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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 길 .. 진부령~> 마산봉~> 대간령~> 마장터 [ 소 싣고 가던 말이 쉬어가는 곳 ] ~> 소간령~> 창암 (창같이 뾰족한 바위) 로 산행을 마치고 속초항에서 뒤풀이 .. [ 약 8시간 40분 산행 ]
10월 17일 이른 아침.. 우등 버스로 편안하게 시작되는 설악산으로의 가을여행 길이다. 춘천 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린다..이른 시간이여서 도로는 텅~~ 비었다. 가평을 지날 무렵에는 안개가 운치를 더해주고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일찍 일어난 탓에 잠을 청해보려고 눈을 감아보지만 금 새 다시 눈이 떠지고 차창 밖 가을 그림 감상을 하는 동안에 버스는 춘천고속도로를 벗어나 화양강 휴게소로 들어서고 있다. 가을 산행을 나서는 사람들로 휴게소는 이른 아침이지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우소를 들려서 홍천강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로 나가니 구름 속으로 붉은 아침 해가 건너편 산봉우리에 떠있다. 들녘엔 아직 베지 않은 벼가 누렇게 익어 황금융단을 깔았다.
다시 버스는 속초를 향해 순탄하게 질주를 한다. 인제를 지나는 길목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 정취를 더해주고 주민들이 강변을 따라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산책로를 잘 꾸며 놓았다.
버스는 남교리를 지나고 있다..작년 9월에 남교리에 시작하여 십이 선녀계곡을 넘어서 대승령을 지나고 장수대로 내려오는 가을 산행을 했었다.
점심 도시락을 책임진 분이 우리와 길이 엇갈려서 제대로 점심도 먹질 못하고 굶다시피 7시간여 산행을 했었든 추억..
2인분의 밥을 다섯명이 나누어 먹고 내 배낭에 들어있든 누룽지로 밥을 대신하였지만 그래도 즐겁기만 했었든 설악산 나들이였었다.
남교리를 지나는 냇가.. 창밖으로 그려지는 가을 그림에 [ 우~~~와~~ 너무 멋지다. ] 개울을 따라서 물들어 있는 형형색색의 단풍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서 선배님은 벌써부터 맘 설래이여.. [ 오늘 단풍이 너무 멋지겠다야 ]
미시령 터널을 빠져 나오니 오른쪽으로 거대한 울산바위가 우리를 맞이한다. [ 아쉽다. 하늘이 파랗게 맑았더라면 멋진 그림일 건데..]
서 선배님.. [송 과장님이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왔을 텐데..] [ 차를 진부령에 두고 산행을 할까?. 아님 직원이랑 함께 가서 차를 가지고 갈까? ] 라고 내게 물으신다.
[ 직원이랑 함께 와서 차를 가지고 가시겠죠 ] [ 나랑 내기 할래? ] 선배님이 나랑 내기를 하자신다. [ 나는 직원이랑 함께 온다에 건다 ] [ 상숙이 너는 오데로 걸래? ] 상숙이..내 닉네임.. 우쩌다가 여자 이름으로.. [ 걸기는 뭘 걸어요. 고거 아니래도 머리 복잡하구만 ]
[ 뭔 내기를 그리 좋아 하십니까? ] [ 저 번 전철 호선 구별 하는 거 가지고 내기 하자고 할 때 한 1억쯤 걸어버리는 건데 ] [ 그럼 편안히 한 몫 잡는 건데 ..무지~~~~하게 아까운거 ] [ 야~~ 너는 이 누나를 그렇게 산거지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 하것냐? ]
버스는 한화콘도 앞에 정차를 하고 우리는 서둘러서 배낭을 챙겨서 하차를 했다. 형님께서 픽업트럭을 가지고 마중을 나오셨다.. 근 1년 만에 재회..반갑게 악수로 맞이해 주신다. [ 야~ 상숙아 아까 내기했음 내가 이겼지? ].. [ 이기긴요.. 제가 직원이 차 가지고 간다고 했거만요.]
배낭을 싣고 진부령으로 출발이다.. 진부령으로 가는 도중에 서 선배님이 이재원 형님께 나이를 묻는다. 나이를 물음에 웃기만 하시다가 [ 48년생입니다 ] 대답에 서 선배님과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대 선배님이신 줄 몰랐었기에.. 서 선배님.. [ 오모 오모나..나는 내 생각에 나이가 많아야 나 보다 한 두 살쯤 아래일거라 생각했었는데 ]
[ 얘~ 상숙아 형님보다 더 많다야 ..형님은 누이 남편..] 서 선배님.. [ 오라버니.. 아니지 오빠~~~아~~ㅎㅎㅎㅎ.. ]
가는 길에 울산바위를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포토라인에 잠시 주차. 길가엔 큰 용담이 진 보라색으로 꽃망울을 맺었다.. 포토라인엔 두 분이 울산바위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계신다.
