앞선 창의성은 시대로부터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다. 누구나 생각하지만, 그 누구나 생각하는 것에 변화를 줘서 세상을 흔드는 게 바로 애플이다.
그렇다면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불철주야 일 혹은 연구에만 매달려야 할까?
오히려 그 반대다. 기존의 틀 속에서 조이기만 했던 요소들을 풀어헤쳐야 한다. 애플과의 간격을 줄이려??? 한국 대기업에 퍼진 기술 중심의 패러다음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_249~2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