날이 맑았더라면 더 멋진 그림일 텐데.. 그 분들도 흐린 날씨에 많이 아쉬워하고 계신다. 그 중 한 분께 우리 일행 모두 함께 사진 한 장을 부탁드리고 울산바위를 업고 두 어장 담았다.
오늘 설악산은 처음이시라는 이재원 형님은 웅장한 울산바위를 보시곤 연신 감탄이시다. 저렇게 큰 바위가 울산에서 여기까지 왔다니.. 정말일까????
다시 차에 올라 굽이굽이 돌아서 미시령 휴게소에서 차를 가지고 갈 직원분과 랑데부.. 한화콘도 앞에서 출발 할 적엔 바람이 없었는데 미시령 정상엔 겨울바람이다. 역시 설악은 설악이다. 어제 강풍으로 울산 바위에서 실족하여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송 과장 형님의 말씀이시다.
산행 들머리인 진부령스키장앞에 도착했다. 바람에 찬기가 실려 선선하다.. 다시 배낭 정리를 하고 09시 30분에 마산봉으로 산행시작이다. 우리가 산행을 출발하려 할 때 하산을 하는 사람 몇 분을 제외하곤 마산봉 까지는 마주친 인적이 없었다.
출발에서 약 5분여 올랐다...철망으로 둘러 처진 곳에 산악회 리본들이 많이 달려있다. 백두대간 길의 마지막 코스인지라 백두대간을 마치면서 달아 놓은 리본들인가 보다.
[ 재경 남해군 산악회__우리도 하나 달자 ]
서 선배님의 배낭에서 [ 재경 남해군 향우산악회 ] 리본을 꺼내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달고서 선배님이랑 윤덕례님 두 분이서 기념 촬영..
그리고 잠시 숲을 지나고.. 억새가 하얗게 피였다. [ 오모~~ 여기도 억새밭이 있네. ] [ 우리 여기서 사진 찍고 가자 ] [ 그러지요.. 필름도 많은데..ㅋㅋㅋㅋ ] 우리가 사진을 찍는 동안 송 과장 형님은 저 만치 올라가 계신다.
숨 한번 참고 오르면 오를 수 있는 짧은 가파름을 오르니 공사를 하다 중단된 스키장 리프트가 휴업을 하고 있다. 이제 여기서부터 산행이 시작되고 그리 높지 않은 오름 길을 오른다. 산행을 시작하긴 전엔 선선하니 추웠었는데 금 새 등 어리로 땀방울이 굴러 내린다.
도토리나무들은 벌써 잎을 낙엽으로 다 떨구었다. 간간히 단풍나무들이 빨갛게 싸리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횡~~~한 길목을 가을그림으로 그리고 있고 발걸음에 밟히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에 눈으로 귀로 가을을 만끽한다.
[ 쉬었다 갑시다 ] [ 죽자 사자 오를 필요가 뭐 있어 ] 서 선배님이 휴식 타임을 청하고 낙엽 위에 ..아님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한다.
[ 막걸리 한 잔 해야지 ] 송 과장 형님.. 윤덕례님이 남해 조갯살로 맛나게 부쳐온 지지미 안주에 한 잔..그 맛이 꿀맛이지요. 이재원 형님이 배낭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시는데 그 상자 속엔 달콤한 무화과가 들어있다.
잘 익은 무화가.. [ 음~~ 맛있다 ] 다람쥐 한 마리가 산책을 나왔다. [ 오모나~ 나 마중 나왔나 봐 ] 서 선배님의 닉네임이 산 다람쥐..
[ 참 그러고 보니 고서래를 안 했다야. ] 지지미 조각을 다람쥐 쪽으로 던지며 고서래~~~ 다람쥐는 이미 저 만치에 바위를 부지런히 쏘 댕긴다.. 10여 분간 쉬고 있으니 땀이 식어 살갗에 닿은 옷이 차갑다.
[ 자~~ 갑시다 ] 급하게 서두러지도 않고 쉬엄쉬엄 오른다. 오르면서 하늘에게 모두가 바라는 소원?.. 소원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에 햇살이 쨍~~~하게 비춰주기를~~바라지만 간간히 파란 하늘을 보여줄 뿐 그 소원이 이루어지긴 쉽지 않을 듯싶다.
오름 길을 다 올라서 약 800 고지 능선에 올랐다. 능선은 작게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평지나 다름이 없어 걷기엔 더 없이 좋은 산행 길이다. 겨울에 눈이 쌓인다면 더더욱.. 미시령 휴게소 고개만큼 바람은 그리 많이 불질 않는다.
내 앞에서 걷는 이재원 형님께..[ 저기 나무 위에 까치집처럼 생긴 거 보이죠? ] [ 네~~ 보이네요 ] [ 저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
[ 저게 뭡니까? ] [ 네~저건 겨우살이라는 겁니다 ] [ 아~~ 저것이 겨우살입니까? ] [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입니다 ]
참나무에 겨우살이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어떤 나무에는 가지가지마다 겨우살이들이 자라고 있다.
많이도 말고 두 어 뭉치만 따서 술 담았음 좋을 낀데.. 겨울이 시작되는 지금.. 생강나무가 다시 꽃을 피우려고 하는지 제법 도톰하게 망울을 맺었다. 망울 하날 따서 손가락으로 비벼보니 생강냄새가 그윽하다. 다시 힘들지 않은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산행 시간 1시간 30분 ..
두 번째 휴식... 송 과장 형님과 서 선배님 두 분은 작은 바위에 걸 터 앉아 아웅다웅 이시다. 막걸리 한 병을 꺼내어 한 잔씩.. 서 선배님..[ 송 과장님~~ 송이 하나만 맛 좀 봅시다 ] 송 과장님..[ 이걸 어떻게 꺼내요. 못 꺼내요 ]
[ 못 꺼내기는 뭘.. 이 구멍으로 하나만 꺼내면 되것구만 ] [ 술안주 하면 좋을 낀데.. 그참 ] 결국은 송이 하나 맛보는 건 실패.. 점심때까지 기다려야 ..
송 과장님.. [ 송이를 네파[ 등산 메이크 ] 상자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만 직원이 냉장고를 열어 보고선 웬 등산신발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냐고 묻더란다. ]
그 말에 모두들 한 바탕 웃었다. 누가 보면 등산 신발을 신지 않고 상자에 담아서 배낭에다 메고 가느냐고 그러겠습니다.
햇살이 구름 속으로 들락거리며 간간히 비춰준다.. 송 과장 형님의 다리가 불편하신가 보다. 형님 배낭에서 큰 소주병[ 1.8리터 ] 하날 꺼내어 내 배낭에 담으니 내 배낭은 더 묵직해졌다.
[ 참내~ 술은 우리가 준비 한다니까 가지고 와서는 괜실히 무겁게 짐을 맨글어요 ] [ 내 매니저 등골 다 빠지것네 ] 서 선배님이 긁는 바가지에 형님은 못들으신 척 돌아앉으시고 ..
그리곤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정하게~~~
등산의 원칙.. 첫째.. 배낭은 작은 것으로 매고 다녀라.. 그래야 남의 짐을 받아 넣지 못하니까..맞는 말이긴 하나 얌체 같은 원칙이다.
[ 자~~ 출발 합시다. ] [ 요~~ 오르막만 오르면 마산봉 정상입니다 ] 정상으로 오르는 오르막이라 해도 설악산 답지 않고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오르막이다.
마산봉 [ 1.052m ] 북설악에 위치한 정상이며 백두대간 마지막 코스에 속해 있다. 하늘만 맑게 열렸더라면 정말로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 뿌연 연무로 흐린 조망이 너무도 아쉽다. 마산봉 건너 향로봉 정상의 가건물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마산봉 정상 등정 흔적을 사진으로 담는다. 이재원 형님은 마산봉 정상에서서 [ 내가 설악산 마산봉 정상에 서다니 ] [ 집에 가서 아들. 며느리에게 자랑해야겠습니다..설악산에 올랐노라고 ]
제일 신난 분은 서 선배님.. 3년 동안 설악산으로 가을 여행을 왔다. 2년 전엔 서 선배님과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마가목을 슬쩍 서리를 해서 배낭 맨 밑에 넣고서 송 과장님께 야단맞을까 말도 못했었다. 어디 그 것 뿐이랴.. 중청 대피소에서 슬쩍 해 온 게 또 있으니.. 슬쩍 한 것이 뭐냐구요? 그건 국가 기밀이라서 말 못합니다..
마산봉에서 잠시 휴식을 한 후 신성봉 쪽으로 길을 나선다. 내리막 길..마산봉 까지 오는 길과는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나무 크기가 굵어지고 분명 몸통은 하나인데 마치 여러 개의 나무가 서로 엉킨 것처럼 밑 둥에서부터 가지들이 구부러져 뻗어 올라 귀이한 모양들을 하고 있다.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느라 꽤~~넓은 땅을 다 뒤집어 놓았다.. 온 식구들이 다 먹이 찾기에 나섰나 보다. 동물들도 겨울 먹이가 풍부하여 먹이 걱정은 없어야 할 낀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우찌 끼니를 걱정할까? 싶다.
군데군데 단풍나무가 곱게 물들었다. 나무들은 원시림을 연상케 하듯.. 부러진 것은 부러진 대로..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이끼가 무성하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봉우리로 오르는 길은 몇 년 전 얼레지가 만개하는 봄에 서 선배님이랑 함께 올랐든 정선에 있는 두위봉으로 오르는 길을 연상케 한다.
그리 높지 않은 야트막한 봉우리.. 시야가 확 트인다.. 하늘이 맑았더라면 정말로 좋은 조망 이였을 텐데.. 발 아래로 펼쳐진 가을 그림이 참 좋다.. 부는 바람도 시원하고.. 진달래가 계절의 리듬을 잃었나 보다.. 지금이 10월 중순인데 연분홍색으로 진달래가 꽃잎을 열었다.
시간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간..우리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 우~~와.. 이렇게나 많이~~~!!! ] [ 출발한 진부령은 저 산 너머에 보이지도 않네요. ]
휴식을 하면서 간식으로 포도를 먹었다. 1.8리터 페트병 주둥이 부분을 잘라내고 그 병 안에 포도송이를 먹기 좋게 잘라 담았다. 배낭 안에 넣어도 포도알맹이가 터지지도 않고.. 굿~~ 아이디어다.
[ 자~~~ 갈 길이 멀어요. ] [ 점심은 저 아래 대간령에 가서 먹읍시다 ] 송 과장 형님께서 앞장서시고 설악산 가을 숲 여행은 계속이다.
이제는 오르막은 거의 없다 신다. 설악산.. 연무로 둘러봐도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정말로 방대하고 멋지고 좋은 산이다. 설악의 구석구석은 다 둘러보질 못했지만 설악의 사계를 다 둘러 봤으니 이 얼마나 큰 행운가 싶다.
봄.. 흘림골에서 함박꽃 향기 그윽한 산행 이였고..
여름.. 여름엔 중청에서 백담사까지 6시간여의 하산 길 내내 비를 맞은 탓에 한기가 들어 인제에서 문을 닫으려는 시간이 다 되어서야 목욕탕으로 뛰어들다시피 해서 저체온증과 감기를 모면할 수 있었고..
가을.. 가을엔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중청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공룡능선으로 멋진 가을의 명화를 감상 하였었고..
겨울.. 겨울엔 오색에서 대청봉.. 그리고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을 하면서 허리까지 쌓인 눈길을 거의 궁디 스키를 타면서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그런 산행 이였었다. 이렇게 사계절 산행 중에서 여름 빗속의 하산 길이 가장 힘들었든 산행으로 기억에 남는다.
산행 중에 인적을 거의 만나지를 못했다. 만난 인적은 삼년 동안 진행한 백두대간을 오늘에서야 마무리를 하는 팀을 만난 것이 유일한 인적 이였다.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진부령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렸었든 간에 대단하다.
[ 축하합니다 ] 인사로 축하를 해 주었다. [ 우리는 오늘 시작이자 마지막인데 ..]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이 백두대간 마지막 코스이기 때문이다.
[ 쉬었다 갑시다 ] 송 과장 형님께서 송이버섯을 사셨다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능선에서 길을 피해서 낙엽위에 자리를 잡았다.
막걸리.. 송 과장 형님께서 삶아 오신 밤.. 토실토실하다. 오후 한 시가 넘었지만 짬짬이 먹은 새참으로 배가 고픔은 들지 않는다.
[ 오늘 산행 길 너무너무 좋다.] ..서 선배님의 극찬이시다. [ 재원 오빠~내 말이 맞죠? ] [ 네~~ 오늘 산행 너무 좋습니다 ] [ 이렇게 좋은 산행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
20여분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10여분 잡목 숲을 헤치고 지나니 다시 동해 바다가 보이는 조망으로 펼쳐진다.
저 건너로 보이는 봉우리가 신선봉.. 오늘 가야 하는데 지금의 시간상으론 저 봉우리를 오르기는 불가능하다고 하신다.
신선봉.. 봉우리 정상으로 너덜지대가 펼쳐져 있다.. 너덜지대.. 오르기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한 길이다. 눈에 보이는 것 말고도 저 봉우리엔 너덜지대가 또 있다는 말씀이시다. 사진기로 동해바다는 당겨 보지만 연무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은 보이지도 않는다.
신선봉 아래도 둘레길이 보인다.. 둘레길 이름을 설명으로 들었는데 잊어버렸다. 내려다보이는 능선은 마치 도화지 위에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붓으로 아무렇게나 찍어 놓은 듯..가을의 수채화를 그려 놓았다. 신선봉을 배경으로 오늘 함께 하신 분들의 사진 한 장씩.. 차~~~알~칵.
저 아래로 보이는 대간령으로 하산 길로 접어든다.. 그리 넓지 않은 너덜지대를 내려선다. 너덜지대는 올라가는 것보다는 내려가는 길을 조심해야 한다.
돌을 밟기 전엔 돌이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없기에.. 흔들리는 돌을 잘못 밟았다간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조심조심해서 너덜지대를 벗어났다. 간간히 붉은 색으로 노란 색으로 물든 단풍들이 바위들과 잘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마치 사람들이 일부러 쌓아 올린 것처럼 차곡차곡 쌓여진 모습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사람 머리에 써는 갓 모양처럼 보이는 바위에서 단체 사진 한 장을 담는다.
소나무들이 거센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한 쪽 방향으로 지우쳐져 있는 모습에서 설악의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를 짐작케 한다.
소나무들과 잡목이 우거진 길 숲을 헤치고 대간령 길목에 내려섰다. 그냥 바로 신성봉으로 향하고 싶은 욕심.. 하지만 무리한 욕심은 자칫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법.. 다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대간령 길로 접어든다.
대간령 길은 뭐라고 표현을 할까? 굳이 표현을 하자면 형형색색의 낙엽으로 가을 융단을 깔아놓은 그런 길이다.
우~~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고 낙엽냄새와 역광의 햇살에 비추어진 단풍들의 고운 빛깔에 산행의 걸음이 어떻게 디뎌지는지도 잊는다.
마치 별천지의 길을 걷고 있는 듯 한 그런 가을 길.. 오늘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행복.. 행운.. 축복.. 또 뭐가 있을까? 그 어떤 미사여구를 다 같다 붙혀도 모자람이 없을 듯싶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건만.. 배고픔도 잊었다.
작은 폭포 .. 흘러내리는 물줄기도 이뿌지만 폭포수에 가라 앉아있는 단풍들은 마치 수정항아리 속에 담아 놓은 보석 같다.
고즈넉한 가을 햇살에 비추어진 단풍들..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눈[目]길이 땅으로 향해 있어야 할진데 설악의 가을 명화에 취해서 걸음은 허공을 걷는 듯하고.. 이 멋진 명화를 우리 일행들만이 감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어느 듯 시간은 오후 2시를 넘기고 있다. 송 과장 형님은 점심 자리를 보려 가시느라 어디쯤이신지 보이지도 않는다.
서 선배님.. [ 아니 같이 가야지 우리만 놔두고 오델? ] [ 송 과장님~~ 송 과장님~어이 있어요.~~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다.
간간히 새참을 먹긴 했지만 우리 모두 배 속이 출출 할 때도 되었다.. 배낭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서 풀어 놓고 싶은 마음도.. 그렇게 얼마쯤 더 하산을 해서 개울가에 점심자리를 잡았다. 돌을 주워 다 앉을자릴 잡고 서 선배님이 기다리시든 능이버섯이랑 송이버섯이 짠~~
버섯중에서 제 1순위인 능이버섯.. 모두들 처음 보는 능이버섯이 어떻게 생겼을까?.. 박스 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 우~~와.. 능이가 이렇게 생겼구나 ~] 버섯의 상단은 짙은 갈색에 뿌리 쪽은 검은색.. 그리고 뿌리 쪽에는 짐승의 털처럼 갈색의 짧은 털 모양들이 나 있다.
크기고 커고 무게도 상당하다. 송이버섯은 몇 해 전 속리산 산행에서 순수한 자연산으로 먹어봤기에 아직 먹어 보질 못한 능이버섯의 맛이 궁금하기만 하다.
송이버섯은 날것으로 먹어도 되지만 능이버섯은 절대로 날것으로 먹으면 안 된다는 형님의 말씀에 서 선배님은 송이버섯을 생채 그대로 찧어서 향긋한 송이의 향을 음미 하시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먹는 것처럼 행복에 미소가 가득하시다.
능이버섯은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으면 설사를 하기 때문에 꼭 익혀서 먹어야 한단다. 후라이펜에 삼겹살과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을 쓸어 넣고서 지글지글~~~~ 술잔에 한 잔씩 채워서 오늘 멋지고 행복한 가을 나들이를 위한 건배~~~
개울물이 흐르고 하늘엔 뭉게구름이 솜사탕처럼 흘러가고 고사목과 함께 어우러진 고운 단풍으로 그림 수채화의 병풍을 치고.. 우리는 무릉도원에 자리한 신선들이 된 그런 기분이다.. 이 얼마나 멋진 그림들인가..
[ 잠시 송 과장님께 선물 증정이 있겠습니다 ] 서 선배님께서 한 번도 오기 힘든 설악산을 여덟 번씩이나 초대를 해서 산행에 동행해 주시며 길까지 안내를 해 주시고 올 때마다 VIP 대접을 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 하셨다.
선물은 건강 보조식품인 오메가3.. 비록 비싼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선물을 증정하시고 형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다.
자연 속에서 한 잔 두 잔..큰 병이 비워졌다.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어섰고 계곡을 타고 부는 바람엔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낮이 짧아진 탓에 벌써 해는 산봉우리를 넘어설 준비를 하고 그림자도 길어지고 우리도 짐을 챙겨서 하산을 서둔다.
소간령 길로 들어서는 길.. 산속에 작은 오두막 한 채.. 과장님 말씀엔 여기에 사는 노인 분.. 자기는 온갖 짓을 다 하고 댕기면서 뻑~ 하면 산행 하는 사람들을 신고를 해서 때론 귀찮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시란다.
집 주변에 더덕 덩굴들이 많이 보인다.. 폭이 약 30cm 정도 되는 나무로 만든 외나무다리.. 모두들 잘 건너시는데 서 선배님은 멈짓 멈짓.. 점심 반주로 마신 술기운이 올라 외나무다리를 건너기가 망설여지시나 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다리를 약간 구부린 체 엉거추춤 하게 서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 누가 나 좀 잡아 조 봐바~~] 모두들 다 건너가고 내가 잡고 건넜다. [ 애고 여가~~ 그리 무섭십니까? ] [ 야~~ 떨어지면 어떻게.. ] [ 그러니께 쫌 만 마시시지.. 능이네랑 송이네랑 어우러져서 분위기 때문에 그 한 잔을 못 참으시고 분위기 너무 좋아하면 안 되는데 ]
인적 없는 소간령 길.. 우리 일행들의 낙엽 밟는 소리만이.. 해는 산봉우리를 넘었다.. 햇살이 없어서 기온의 서늘함은 더해만 간다.
저 앞에 점심 자리에서 지나쳤었든 두 사람이 내려가고 있다. 둘레 길 같은 소간령 길.. 노란색. 붉은색..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막바지의 가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간령 길이다.
해가 넘어간 낙엽이 융단처럼 쌓인 길엔 어둠이 서서히 드리우고 얼굴을 스쳐 지나는 솔솔 부는 실바람에도 냉기가 실려 온다.
시간은 오후 여섯시가 넘었고 오늘의 산행도 마무리가 되어 갈 즈음.. 널따란 개울을 건너면서 오늘의 설악산 가을 여행도 마무리를 했다.
개울을 건넌 시간이 오후 여섯시 40분..여덟 시간 40분을 산행을 했다.
차로 속초 시외 버스터미널로 이동을 하여 서울행 버스표를 예약하고 부둣가에서 양미리와 도루묵 구이로 오늘 산행의 마무리 파티를 했다. 숫불에 구워먹는 생선구이와 술 한 잔으로.. 다음 겨울 눈 산행을 기다리며 건배~~~
2010. 10.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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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할렐루야
산행일지를 잘 보았습니다.
꼼꼼하고 재미있고 감성있게 잘 쓰셨네요
좋은 취미를 생각 해 보며 '정상범'님과 일행 분들을 기도 합니다.
할렐루야~
다시 읽어보니 그때 그림들이 생생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산봉에 곰취가 많은데.....
가을 날이여서 겨우살이만 올려다 봤네요..그럼 봄날에 가보십시다.. 곰취 뜯으려..